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1번지 통영의 숙원 중 하나인 바닷모래 채취 금지. 지난하고 힘들었던 싸움의 끝이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어민 편에 서서 바닷모래 채취 금지 등에 앞장섰던 김영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진구갑)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과학적인 정밀 조사·연구와 부산 신항 모래 공급선 변경 검토 등 바닷모래 골재 채취 중단과 금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낙관하고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5월 23일 새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첫 바닷모래 채취 관련 민관협의는 골재업계의 반발과 기존 국토교통부 관료의 미온적인 태도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통영수협·멸치권현망수협 등을 망라한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는 이날 민관협의에서 애초 새 정부와 어민단체가 합의한 △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단지관리자·어민단체가 참여하는 골재채취 민관협의체 구성 △바닷모래 채취 최소화 방안 △바닷모래 채취해역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연구 △바닷모래 채취금지 방안 등의 논의를 기대했다.

하지만, 골재업계는 새 정부와 어민단체가 합의한 민관협의회 구성 틀에 자신들은 물론 건설업계의 참여를 요구했고 또한 바닷모래 채취 깊이 해저 10m 제한 규정의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기존 국토교통부 관료들은 이런 골재업계의 대응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고, 어민단체는 '국토부가 꼼수를 부린다'며 회의는 파행됐다. 바닷모래 채취 전면 금지 등과 관련해 갈 길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연근해어업생산량은 92만 톤으로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톤이 무너졌다.

어선 감척, 수산자원 방류사업 등 어민과 수산업계는 그동안 어려움을 감내하며 수산업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바닷모래 채취 전면 금지라는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수산업이 맞은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동안 줄기차게 골재채취 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다시 어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연장했다.

이에 지난 3월 15일 강구안 문화마당에서는 통영수협·멸치권현망수협·근해통발수협·멍게수협 등과 분노한 어민·시민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000여 척의 중대형 어선들은 같은 시각 욕지 앞바다 남해골재채취단지 해역에서 뱃고동을 울리며 해상시위를 벌였고, 15만여 명이 이날 전국 곳곳에서 채취 연장을 규탄하는 목소릴 높였다.

수년 간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모래를 퍼간 욕지 앞바다는 난류와 냉수대가 만나 복잡한 해양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대륙붕으로, 바다 생물이 서식·산란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바다 전문가들은 1만 년 넘게 켜켜이 쌓여온 바닷모래의 무분별한 채취를 복구하기란 아주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바다 생태계를 무참히 파괴한 바닷모래 채취. 이에 대한 과학적인 정밀 조사와 연구를 이제라도 진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토교통부는 골재 채취업계의 논리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골재 수급 대책은 물론, 파괴된 바다 생태계를 복구할 방법과 그동안의 어민 피해에 대한 적적할 보상대책을 한시라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통영 출신 전현희 국회의원과 박완수 국회의원이 남해골재채취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거제 출신으로서 바다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다. 이 정부에서 슬기롭게 해결해 주실 거라 믿는다.

바닷모래는 물론이고 통영 지역경제의 양대 축인 수산업 그리고 조선 산업 대책까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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