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통영예술의향기, 청마문학관서 추모제와 강연회
거제 동랑청마기념사업회 청마묘소서 50주기 기신제 봉행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
우리 고향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양지바른 뒷산 푸른 송백을 끼고
남쪽으로 트인 하늘은 깃발처럼 다정하고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내가 크던 돌다리와 집들이
소리 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그 길을 찾아가면
우리 집은 유약국
행이불언(行而不言) 사시는 아버지께선
어느덧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헌 책력처럼 애정의 낡으신 어머님 곁에서
나는 끼고 온 신간(新刊)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청마의 시 귀고(歸故)>

생명의 시인 청마 유치환 선생을 기리는 기신제가 지난 13일 통영과 거제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1908년 음력 7월 14일 통영에서 출생, 한국현대문학사의 큰 별로서 1967년 2월 13일 타계한 청마가 타계한 지 올해로 벌써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아직도 그의 시 깃발처럼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나부끼고, 그의 수많은 시로 인해 우리는 행복하다.

순수 민간 통영예술인기념사업회인 통영예술의향기(회장 이지연)는 지난 13일 오전 11시 통영시 정량동 소재 청마문학관에서 한국 현대문학사의 필봉인 청마 유치환 선생의 추모제를 봉행했다.

이날 통영예술의향기 이사들은 물론 박성찬 통영시행정자치국장, 양미경 통영문인협회장, 김보한 초정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 청마를 사랑하는 통영시민 등이 함께 참석, 의미를 더했다.

추모제는 경상대 김희준 양이 청마의 시 '출생기' 낭송으로 문을 열고, 이지연 회장의 헌다와 정창엽 이사의 청마 약력보고, 추모사, 그리고 헌화 봉행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추모제에서는 청마의 문학세계에 특별한 관심으로 청마 주제 석사학위논문을 발표한 차영한 문학박사를 초빙, '청마 유치환 시인의 고향시 모습'이라는 추모 강연을 펼쳤다.

차영한 박사는 "통영에서 태어난 청마의 고향 시 모습은 한 마디로 조국을 형상화하기 위해 생명의 태반(모성적 공간, Imago)인 고향을 재구성, 생명을 열렬히 노래했다. 인간의 본질적인 생명과 윤리적인 메타(meta)에서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 한국시사에서 우뚝 선 생명파 시인"이라고 평했다.

이어 "결국 그의 불휴의 작품들은 고향이 낳아준 것이며, 올곧은 그의 생명의지에 대한 정신은 앞으로도 높이 추앙해야 할 이 고장의 자긍심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지연 회장은 "청마 선생이 가신지 어언 50주년, 유독 매년 2월만 되면 선생님의 시 한수가 더욱 그리워진다. 오늘은 우리들이 선생의 영전에 시 한수와 추모의 마음을 받치는 날이다. 올해 중으로 예술의향기 회원들과 함께 50주기 기념 청마 시선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마묘소가 소재한 거제에서도 지난 13일 동랑청마기념사업회(회장 옥순선) 주관으로 제50주기 청마기신제가 봉행됐다.

거제시 둔덕면 빙하리 청마묘소에는 청마 선생의 외손녀 등 유족과 김득수 전의회의장, 이성보, 이금숙, 김운항, 손경원 전 회장을 비롯한 기념사업회 임원진, 유관기관단체장, 지역문인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고유제와 헌화, 헌다행사를 통해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신임 옥순선 회장과 김명옥 사무국장 등 집행부 소개와 청령정을 돌아보며 올 청마문학제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일행들은 부인 권재순 여사의 묘소와 지난해 타계한 셋째따님 자연 여사의 묘소에도 헌화하고 고인의 명복을 기렸다.

한편 청마 유치환은 1931년 문예월간 제2호에 시 '정적'을 발표, 문단에 데뷔했으며, 서울시 문화상, 부산시문화상, 예술원 공로상, 제1회 시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청마시초(1939), 생명의 서(1947), 울릉도(1948), 청령 일기(1949), 보병과 더불어(1957), 예루살렘의 닭(1953), 청마 시집(1954), 제9시집(1957), 유치환 시선(1958),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 미루나무와 남풍(196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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