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산대첩축제의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서 치러지는 행사에 우국(憂國)의 애를 끓는 노래가 언제쯤 축제의 창(唱)으로 불리어질까?

예로부터 통영은 일본수군의 수륙병진계획을 좌절시키고,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조선침략에 사형선고를 내린 한산도 대첩의 고장이다. 이 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이순신장군의 후예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성대하게 행사를 치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축제에서 벗어나 전국의 대표 축제로 발돋움 시켜내기 위한 통영시와 기념사업회의 각고의 노력은 이미 최우수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닷새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행사기간 동안 날짜별로 갖가지의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어 대첩의 의미를 살려 내려는 노력의 흔적도 곳곳에서 뚜렷하다.

그러나 55회의 행사를 치루는 동안 진정으로 장군의 우국충정을 주제로 행사를 치른적이 있었는가? 크게 싸움에서 이겼으니 축하의 제전을 펼쳐서 볼꺼리, 먹꺼리, 즐길꺼리 만을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축제의 장으로 모습이 변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대단히 조심스러워지는 지금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맹자께서는 '덕행이 뛰어나고, 지혜가 출중하며, 수완이 있고, 지모가 탁월한 사람은 항상 환난과 고난 속에서 그 자신을 단련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른 것이다. 특히 임금에게 버림받아 고립무원해진 신하와, 어버이에게 천대받는 서자는 그 조심스러움이 백척간두에 서 있듯 위태롭고, 환난이 닥칠 것을 항상 깊이 염려하기에 그들은 지혜가 늘어 사리에 통달하게 되는 것이다.' 라고 통찰하신 바 있다.

장군께서도 이와 같았기에, 온갖 시기와 모함 속에서도 우국충정의 오롯한 일념만이 자신을 지켜내는 유일한 지주였으리라. 전쟁을 치르고 진영으로 돌아와도 휴식은 과분한 처사였던 것이 그의 일기와 시 전부에서 드러난다. 그러한 장군의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을 달래주었던 평온한 안식처가 다름 아닌 일기쓰기와 시의 창작이었으리라 것을 짐작한다면 결코 소홀하게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우국과 충정으로 넘쳐흐르는 장군의 시 이다. 철두철미한 무장(武將)이면서도 인정 많은 대 문장가였던 충무공의 나라사랑 정신을 이제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도 적용할 시기가 도래했다. 장군께서 직접 창작한 시로써 말이다.

이에 부응하듯 근자에 장군의 시를 창(唱)으로 해봐야겠다는 큰 뜻을 세우신 분들의 노력으로 선율선 시조보(旋律線 時調譜)가 여민락에서 발간이 되었다. 이미 널리 애창되고 있는 '한산도가'를 포함하여 우국과 회한이 서려있는 18수(首)를 선택하여 다섯 가지 창법을 적용시켜 장군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한 악보이다.

감정을 실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노래만큼 강한 것이 있을까. 엄숙함을 더해 통영문화의 정체성과 혼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방법 가운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조창(時調唱)으로써 대첩축제의 의미를 더 높이는 방법을 감히 제안한다.

국악의 한 갈래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조창은 결코 낯선 음악이 아니다. 부질없이 질러대는 고함소리나, 불편한 소음도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오묘하고 신비한 맛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조상들이 오래전에 이미 불러왔던 노래이기에 더욱 그렇다.

상상해보라, 전국에 시조창 동호인만 해도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의 의욕은 대회가 개최되는 어디에서라도 이루어 내고야 마는 강한 선비정신의 자부심으로 무장되어있다. 이들의 1%만 통영을 무대로 경창대회에 참가한다 해도 통영시는 넘쳐난다.

이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선양하고 한산대첩의 성전을 되새겨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한산대첩 축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한산대첩기념사업회의 주관으로 이 대회가 개최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날 갑옷과 전대(戰帶)를 끄르지 못하고 밤을 지새우며, 통제사의 사명과 책임에 빈틈없이 임했던 그의 완벽주의에, 정신적 안식을 제공했던 시 창작은 장군이 추구하고자했던 삶의 실체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제 그의 시가 한산섬 수루에서 시조창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장군께서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개최의 시기는 원문성(轅門城) 터의 복원과 더불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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