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정 고을을 차지한 호주선교사의 집, 통영 최초의 의사 테일러가 살고 있었다

통영근대문화사의 한 획을 긋는 호주선교사의 집. 그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 사진은 1937년 6월 부산에서 찍은 호주선교사들의 단체사진. 이 한 장의 사진에는 통영에서 활동한 20여 명의 호주 선교사 가운데 10여 명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세 번째 줄 맨왼쪽 서있는 사람이 1928년 통영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했던 트루딩거 선교사, 앞쪽 의자앉은 사람이 부인이다. 유능한 간호사였다. 통영교육의 선구자, 여성운동의 대변자 스키너(한국이름 신애미) 여사도 3째 줄 오른쪽에서 5번째 서서 웃고 있다. 둘째줄 왼쪽에서 4번째, 5번째가 1914년 통영 최초의 서양인 의사로 진료소를 설립하고 진료한 테일러 부부다. 부인은 어린이보건센터를 운영했다. 부부는 섬마을 진료 뿐 아니라 나환자 병원 설립까지 시도했다. 이 밖에도 알렉산더와 맥카그, 멕켄지, 레인 선교사 부부도 한자리에 했다.

통영의 근대화에 있어서 호주선교사의 활동을 빼 놓을 수 없다.

오늘날 한국이 100여 년 전 우리나라와 같은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가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의 수는 약 2만6천여 명으로 세계 2위의 선교 국가가 됐다.

호주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선행한 것은 지역연구였다.

그들은 우선 활동할 지역을 대상으로 가장 시급한 것(Need)이 무엇이며 또한 그 지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Want)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당시 통영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의료와 교육이었다.

1913년 호주장로교 통영선교부가 설치될 당시 통영에는 서양 의사나 병원이 전혀 없었다.

통영지방은 지리적 특성상 해양성 질병과 전염병 환자들 그리고 각종 피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섬 지역에는 의료혜택이라고는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즈음 호주에서 온 의사 테일러(Dr. Tayler) 선교사가 통영선교부에 배속이 되면서부터 비로소 최초의 근대식 의료 활동이 이뤄졌다.

그는 1914년 통영에 진료소를 설립해 시약과 진료를 하고 그의 부인은 어린아이들의 위생, 건강, 영양에 역점을 두어 진료소를 운영 했다.

또한 그들은 배를 타고 여러 섬들을 정기적으로 순회 하면서 낙도 오지의 주민들을 위한 진료도 펼쳤다.

1916년 통영에서 가까운 섬에 한센씨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 설립을 계획, 호주 장로교 본부의 승인을 얻었으나 일제의 방해로 허가를 얻지 못하여 결국 병원 설립이 무산 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19년에는 소규모의 병원을 설립하고자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사실상 금지나 다름없는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방해를 받아 이마저도 허가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1921년에는 입원실이 2개인 치료원을 개설 운영했다.

이후 1928년 트루딩거(M. Trudinger) 선교사 부부가 통영선교부로 부임해 왔다.

그의 부인은 유능한 간호사로 통영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특히 그녀는 어린아이와 어머니를 위한 건강 상담소를 개설, 성공적으로 발전 시켰다.

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 특유의 모성애와 섬세함으로 진명학교의 학생들을 지도하며 도움을 청하는 지역에 가서 의료 활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녀의 두드러진 의료 활동 중 하나는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위한 통영 최초 아동복지 진료소를 개설, 상담과 진료를 병행했다는 것이다.

호주장로교 선교부는 경남지방의 5개(부산, 마산, 진주, 통영, 거창) 선교부와 함께 교육과 의료를 통해 효과적인 기독교 선교활동을 했다.

호주선교부의 특성이 여성선교사가 많이 와서 활동한 까닭에 여성과 교육선교는 괄목할 만큼의 많은 열매를 맺었지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활동에는 미진했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호주 선교사 중에서 의료선교사로 의사가 4명, 간호사가 3명 뿐 이었다.

그 이유는 당시 호주장로교가 의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할 만큼 재정이 넉넉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남의 넓은 지역 중에서도 부산의 일신병원과 진주의 배돈병원이 유일한 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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