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덥다. 한여름이니까.

가마솥 같은 더위라고, 아폴론과 루나의 조화로 바뀌는 계절과 날씨를 한낱 인간이 어찌 탓할까? 여기에 인력(人力)이 끼어든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번 주가 피서의 피크다. 통영으로 수많은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들은 충무김밥 꿀빵 우짜 회 같은 통영의 별음식을 사먹고 숙박을 하면서 돈을 뿌릴 터. 그런 업소를 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수입을 올리게 할 거고, 시는 세금을 더 걷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된다. 좋은 점은 여기까지.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은 걸어오지 않고 분명히 차를 몰고 와서 불법주차를 하고 시내를 온통 주차장으로 만들 거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차가 뿜어내는 열기는 시내를,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열섬현상'으로 만들어 놓을 게 분명하다. 그뿐 아니다.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버리고, 공중도덕을 무시하고 무단방뇨하고, 술이 돼 밤늦도록 고성방가를 할 게다.

쓰레기 수거 방식을 바꾼 뒤 거리는 매우 청결하고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문전 수거는 비용이 전보다 많이 들지만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 곳이나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너도나도 양심을 거기에 버린다. 여기에 관광객들과 피서객들이 합쳐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일련의 무질서의 피해자는 피서객이나 관광객 들이 뿌린 돈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통영시민들이다. 차를 몰고 급하게 어디를 가려 해도 도로가 막혀 갈 수가 없다. 가더라도 1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통영보다 관광객들이 훨씬 많은 이태리 베네치아로 가보자. 세계적인 관광지 그곳에서 지금 시민들이,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는 관광객을 원치 않는다" "거주권을 보장하라" 같은 피켓을 높이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단다. 왜 그럴까? 해서 기사를 자세히 읽었더니 작금의 통영과 엇비슷하게 대다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마다 3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교통이 마비되고, 집값이 폭등하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이 통영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시민들이 "더 이상 통영으로 오지 마" 라고 쓴 피켓을 들고 베네치아 시민들처럼 시위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내 도로가 막히지 않게 길을 더 넓히고, 주차장을 크게 많이 확보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 감시요원을 배치하거나 CCTV를 곳곳에 달고···.

이러한 방법은 누구나 생각하고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요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다. 현재 시는 황금연휴나 이런 피서철에 자동차 2부제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같은 순진한 시책만 펴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에 대다수 시민들의 불평은 대단하다.

그 불평을 잠재우기 위해서 시 행정을 책임진 분들은 통영시민뿐 아니라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모종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그러한 시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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