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이념 논쟁 도비 전액삭감, 윤이상 탄생 100주년 사업 전반 빨간불
내년 2월 마지막 선,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흔들

 

통영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아이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해묵은 이념논쟁에 희생, 예산확보에 실패하면서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내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국비에 이어 도비마저 아무런 예고 없이 전액 삭감, 콩쿠르 위기 뿐 아니라 윤이상 탄생 100주년 사업 전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또 통영시가 대대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내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 각종 사업도 통영시의회에서 예산 삭감을 당해 불가피하게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등 윤이상 사업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시작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고 세계 유능 젊은 연주자 발굴을 위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이 해마다 번갈아 가며 경연을 펼치고 있다.

경남도와 통영시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하는 이 콩쿠르는 2003년 경남국제음악콩쿠르에서 2008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로 이름을 되찾고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국제 기준의 음악 경연대회다.

특히 정부에서도 인정, 한때 국내 입상자는 병역 면제 혜택도 주어져 상당히 연주자들에게는 메리트 있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경남국제음악콩쿠르 시절인 2003-2008년에는 국비 2억원, 도비 1∼2억원, 시비 1∼1억5천만원 총 4~5억원규모로 개최됐고,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로 이름을 바꿔단 후에도 국비 규모가 조금씩 낮춰지긴 했지만 대략 4억∼4억5천만원 규모로 대회가 치러졌다.

하지만 2016년 예산 편성에서 국비가 전액 삭감, 지난 11월 열린 올해 콩쿠르는 도비 2억·시비 2억원으로 충당,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국비 지원이 끊긴데 이어 경남도 역시 그동안 지원해 오던 2억원을 전액 삭감, 내년도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콩쿠르 개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경남도 주최 행사이고 도비 확보가 안되면 시비 편성도 사실상 불가능, 12월 현재 내년 콩쿠르 예산은 0원으로 기록됐다.

경남도의 예산 삭감 배경에는 국비 삭감과 마찬가지로 윤이상 작곡가에 대한 이념 논쟁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경남도의 예산지원은 아무런 예고 없이 모두 끊겨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은 "황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예산 확보를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플로리안 리임 대표는 "경남도에서 아무런 대화나 문의도 없이 결정한 것은 정말 놀랍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건 국제적인 가치를 지닌 행사의 문화적 자산을 무너뜨리는 결과"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음악당 이용민 예술기획본부장 역시 "도비 전액 삭감은 단순 콩쿠르가 한 해 쉰다는 개념이 아니다. 윤이상콩쿠르와 통영의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는다. 통영국제음악제에도 그 여파가 크게 미치고,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도 결국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영시 역시 외부의 지원 없이는 행사 자체를 사실상 포기해야 할 처지라는 입장이다.

통영시문화예술과 황종철 문화산업담당은 "사전 예고도 없이 도비가 전액 삭감돼 황당하고 난감하다. 이리되면 시비 확보도 어렵다. 경남도와 계속 협의, 추경이나 다른 항목으로 예산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는 있으나 콩쿠르 국제 공고가 시작되는 내년 2월까지 예산 확보가 안 되면 사실상 콩쿠르 개최를 포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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