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 정책, 도시민보다는 어촌마을 위한 것"

2016 귀어귀촌 박람회.
귀어귀촌종합센터 임매순 전문위원.
귀어귀촌 종합센터 송영택 센터장.

먼저 장면 하나. 도시에서 어촌마을로 정착한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동해안 영덕으로 찾아갔으나 미리 약속해둔 귀어인은 "모임 총무일을 맡아 바쁘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 인터뷰를 하자고 부탁했으나 끝내 거절, 결국 포항에서 현지 수소문해 취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포항 귀어인은 "마을에서 튀어 보이는 것이 꺼려져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귀어인들이 취재를 어려워하는 것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어귀촌'이란 무엇인가. 도시에서 직업을 영위하던 사람이 바닷가 마을로 터전을 옮겨 바다와 관련된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귀농'은 많은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지만, 아직 '귀어'는 낯설다는 이가 많다.

그러나 귀어귀촌은 인생 제2막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수부 자료에 의하면 2010년 60여 명이던 귀어귀촌 지원자금 신청자가 2015년에는 26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귀어귀촌 인구 중 30~40대 비중이 43%로 농촌의 29%보다 높게 나타나 젊은층의 선호도가 농촌에 비해 어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서두의 사례에서 보듯, 막상 귀어를 시도하고 어촌마을에서 정착하는 데에는 폐쇄적인 어촌계 풍토 등 현실적인 장애요인도 존재하고 있다.

귀어귀촌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귀어귀촌종합센터(서울시 금천구)에서도 어촌사회에 뛰어든 도시민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다양한 사례 수집과 상담에 분주한 매일을 보내고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는 지난 2014년 첫 개소 당시에 국립수산과학원(부산 기장) 관할로 운영하다 지난해 어촌어항협회로 업무가 이관, 바다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도시민들을 위해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2일 귀어귀촌종합센터를 방문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나이 지긋한 '전문위원'들이 귀어희망 대상자와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충남도청을 정년퇴임하고 어촌에 힘을 보태고자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임매순씨는 "올해 5월까지   300명이 넘는 귀어희망자를 상담했다. 귀어희망자의 현재 경제적 사회적 상황, 나이, 어떤 일을 했는지, 왜 귀어를 하려고 하는지 꼼꼼히 물어본다"며 "방금 상담한 분은 31세로 서울 직장을 그만두고 낚시배를 하는 고향 부친에게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충남 보령이라길래 더 반가웠다"고 말했다.

귀어귀촌 지원정책, 자금융자와 교육사업
이처럼 귀어귀촌종합센터는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도시인들에게 전문가 상담, 지원정책 안내, 금융정보, 업종별 및 지역별 수산업 동향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귀어귀촌이 생소한 이들을 위해 현장과 연계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센터가 안내하는 지원정책으로는, 희망자들이 어촌으로 이주해 창업을 하고자 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도록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들에게 어업창업자금 최대 3억원, 주택구입자금 최대 5천만원까지 연 2% 이자로 5년거치 10년 분할상환 융자지원이 있다.

또한 귀어귀촌종합센터는 '귀어귀촌 아카데미 종합교육'과 '귀어귀촌 코칭클래스 주말교육'을 운영하며, 교육 이후 실제로 귀어하게 되면 어선어업, 양식어업 등 부족한 기술을 분야별로 배울 수 있는 '어업창업 기술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귀어귀촌 지원사업 "수산업과 어촌지역사회 생산성 유지 위해" 
그런데 귀어귀촌종합센터 송영택 센터장은 "귀어귀촌 지원사업은 사실 도시민보다는 어촌마을 활성화를 위한 부분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센터에서도 모든 상담자를 어촌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각오가 제대로 선 분들을 귀어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도시에서 할 일이 없는데 어촌에 가서 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는 100전 100패다. 귀어인들은 목적의식이 명확해야 한다"며 "이처럼 도시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바닷가로 보내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어촌마을의 인적역량 강화,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귀어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와 지원기관에서도 모르는 바 아니다. 많은 귀어인들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촌마을의 정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이로 인한 마을 주민들과의 마찰 등으로 어촌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어선어업과 양식어업의 면허 및 허가가 신규발급이 되지 않아,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어업권을 승계받아야 하는 문제로 많은 귀어귀촌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귀어귀촌 지원사업이 가진 근본적인 딜레마를 관계기관에서도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송 센터장은 "귀어인들이 도시에서 직업활동으로 쌓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닷가 마을에서 살려서 지역사회의 아이디어 뱅크, 사업 기획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귀어인들에게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쉽사리 포기하지 말고 마을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동네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어촌주민들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며 "섣불리 어선이나 양식장부터 덜컥 구입하지 말고, 귀어귀촌교육과 어업체험 등으로 충분히 준비기간과 경험을 갖춘 뒤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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