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어업자원연구실장 "정밀한 과학적 조사 이루어진 바 없어 문제"

 

"EEZ바다모래 채취 갈등은 한쪽은 계속 이익을 누린 반면, 한쪽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근본 문제다"

남해EEZ 해역에서 건설자재용 바다모래를 채취하는 골재채취단지 지정 연장에 해양수산부가 동의하자, 어업인들과 수산업계는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감사원 감사 청구에 나서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EEZ골재채취 문제 경과를 보면, 지난 2008년 정부는 안정적인 골재수급을 위해 남해안과 서해안의 EEZ에 각 1개의 골재채취단지를 지정했다.

당초 골재채취단지의 지정기간은 지정일로부터 최대 5년까지였으나 기간 만료 전에 지정기간을 수차례 연장하면서 EEZ 바다 모래 채취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의 경우, 최초 지정 당시(2008.9)에는 2년간 채취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기간 연장을 반복하며 채취량을 늘려오고 있다.

3차 연장기간이 지난해 8월 종료됨에 따라 2020년까지 4년 더 연장하고자 시도했으나 임시로 올해 2월까지 6개월 연장되었고, 또다시 골재채취단지 지정 연장에 해수부가 동의해 주면서 그동안 누적되었던 어업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해양수산분야 연구기관인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 이정삼 실장은 어업인들의 반발에 대해 "EEZ바다모래채취는 당초 국책용으로 추진되었는데, 민수용 비중이 87%까지 확대되면서 채취량이 계속 늘었다. 어업인들은 지속적으로 반대해왔음에도 채취가 연장되면서 신뢰가 상실되고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고 짚었다.

국토부의 제5차 골재수급계획 자료(2013)에 의하면 국내 골재 총 공급량에서 EEZ 채취 바다모래 비중은 지난 2009년 16.4%였으나, 2013년 27.3%까지 급증했다.

이정삼 실장은 "지난 10년 동안 골재 공급원에 대한 다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값싼 바닷모래에만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채취량이 늘어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준설 이후 안정화를 위해 하천모래 채취가 금지되었던 것도 바다모래 채취 증가의 또 다른 이유다.

이정삼 실장은 "정부 정책 덕분에 건설 및 골재업계는 그동안 값싸게 골재를 확보하면서 이익을 누린 반면, 어민들과 수산업계는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는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한 구조가 이어져 왔다"고 짚었다.

여주에 4대강사업 준설토가 쌓여 있음에도 수송비용을 절감하고자 바다생태계를 파괴하며 바다모래를 채취하는 것은, 산업간의 불균등 불공정일 뿐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을 간과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해당 해역은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1~3위를 차지하는 멸치, 오징어, 고등어가 산란하고 회유하는 중요한 어장이다"라며 "바다모래 채취는 얕게는 5m에서 깊게는 20m까지 해저가 파헤쳐진다. 저서생태계 파괴 및 어장환경 훼손이 발생하는데, 웅덩이 부분은 빈산소 수괴가 발생하며 수산생물 폐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구 손실 및 어선 사고의 우려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바다모래 채취 사례를 보면 5m로 파헤쳐진 해저지형이 20년이 지나도 자연복원되지 않고 있으며, 일본 농림수산성도 모래채취 해역을 빈산소수괴 발생원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에서는 바다모래 채취로 해양생태계와 어업에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정밀한 과학적 조사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015년 전남대학교의 조사 보고서가 '큰 피해 없음'으로 결론짓고 있어 어업인의 불신과 반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KMI 리포트는 "남해 EEZ골재채취단지가 지정될 무렵 모래채취로 인한 해당 해역의 환경변화를 정밀하게 비교할 수 있는 기초조사가 부실했다. 모래채취기간 중 환경변화 조사자료 역시 축적된 자료가 부족하다"며 "모래채취 행위자와 반대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가 부족한 가운데 모래채취에 따른 수산자원의 피해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정삼 실장은 "골재채취단지 관리를 한국수자원공사가 맡고 있는 것도 부적절하다.

관리기관을 환경관리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우선 시급하게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과학적 조사로 생태계 및 어업피해에 정확한 인과관계부터 밝혀야 한다. 또한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값싼 골재로 이익을 누려 온 만큼 역지사지의 태도로 임해, 바다모래채취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