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터 대규모 도시개발, 이의제기로 긴급 발굴조사, 원문성 출토
통영시 지표조사 성곽모습 동-서, 공사현장 출토 성곽 남-북 방향
조선삼도수군통제영의 관문…국가적 상징 유적, 학계 보존 목소리

18층 규모의 아파트 한 동(80여 채) 부지에서 발굴된 1682년 조선삼도수군통제영 원문성 하부 성곽의 모습.
원문성의 위치와 모양이 잘 드러난 조선시대 통영 고지도.
원문성이 발견된 애조원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

통영시가 용역한 엉터리 유적분포지도를 근거로 대규모 도시개발에 나섰던 원문 애조마을 공동 주택 사업지에서 1682년 축조된 조선삼도수군통제영 원문 성곽이 발견,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통영 옛 지도에 정확히 나타나는 330여 년 전 통영성의 일부인 원문성터가 존재한다는 지역 사학계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도시개발과 아파트사업 허가를 진행,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31일 통영시와 애조마을 개발 법인사업자인 무전도시개발(대표이사 강동우)에 따르면 '애조원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광도면 죽림리 703번지 일원 공동주택(아파트) 부지에서 조선시대 원문성의 하부로 추정되는 150m의 성곽이 확인됐다.

애조원 개발사업은 통영 관문인 이른바 원문고개에 자리잡은 한센인 집단거주지를 재개발하는 사업. 2019년까지 총 사업비 632억 원을 투입, 21만여 ㎡부지에 1269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와 236세대 주택단지를 조성한다.

하지만 최근 정밀발굴조사에서 원문성의 하부 성곽 유적이 뚜렷하게 발견, 문화재청의 심의까지 주택건설사업 착공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통영시가 이미 원문성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지역사학계에서도 문제제기를 했으나 시가 용역한 경남발전연구원의 '역사유적분포지도(통영시)'를 근거로 그 위치가 다르다고 주장, 수년간 사업을 진행해왔다.

시는 지난해 7월 경남발전연구원의 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문성곽의 유구는 현재 통영시해병대상륙작전기념관을 기준으로 현재 도로인 동서 방향으로 표시, "개발지 애조마을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개발행위에 영향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도시과에서는 도시개발사업법을 근거로 애조마을 개발구역계를 지정하고 실시계획인가까지 진행했고, 건축과 공동주택 인허가 담당부서는 최근 지하 3층 지상 25층 규모의 1269세대 대규모 아파트 건축을 허가했다.

하지만 지역사학계의 지속된 문제제기에 시 문화예술과는 옛 원문성 터가 아파트 사업지에 걸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수렴하고 경남도에 "지표조사가 잘못됐다"고 이의신청을 하고, 지난 4월 부경문물연구원과 한국문물연구원에 의뢰 지표조사와 시굴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에서는 통영시에 '원문성 유구가 확인된 지역 7천㎡에 대한 정밀발굴조사'를 명령했고,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무전도시개발이 5억원의 예산을 투입, 5월 중순부터 국보학술문화연구원에서 본격적인 '정밀발굴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정밀발굴조사에서 '원문성 성곽'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통영시가 제시한 유적분포지도와는 전혀 다른 북신만-광도바다로 이어지는 남북 방향의 성곽이 노출된 것이다.

향토사학계와 전문가들이 '조선시대 고지도'와 기록을 바탕으로 문제 제기한 원문성의 형태가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원문성은 1604년(선조 37) 삼도수군통제영이 오늘날 통영에 설치된 후 1678년(숙종 4년) 윤천뢰 통제사가 통영성을 수축한 후, 4년이 지난 1682년(숙종 8) 원상 통제사가 통영성의 외성이자 통제영 군영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원문을 세웠다. 2층 문루에는 '삼도대원수원문(三道大元帥轅門)'이라는 편액을 걸어, 이곳으로부터 통제사가 직할하는 통제영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1872년 규장각 소장 통영고지도와 통영거북선호텔 설종국 대표 소장 1830년 통영고지도를 보면 원문성 위치와 모양, 규모가 비교적 잘 그려져 있다. 원문고개 언덕에 2층 누각이 있고, 성벽은 3층으로 쌓인 듯한 모양의 성벽이 바닷속까지 길게 연결, 기록과 유적이 일치하고 있다.
국보학술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원문성 성곽 유구가 뚜렷하게 확인된 것은 사실이다. 상층부는 주민들이 밭으로 개간하느라 일부 훼손되었지만 하부 150m 정도의 석성을 쌓은 기초석의 형태는 매우 잘 확인된다"고 말했다.

사학계에서는 "원문성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통영성의 입구다. 원문성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막기 위한 해군사령부 격인 삼도수군통제영의 일부로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일반 읍성과 비교할 수 없는 국가적 상징성을 지닌다. 애조마을 공동주택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통영시와 무전도시개발은 "문화재보호법 우선에 따라 정확한 발굴 결과보고에 따른 문화재청의 심의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무전도시개발 강동우 대표이사는 "발굴 결과 18층 규모의 아파트 한 동(80여 채) 부지에서 통제영 원문성 하부 성곽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의 심의 결정에 따라 학술용역으로 끝나면 바로 주택건설사업에 착공하고, 보존 결정이 내려지면 캡슐 설치 등 다양한 유적보존 방안을 강구한 후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통영시의 잘못된 도시개발구역계 지정으로 피해가 막심하다. 문화재가 있는 곳이었다면 사업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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