[5분자유발언] 배윤주 의원

동양에서 경제라는 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 군주의 가장 큰 덕목이자 실천 과제였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경제를 살리겠다 스스로 외치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구조는 몇몇 정치인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 이후, 자본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윤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고 있고, 한 나라의 경제는 특정 이웃 나라들의 경제 상황에 따라, 거대 자본의 이동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와 내 삶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1998년 IMF, 2008년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가깝게는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조선업의 위기 사례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2018년부터는 인구절벽에 직면한다고 합니다.

한 지역에서의 경제활동이 외부요인에 의해서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경제구조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살림살이를 우리가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 즉 경제적 자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많은 지자체에서는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의 공동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에 많은 관심과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화폐는 좁은 지역 내에서 ‘신뢰’와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교환수단을 말합니다. 우리 통영시도 상품권 형태의 지역화폐를 발행해 침체되어가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순환과 자립의 경제를 세우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도에서는 농협과 업무협약을 맺고 광역 최초로 200억 규모의 ‘강원 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이고, 성남시는 지역 상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약 220억의 ‘성남사랑상품권’을 판매했습니다. 강화군도 지역상품권 발행 1개월 만에 약 3억 원어치가 팔렸다고 합니다. 행정의 주도로 관내 기업, 금융, 상가 등의 협력을 이끌어 낸 성과물이 모범사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서울시와 기초단체를 비롯해 수원, 대전, 전주, 나주, 춘천, 홍성, 거제 등 전국 곳곳에서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역화폐는 통영의 재래시장, 영세상가,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시민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가능한 많은 금융권과 가맹점을 확보하고, 시민들은 은행에서 구입한 상품권으로 통영 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는 통영시 안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선순환경제를 유도하고,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감소시킴으로써 지역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경기불황, 금융위기, 실업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발생되는 지역경제 침체 현상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는 삶 전반에 걸쳐 더욱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안한 것입니다. 유럽국가들 만큼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처럼 경제적 호황기에 있지도 않습니다.

이 불안의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지역 경제공동체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관계망을 촘촘히 잇고, 확대하는 것이 우리 시민들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과 배제, 그리고, 소외의 경제를 넘어 호혜와 연대의 경제로 눈을 돌려 봅시다. 지금보다는 좀 더 따뜻한 경제에 대해 상상하고 토론하고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영시의 ‘얼굴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지혜를 모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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