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부산점자도서관 주최로, 통영 통제영 및 청마문학관·김춘수유품전시관 일대에서 도서관 수강생을 대상으로 독서문학기행이 이루어졌다. 이날 참가자 중 상당수는 시각장애자여서 독특한 의미를 보탰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버스를 이용 부산 초량을 출발하여 통영에 도착, 오전에는 통제영을 오후에는 청마문학관·김춘수유품전시관을 관람하고, 이어서 통영시립도서관 4층 시청각실에서 작가와의 만남 강연이 이루어졌다. 다음은 통영중앙시장을 자유 관람하며 통영의 재래상권을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날 의미 있게 이루어진 행사 중에 하나는, 청마문학관·김춘수유품전시관을 관람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청마춘수〉라는 시제아래 4행시 짓기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들이 얼마나 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은 지를, 당선된 시편들에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1등 손*호(55년생/시각 2급). 청: 청마는 우체국 창가에서 편지를 쓰며/ 마: 마음 가득 정향(영도)을 그리워해 울었고/ 춘: 춘수는 그 누구라 불러줄 이 하나 없어/ 수: 수줍게 말 했다네. 빛깔 향기 알맞은 이름 불러 달라고...

2등 김*매(59년생/시각 1급). 청: 청화한 통영 앞바다/ 마: 마음속 깊은 곳까지/ 춘: 춘하추동 변함없이 그리운 사람/ 수: 수많은 배들은 지나가건만 나의 그님은 언제 오시려나.

3등 정*욱(59년생/시각 1급). 청: 청춘 돌고 돌고 또 돌아서/ 마: 마침내 내 앞에 위풍 당당히 섰다./ 춘: 춘풍에 설레는 내 맘 한껏 실어/ 수: 수많은 추풍낙엽으로 흩날릴 때까지 불사르리. 내 청춘!

다음은 김춘수의 〈유년기 원체험의 환경과 통영 이미지 시(詩)〉를 필자가 강연하였다.

간략한 김춘수의 생애를 설명하였고, 다음은 원체험(原體驗)을 통해 김춘수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지극히 사모한 시편들을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감동을 받고 연이어 표현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호주 선교사의 집에서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겪은 시나, 그가 서양지식에 관심가지며 기도했던 「예배당」의 시편 "가시 덤불 울 새로/죽두화도 피어나고/아롱아롱 봄은/나비따라 오은다/주(主) 예수를 모시기엔 섬서ㅎ지 않느냐고/가녀린 손들을 둘러/꽃밭 하나 꾸며 두곤/속눈썹 깊숙이 남남이 접어 보면/아련히 하늘은 푸르기만 하였는데/열여덟 치렁머리 바다만큼 흘러가고/어드매쯤 오늘을/끼리끼리 뭉쳐서/목숨인양 닳던 이름 불러볼 줄 모르온다"에 이르러서는, 아주 신중하게 청취하는 모습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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