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고 2학년 김윤희, 제16회 전국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 고등부 1위

“제가 늦둥이로 아버지가 50세가 넘은 나이에 저를 낳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세대 차이를 많이 느꼈는데 이번 이야기 대회에 나가서 주제로 한 이야기가 역대급 에피소드였죠. 당시에는 많이 속상하기도 하고 아버지와의 소통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밌는 추억이었어요”

단정한 교복에 단발머리, 동그란 테의 안경을 쓰고 환한 웃음을 자랑하는 통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윤희 학생을 지난 21일 만났다.

그녀는 유쾌했고 예의바르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멋진 학생이었다.

지난 17일 주말 그녀는 통영에서 서울에 위치한 한양대학교를 찾았다.

(사)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양대학교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제16회 전국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 참가를 위해서였다.

“우와 서울 가니까 너무 좋던데요. 하하하하” 인터뷰 도중 튀어 나온 그녀의 말에 한바탕 웃고 인터뷰를 다시 이어나갔다.

대회참가는 어떻게 이뤄졌어요? 라는 물음에 그녀는 “지난 10월 한글날을 맞이해서 교내에서 말하기 대회가 열렸고 거기서 1등을 했어요. 그 이후 11월에 도 대회에 참가했고 거기서 ‘요즘이야기’ 부문에서 또 1등을 했어요. 그래서 지난 17일 있었던 전국대회에 경남도 대표로 참가를 했고요. 거기서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1등 한빛상을 수상했어요”라고 조리있게 말했다.

그렇다. 그녀는 교내대회에서 도 대회로 그리고 전국대회로 차근차근 올라갔고 그녀의 이야기는 대회가 거듭될수록 재미와 감동이 더해갔다.

특히 그녀가 전국대회에서 이야기 주제로 내민 ‘빽다방’은 아버지와의 슬프고도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잠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그녀는 늦둥이 딸로서 아버지와 굉장히 사이가 돈독했다. 늦둥이 딸인 만큼 아버지 역시 그녀를 굉장히 아꼈고, 막내딸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늘상 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 어~딸 어디야~?

딸 : 응 아빠, 나 빽다방이야

아버지 : (당황한 듯) 응? 어디? 다방? 아빠가 지금 거기로 갈게, 당장 나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아버지는 미수동 집에서 빽다방이 있는 무전동으로 왔다.

아버지 : 빨리 차에 타

딸 : 아빠 갑자기 왜그래?

아버지 : (불같이 화를 내며) 네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부터 다방 같은 곳을 다니는 기고, 학생이 제정신이야? 공부하라고 학교 보내놨더니 다방이나 다니고, 뭐하는 짓이야!”

딸 : 하..아빠 빽다방은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다방이 아니야, 그냥 카페라고!!

평소 너무나도 사이좋던 부녀는 빽다방 사건(?)으로 인해 4일간을 모른 체 하며 살았다.

이후 아버지는 ‘빽다방’의 존재(?)를 알고 딸 윤희 학생을 차에 태웠다.

빽다방 앞에 다다르자 아버지는 윤희에게 “딸, 아빠가 오해를 했어, 정말 미안해, 아빠는 빽다방이 그냥 카페인 줄도 모르고, 60년대 다방인줄 알고 우리 딸한테 다짜고짜 화를 냈네, 정말 미안해”라고 하자 딸의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늦둥이 딸과 아버지와의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재미나고도 슬픈 이야기로 전국 이야기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 김윤희 학생.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는 이야긴데, 아버지랑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어요”라며 웃는다.

전국에서 15명의 고등학생이 참가, 당당히 대상을 수상한 윤희 학생의 꿈은 ‘해군장교’이다.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육군보다는 해군에 많이 이끌렸고 해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통영여자고등학교에서 최초의 해군사관학교 입학생이 되어 후배들에게 입학사정관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고 싶고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고 멋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대회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선 수상 영광은 아버지와 지도교사이신 김미숙 선생님께 돌리고, 대회를 통해 부모님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말로만 하는 효도가 아닌 값진 효로 보답하고 싶다. 아직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데 꼭 나보다 먼저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제16회 전국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우리 겨레의 이야기 전통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이야기를 꾸미는 창조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 전국 16개 지역 국어교사모임이 연 예선대회를 거쳐 본선에 오른 15팀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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