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연극의 발상지 통영, "7월의 무더위 썩 물렀거라∼재미난 연극이 나가신다"

2017 통영연극예술축제의 화려한 라인업이 결정됐다.

국내외 30개 단체 59회 공연, 10회 전시, 연극캠프 3회, 북카페 10회, 통영홍보상품 운영 5회….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9회를 맞이하는 통영연극예술축제는 통영시와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 주최 주관으로 7월 7∼16일 통영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통영지역 문화자원을 활용, 콘텐츠로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축제를 관통하는 개념 또한 '문화콘텐츠의 향연'(Feast of cultural contents)이다.

통영의 역사와 예술이 살아 쉼 쉬는 문화콘텐츠와 문화브랜드를 창출하고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생활 속의 연극 축제를 지향한다. 스토리에 맞는 공간을 찾아 배우가 이야기꾼이 되어 관객과 연극여행을 떠난다.

축제 프로그램은 △통영 콘텐츠 창작 스테이지 △TTAF 스테이지 △가족극 스테이지 △꿈사랑나눔 스테이지 △섬마을 스테이지 △생활 속의 스테이지로 나눴다.

개막작으로는 야소골마을의 설화인 임진왜란 시절 민초들의 삶을 담아낸 '덩이' 공연을 창작초연으로 선보이며, 폐막작으로는 지난해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을 받은 위안부의 이야기 '아카섬이 남긴 것은' 이다.

이 두 작품은 통영콘텐츠창작스테이지로 통영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TTAF 스테이지는 이 시대 주목해야 할 연극으로 6개 공연단체의 작품이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과 벅수골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통영콘텐츠 창작초연 개막작 '덩이'
통영 야소골 마을 민초들의 삶

통영 야소골의 설화, 한센병 환자가 물도랑에서 목욕을 하고 불치의 병이 나은 후 물이 말라버렸다는 이야기와 한자지명인 야소곡(冶所谷)을 풀이, '당포 수군 만호전'에 무기를 제작했던 대장관이 있었다는 지명 유래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극단 벅수골 2017 통영콘텐츠 창작스테이지 첫 작품인 '덩이'(물도랑사랑·원작 장영석, 작가 김선율, 연출 장창석)는 왜군들의 수탈과 횡포에 지친 그 시대 민초들의 삶을 노래하며 저항의 몸부림으로 자유를 쟁취하고자 한다.

작품 배경은 대장장이 한명 한명 실력이 아주 뛰어나 조선의 왕에게도 인정을 받는 통영의 야소골. 왜군들이 야소골에 들이닥쳐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마을의 여자를 한명씩 죽이겠다하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협조하겠다는 사람, 목숨을 다하더라도 대장장이 정신을 버리면 안된다는 산양댁. 그날 밤 수상한 그림자가 마을에 나타난다. 몇 년전 한센병에 걸려 마을에서 쫓겨난 문둥이, 산양댁의 장남 장철이다. 그는 혼자서 왜군과 싸울 준비를 하는데….

2017 통영연극예술축제 개막작이자 통영로드스토리텔러 시즌3 선정작인 이 작품은 7월 7일(금) 오후 7시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시간은 75분. 10세 이상 관람.


통영콘텐츠 창작초연 폐막작 '아카섬이 남긴 것은'
2016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 수상작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민선은 파리 유학 중인 딸 인영을 불러들인다. 인영에 의해 드러난 할머니 유품인 일기장은 단란했던 가족을 번민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다. 정치인 아버지는 자기 어머니의 군 위안부 고백이 담긴 일기장을 태워버리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딸과 갈등한다. 민선까지 세상의 평판을 걱정해 자신을 만류하자, 남자친구(마츠모토)와 아카섬으로 직접 가 할머니 유언 속 증거품을 찾으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데….

2016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 수상작인 '아카섬이 남긴 것은'(작 김정리, 연출 박정렬) 연극집단 反 에 의해 무대화 됐다.

역사는 진행형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유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따른다. 이번 작품은 우리 현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현재의 젊은이들이 예술이라는 방법으로 우리의 역사적 아픔을 세상에 밝히고자 하는 지점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위안부)의 고백. 부모세대의 감추고 싶은 숨기고 싶은 내면적 갈등, 현 젊은 세대들의 아픈 역사를 창조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용기, 이 세 가지의 현실이 '아카섬이 남긴 것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토대이고 현재를 들여다보는 시각이다.

7월 16일(일) 오후 3시, 7시30분 통영시민회관 대극장. 100분. 12세 이상 관람.
 

연극-희곡 콘텐츠 '시계가 머물던 자리'
123년을 살아낸 남매의 노래

제16회 한국 국제 2인극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시계가 머물던 자리'(작 이시원, 연출 최원종)는 한편의 아름답고 따뜻한 미스테리 연극이다.

작품은 오래 전 문을 닫은 시계방에서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누나(소현)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고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나는 8년 전 집을 떠난 동생(은수)에게 연락을 하고, 동생은 누나와 함께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기 위해 8년 만에 집을 찾아온다.

눈 내리는 겨울 밤, 누나와 동생은 오래되어 낡고 힘이 없는 석유난로를 사이에 두고 오래 전 문을 닫은 아버지의 시계방을 정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지배하고 있던 낡은 시계들과 기억을 잃어버린 아버지와의 추억을 정리한다.

이 작품은 마음은 따뜻했지만 유머감각이 없었던 부모 밑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남매가, 자신들만의 유머감각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남매의 삶의 유머감각이 관객을 웃기고 울게 한다.

7월 8일(토) 오후 3시, 9일(일) 오후 7시30분 벅수골 소극장. 50분. 12세 이상 관람.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연극-움직임 콘텐츠
범아시아 마임계의 선구자 '만스케 극장'

일본 코미디 마임의 대가이자, 범아시아 마임계의 선구자 코지야마 만스케가 일상을 유머와 따뜻함이 담긴 시선으로 해석, 언어가 없는 몸짓으로만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이다.

'만스케극장'(마임공작소 판)은 코지야마 만스케가 스토리를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양복차림에 로이드안경을 쓴 약간 모자란 샐러리맨. 모자란 남자와 웃는 남자, 의미 없는 두 사람의 세 가지 에피소드를 그려내는 옴니버스형식으로 대사는 한마디도 없다.

일상생활 속에 갑자기 들이닥친 부조리를 유머와 페이소스로 그려내는 이 작품은 한정된 극한 상황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인간의 슬픔과 처절함 그리고 상냥함과 따스함을 그려내는 무언극이다.

7월 8일(토) 오후 7시30분, 9일(일) 오후 3시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 70분. 14세 이상 관람.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연극-시대의 흐름 콘텐츠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늙은 소년들의 왕국'

극단 걸판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작·연출 오세혁)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비극의 왕 리어와 희극의 왕 돈키호테가 서울역 광장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딸자식들에게 버림받고 광야를 헤매던 리어, 서울역 광장에 도착해 그를 보고 마구 웃어대는 돈키호테를 만난다. 비극의 리어와 희극의 돈키호테는 서로 '잃어버린 반쪽'일지 모른다며 함께 모험을 하기로 한다. 서울역 광장에는 이미 부랑자들이 터를 잡고 있다.

광장을 찾아와 초코파이를 나눠주는 구원의 손길들. 하지만 두 늙은이는 부랑자들의 새치기에 떠밀려 구원받지 못하고 굶주린다. 광장에 어디선가 쫓겨난 듯 버림받은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부랑자들로부터 소년을 지키기 위한 왕국을 만드는 리어와 돈키호테.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다가오는 2막의 세계….

과연 그들은 그들만의 왕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7월 10일(월) 오후 7시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90분. 10세 이상 관람.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연극-가족감성 콘텐츠
한 가족의 간직한 슬픈 사랑의 노래 '양파'

관객의 감성을 쥐어흔드는 가족애를 향한 역설적 메시지 '양파'(작 김수미, 연출 손병태)는 극단 액터스의 작품이다.

시대가 변할수록 사회는 점점 삭막해지고 특히 가족마저도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있다. 아이들을 버리는 무정한 아버지, 남편의 외도로 집나간 어머니, 아내의 불륜에 눈물 흘리는 남편과 버려진 아이들의 무분별한 범죄행위, 더 이상 가족은 가족이라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오늘날 무엇이 우리의 가정을 이처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까?

벗기면 벗길수록 눈물만 나게 하는 양파, 과거의 감추어진 진실을 찾아 열 두 껍질을 벗겨보지만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양파는 가족 구성원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 대화의 단절 속에 지속되어 온 의심과 편애, 그에 따른 폭력과 파괴, 죽음에 이르는 가족사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7월 10일(월) 오후 7시30분, 11일(화) 오후 7시30분 벅수골 소극장. 90분. 14세 이상 관람.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연극-작가 콘텐츠
덜컹거리는 부부,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

극단 이루마의 '황소, 지붕 위로 올리기'(작 김광탁, 연출 이삼우)는 서로 다른 분명한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남녀의 부단한 노력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보편타당한 문제에 대하여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놓고 벌이는 이성적인 충돌로 이뤄진다.

실직한 지 5년이 넘은 남편과 중등학교 과학 교사인 아내, 일상의 사소한 일로 끊임없이 충돌하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결혼한 지 7-8년, 어느덧 서로가 닮아간다고 느낄 때쯤, 닮아가는 서로에게 이젠 별반 매력을 느끼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루한 일상의 탈출이랍시고 여행을 계획하는데….

여행은 자신과의 대화라고 했던가. 서로에게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 시작된 두 사람의 여행은 그 시작과 함께 좌충우돌 야단법석을 떨고, 여행 중에 생기는 기막힌 에피소드가 연극 같은 인생의 한 자락을 펼쳐놓는다.

7월 12일(수) 오후 7시30분, 13일(목) 오후 7시30분 벅수골 소극장. 80분. 14세 이상 관람.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연극-지역이야기 콘텐츠
문학과 연극의 가장 아름다운 만남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원작 이효석, 연출 김원석)은 가산 이효석 탄생 110주년을 기념, 한국 단편 소설의 백미 메밀꽃 필 무렵을 명품극단이 무대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메밀꽃이 핀 달밤에 한 여인과 맺은 단 한 번의 사랑을 회상하며 세상을 여행하는 장돌뱅이의 애환을 시적으로 그려내며 한국어의 미적 음율을 극대화한 한국 문학의 백미이다.'축제'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인의 신명과 애정'이라는 주제 를 무대에 펼쳐내어 외국 작품에 자리를 내주고 연극 무대에서 홀대받고 있는 한국 문학에 대한 재발견을 기대하는 작품이다.

문학과 연극의 가장 아름다운 만남으로 손꼽히며 2007년 초연된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은 이후로도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명품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다.

섬세하고 양식적인 연출 방법론과 지속적인 발성과 신체 훈련을 받은 극단의 전속 배우들, 매혹적인 선의 한국 무용을 통해 재탄생한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은 책 속에 누워있던 이효석의 명문(名文)을 무대에서 하나 둘 숨 쉬며 움직이게 하고, 그것으로 하여금 관객들에게 한국 문학과 연극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끼게 할 것이다.

7월 15일(토) 오후 7시30분, 16일(일) 오후 3시 벅수골 소극장. 65분. 12세 이상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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