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양평 블루마운틴 책방지기)

 

그림책에 흔들리다
"그림책을 가지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그때 마침 내 옆에 있던 그림책이 건넨 위로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사이, 그림책이 이뤄낸 소통의 이야기" '그림책에 흔들리다'의 표지글

그림책은 알면 알수록 때론 어렵다는 걸 느낀다. 요즘은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그림책을 통해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자칫하면 작가가 애써서 그린 그림의 의도를 지나칠 수 있기에 그림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책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학교 현장에서 실천그림책 독서 교육을 이끌고 있는 책방 손님이 추천해 준 김미자 작가의 '그림책에 흔들리다'이다.

작가는 한 편 한 편 그림책을 소개하면서 작가의 삶 속에 그림책이 녹아들게 한다. 단순한 한 편의 그림책 속에서 작가는 끝없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짓게 하고 가슴 한 구석이 아리게도 한다.

작가도 북카페를 운영한다. 어느 날 북카페에 6살 여자 꼬마 손님이 가족과 온다.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모두의 관심이 남동생에게 쏠려 가족으로부터 겉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무릎에 앉혀 그 마음을 달래주려고 '누나가 좋다'라는 그림책을 읽어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이는 읽고 또 읽어 달라고 한다. 책을 통해 아이의 상처가 아물고 누나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이 책 전체를 통해 흐르는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림책이 이뤄낸 소통과 인연의 결과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솔직 담백한 삶의 귀퉁이를 슬며시 보여주고 있어서 진솔함이 묻어있다. 그래
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 준다.

작가는 그림책 한 권이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지는 않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은 참 많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마음이 흔들림을 느낀다.

눈물바다
"최근 눈물을 펑펑 쏟아 본 적 있으셨어요? 무엇 때문에요?""얼마전 남편과 싸우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나의 자존감을 상처나게해서 너무 화가 났어요. 울고 났더니 속이 시원해지더라구요" '눈물 바다'를 읽어주고 회원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다.

이야기 속 소년도 하루종일 우울하다. 학교에서 시험도 망치고 억울하게 짝꿍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선생님께 혼나고 집에 오니 무서운 공룡 두 마리가 불을 뿜으며 싸우고 있다. 저녁밥 남겼다고 여자 공룡한테 혼이 난 소년은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에 누웠지만 눈물만 난다. 눈물은 점점 커져 마침내 바다를 이루고, 소년을 힘들게 하였던 많은 것들이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낀 소년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시원하다. 그러나 곧 소년은 눈물 바다에 잠긴 사람들을 끄집어낸다. 소년의 마음속 상처도 함께. 그리고 소년의 마지막 한마디.

*'산속 책방 블루마운틴'은 경기도 양평군 나지막한 산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화전로 435). 어린이와 어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그림책, 육아서, 에세이 등 우리의 삶을 좀 더 아름답고 풍부하게 가꿀 수 있는 책들이 함께 있습니다. 책모임이나 책놀이 수업 등 책을 통한 소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책 읽는 도시 통영' 캠페인의 필자로 참여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남해의봄날에서 출간한 도서 중 원하시는 책 두 권을 선물합니다.

"미안해요~~그러나 시.원.하.다.!!!"

굳이 어릴 적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우리도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소년이 눈물 바다에 흘려보내는 온갖 설움과 무서움과 괴롭힘을 보며 같이 울고 싶었다.

소년의 눈에 비친 무서운 공룡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음을 고백하면서 반성하는 시간도 되었다. 소년의 눈물이 내 아이의 눈물일 수도 있고. 나의 눈물일 수도 있기에..

그러나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눈물을 통해 치유된 소년의 마음이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오늘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싶고 화내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 '눈물 바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바다에 가둬두지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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