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친숙한 선교사 1866년 서양종교라는 이유로 참수당한 이 8천여 명, 통영도 12명

우리나라 근대화에 있어서 문명의 빗장을 열었던 서양선교사들의 희생과 역할로 인해 우리에게는 '선교사' 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친숙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양종교라는 이유로 참수를 당한 선교사를 포함한 조선인 순교자가 병인박해(1866년) 때에만 해도 6년간 약 8,000여 명이고 통영에도 12명이나 된다.

선교사는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기독교의 복음은 문명과 함께 수레의 양 바퀴가 되어 움직여 나아갔다.

기독교를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 프로테스티아(Protestia)에서 유래한 말로서 저항, 항거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여성할례나 인신매매, 인신제사와 같은 잘못된 문화와 무지로부터 일깨워 주며 인간다운 삶과 자유를 영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돕는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가 가는 곳 마다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은 이러한 관습이나 미신들과의 충돌이다. 이러한 토착화된 문화를 거스르지 않으며 지혜롭게 대처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선교사들이 들어올 즈음 조선의 문화와 사회상을 보면 미신, 도박, 축첩, 음주, 가부장적 제도 등이 인간의 삶을 휘감고 있었다. 대개 이러한 것으로부터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들이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교육을 통해 무지를 일깨우고 잘못된 관습이나 제도를 고치며 병원을 세워 질병으로 부터의 고통을 풀어 주고자 했다. 통영에도 이와 같이 근대식 교육과 병원 그리고 복지사업이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당시 호주선교사들이 활동 했던 1900년대 초반,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통영의 사회상과 민간신앙은 어떠했을까?

문화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생활양식과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집단의 공동체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통영은 손만 내밀면 닿을 만큼 지척에 바다를 끼고 있어서 어업에 의존한 생활로 인하여 이와 연관된 풍속이 많이 전해져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당제와 풍어제였다.

당제는 오늘날 유교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발생의 기원은 부여와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 갈 만큼 오래된 고대 민간신앙에서 유래된다. 원래 당제의 목적은 마을의 무사 평안과 번창을 바라는데 있지만 해안 지방은 바다를 접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풍어기원제의 기능을 주로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무속 신앙이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미신타파로 없어지고 지금은 전국 주요 항구 도시에서 전통문화 공연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민간신앙은 일반 종교처럼 교리나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것이 아니라 일반 민중들의 생활 속에서 예전부터 전승돼 오는 주술적 신앙형태를 말한다. 오래전부터 특정 지역 내의 주민들이 믿어 온 신념 체계로서 종교와 자주 혼용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신앙에는 무속신앙과 가신신앙, 공동체 신앙 등을 비롯하여 풍수신앙과 토속신앙 등이 포함된다.

지금과 같이 문명화된 이전의 도서 해안 지역은 대부분 극심한 가난했고, 어업과 관련한 해상사고가 많았으며 한이 서린 고달픈 삶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이 지역 사람들은 자기를 위탁할 절대자가 필요하여 어떠한 대상을 신앙하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제의인 당산제와 용왕제, 풍어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생겨났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도천동이나 인평동 바닷가에는 매일 밤 촛불을 켜 놓고 굿을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섬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용왕제와 굿을 가장 지극하게 행하는 곳은 산양읍 풍화리였다.

매년 새해가 되면 3일간 굿이 행하여지는데 이때에는 외부의 사람들은 일절 출입을 할 수 없었고 학교도 수업을 하지 않고 시내버스도 마을에 들어 갈 수 없었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민간 신앙은 이들의 생활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고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기독교로 개종한다는 것은 여타 지역의 사람들 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으로 이질적인 상황에서 선교사들의 활동은 희생과 사랑,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최후엔 순교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