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독립출판서점 '참깨책방 깨북' 안상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에게 큰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책을 펼치면 책의 내용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일거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곳저곳 정리를 끝내고 책을 보려고 하면 다시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 일을 하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겨우 책을 읽으려 하면 제 손엔 핸드폰이나 TV리모콘이 들려 있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제가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독립서점에 매력을 느끼고, 강릉에서 '깨북'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애착이 가는 책을 소개합니다.

'뷰레이크 타임 석호이야기' 저자 고종환,고기은(위아고앤) 2017.01.20. 148x210. 120p. 10,000원

'처음'은 설레고 기억되기 마련입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작가님을 통해서였습니다. 아직 서점 간판도 없고, 정리도 안돼서 어수선했던 지난해 11월쯤으로 기억합니다.

작가님은 강릉에도 독립서점이 있는 것을 알고 무척 반가워하면서 찾아 준 첫 고객으로, 저에겐 책방 운영의 즐거움을 안겨 준 분입니다. 그 분의 책을 소개합니다.

2005년 첫 방영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브레이크 대신 뷰레이크(View Lake). 주인공 석호필(주인공의 한국식 별명) 대신 석호(潟湖). 드라마도 좋지만 영동권 석호를 돌아보면서 힘들었던 '나'를 챙겨 보면 어떨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을 읽고 다시 경포호에 가면 평범해 보이던 꽃이며, 돌이 이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 같고. 나를 반겨 주는 것 같습니다.

책에 소개된 곳을 여행하면서 차츰차츰 변해 가는 자신을 돌아보고, 아껴 줄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찍은 사진에 큰딸이 글을 쓰고 작은딸이 편집한 따뜻한 책입니다.

'나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그림책' 저자 배철.김지수 2017.05.25. 148x210. 286p. 10,000원

'나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그림책'은 강원도를 거점으로 활약하는 젊은 아티스트 배철 선생님이 기획하고 김지수 선생님의 글과 그림을 담아 만든 독립출판물입니다.

원래는 배철 선생님이 '착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그림책'과 한 쌍으로 만든 책이었지만 강릉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김지수 선생님의 개인전을 기념하며 드로잉북의 형태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착한가 봅니다. 책의 내용을 알 수가 없네요. 여러분도 한번 마음을 테스트해 보세요.

* 참깨책방 깨북은 지난 12월 강릉의 '물고기이발관'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생긴 독립출판 서점이다. 산, 바다, 호수, 그리고 커피향이 가득한 강릉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강릉 명주 골목에서 진행된 북퍼포먼스에 참여하거나 강릉시립미술관에서 책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지역 문화 프로그램에 기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몽골 '솔롱고스 어린이 미디어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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