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출신 박정석 교수 8개 지역 사례연구, '식민 이주어촌의 흔적과 기억'
흔적과 기억 매개한 문화인류학적 관점의 식민이주어촌 과거 공간 분석

통영시 도남동 오카야마촌, 욕지도 자부포, 거제 장승포 이라사촌, 거제구조라 우오시마촌, 포항 구룡포 일본인촌, 울산 방어진 히나세촌. 이 공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제강점기 해양식민지 정책으로 이주어촌을 형성한 지역들이다. 또 '우리'와 관계된 과거이지만, 공식적으로 '우리 것'으로 수용되지 못했던 그 과거로 기억 속에서 무시되거나 방치, 나아가 망각시키고 싶은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럼 기억되고 싶지 않은 그 과거의 역사와 공간이 현재 우리의 입장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기억되어야 할까. 그 해답을 제시하는 한권의 책이 출간,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통영 출신 문화인류학자 박정석 목포대 교수의 '식민 이주어촌의 흔적과 기억' (서강학술총서 98, 서강대학교출판부刊)이다.

일제 강점기 식민 시대의 일상생활이 이뤄졌던 장소와 공간을 통해 피식민자와 식민자와의 관계를 추적하고 그 흔적과 관련된 과거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현재적 입장에서 고찰하는 학술 연구서이다.

식민이주 어촌이 건설되기 전까지 조선의 어장개발 과정을 간략 정리한 총론에서는 조선 후기 청과 일본의 한반도 장악 각축전 속에서 열세인 조선이 어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러일전쟁으로 한반도를 장악했던 일본은 육지에 앞서 바다를 먼저 식민지화했다. 해양 식민화를 위해 일본은 한반도의 요충지마다 식민 이주어촌을 건설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8곳이 기록과 흔적, 기억이 남은 대표적 장소이다.

저자는 8장의 사례 연구를 통해 식민 이주어촌이라는 과거의 공간을 분석하면서 기록 및 흔적과 기억을 매개로 삼았다.

이들 지역은 이주어촌 설립 시기는 물론 조사 시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보다는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 장을 배열했다.

먼저 동해안에서 남해안 순으로 배치하고, 같은 지역에서는 북쪽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 결과 포항 구룡포, 울산 방어진, 거제 장승포, 거제 구조라, 통영 도남동, 통영 욕지도, 고흥 나로도, 여수 거문도 순이 됐다.

구룡포와 방어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이주어촌 설립 당시 모두 섬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을 들자면 구조라를 제외하면 이주어촌이 설립될 당시 대부분은 국가 소유였거나 조선인이 많이 거주하지 않았던 외진 곳이었다.

일본 당국이 이런 지역을 이주어촌 조성지로 선택한 것은 조선인과의 마찰이나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개입한 결과였다.

여기에서 분석하고 있는 식민 이주어촌은 서로 독립적으로 건설되었지만, 어업의 특성상 서로 연계돼 있으며 그 주요 연결고리는 운반선업자였다.

모든 이주어촌에는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 자녀들의 교육기관인 학교, 외부(일본)와의 연락망인 우체국이 있었다. 치안, 교육, 정보는 식민지배의 필수요소였다.

비록 흔적의 형태로 남아 있지만 경찰서, 학교, 우체국을 위시한 이주어촌의 공간 배치는 식민지 경영 및 감시망을 짐작케 하는 요인이었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 '과거 이곳'의 주체였던 일본인이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었다.

한마디로 '우리'와 관계된 과거이지만, 공식적으로 '우리 것'으로 수용되지 못했던 그 과거가 일상의 차원에서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추적 조사한 것이다.

결국 망각하거나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싶은 과거도 흔적과 기억의 형태로 현재의 시간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은이 박정석 교수는 통영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와 대학원을 마치고 인도 하이데라바드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북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및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를 거쳐 현재 목표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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