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주택이 밀집한 곳에 형성된 상권으로 전통시장을 포함한 소상공인 점포들로 구성된 상권을 의미한다.

통영의 골목상권 1번가는 항남1번가로, 시쳇말로 통영의 '명동거리'다. 항남동 골목은 수십 년 된 식당들이 있어 지역상권의 중심이 된 곳이며, 통영의 명동이라 불렸던 곳이다.

조선 통제영 시대에는 각종 군수물을 저장하는 창고와 관아가 즐비해 선창골(船倉洞)이라 명명했고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는 일본식 지명인 길야정(吉野町, 요시노마치)라 했다. 당시 동충(東忠)과 서충(西忠), 선동(仙洞)으로 구분된 동리는 1955년 항남동으로 개칭됐다.

항남동은 전체가 좁은 골목길로 미로다. 이곳에는 이중섭 거리, 김상옥 거리 등 문화예술 유산과 도깨비 골목, 청노 골목 등 지역민의 생활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항남동 도깨비 골목은 옛 동충의 여객선터미널(현 KB국민은행) 뒷골목을 말하며, 1960년경 여관과 선술집이 즐비해 대낮에도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랫소리가 들리던 골목이다. 청노 골목은 항남동 동양여관 뒤편의 골목으로, 일제강점기 요정과 기생집이 즐비했던 청루(靑樓)에서 시작됐다. 최근 항남동 골목 개발이 진행되면서 텍사스 골목으로 개칭됐지만 크게 활성화 되지는 못했다.

청명한 바다와 항구가 낭만적인 통영은 물의 도시인 '베네치아'와 지상낙원인 '샹그릴라'에 빗대어졌다. 통제영의 병선이 장악했던 통영의 물길은 근대로 접어들어 대중화하였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경 조선우선회사(朝鮮郵船會社)의 여객선 출항으로 통영항의 해운항로가 열렸고 60~70년경에는 여객선의 전성기를 맞았다. '바다의 땅'인 천혜적 입지를 갖춘 통영에 1971년경 엔젤호터미널이 들어서면서 해운경제의 르네상스기를 맞는다. 당시 이곳에 ㈜한려개발이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쾌속여객선 '엔젤1호'를 취항시켜 부산, 여수 간 운항을 개시하였다.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잽싸게 달리는 엔젤호의 등장은 기존 여객선과의 차별화를 꽤했으며 '한려수도의 천사'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그 후 '엔젤 9호'까지 취항하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당시 엔젤호가 달리던 항로는 황금노선으로 급부상해 남해안 해상교통의 거점이 됐다.

여객선 부두가 있어 항상 사람과 화물이 넘쳐난 통영 항남동은 명실상부 통영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당시 항남동 뒷골목인 도깨비 골목은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던 통영의 번화가였다.

항남동은 이중섭, 청마 유치환, 대여 김춘수 등 예술인들의 체취가 있는 곳이다. 현재 그 옛날 항남동 번성을 찾기 위해 다시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항남동을 풍미했던 많은 예술가들의 따뜻한 기억을 항남동 골목에 고스란히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열정이 중앙전통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앙전통시장에서 항남동 도깨비 골목까지 이어지는 상점들은 대부분 꿀빵과 충무김밥의 각축장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시대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항남동 뒤의 오래된 골목길에 형성된 옛날식 여관, 술집, 식당과 더러 섞여있는 적산가옥은 옛 정취 그대로다. 항남동 도깨비 골목의 식당들은 중앙전통시장에서 식자재를 공급한다. 이곳은 통영의 선술집인 다찌가 즐비해 전통시장으로부터 온갖 해산물의 공수는 필수다.

통영 서민경제의 버팀목인 중앙전통시장이 더 이상 가격흥정이나 덤을 통한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화와 결합한 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나고자 골목상권과 의기투합하고 있다.

통영에서 첫 삽을 뜬 곳이 중앙전통시장과 어우러진 문화형 골목상권인 강구안 골목, 항남동 도깨비 골목이라 하겠다. 특히 통영의 예향인이 사랑한 항남동 도깨비 골목은 통영의 새로운 명물거리로 성장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일부 전통시장들이 현대화 사업으로 외관상 발전했지만 그 알맹이를 찾기가 힘든 곳도 더러 있다. 하지만 중앙전통시장과 골목의 콘텐츠 개발 노력은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한 방안이자 상생의 길이다. 즉 전통시장과 골목이 가진 감성적 가치를 끌어 내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갑수 외, 《나는 골목의 CEO다: 전통시장의 부자상인들》, 삼성경제연구소, 2013.
김일룡, 《통영지명유래》, 통영문화원, 2014.
야무구찌 세이(山口精), <통영사연구회 제4집: 소화7년(1932년)발행 《통영안내》>, 박형균(역), 통영사연구회, 2007.
통영시사편찬위원회, 《통영시지(統營市誌)》, 통영시사편찬위원회,1999.

최정선<통영시사편찬위원회 상근간사·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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