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향인 김호진(문화기획자)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사


"제 경우엔 자신을 기획 없이는 살 수 없는 입장에 놓습니다. 따라서 기획을 '일의 일부' 로만 받아들이는 사람과는 절박감의 강도가 전혀 다르지요"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첫 문장에서 무릎을 탁 하고 쳤습니다. 저 역시 기획 없이는 살 수 없는 기획자이기 때문입니다.

동피랑에서 태어나 27년 가까이 통영에서 거주하다 서울에 올라온 뒤, 여러 직장을 다니다 기획을 하는 게 제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게 2010년의 일입니다. 그 이후로 서울에서 여러 공연이나 행사를 기획하며 매진 같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매번 기획과는 관련 없는 직종의 회사를 다니면서 별개로 공연 기획을 해왔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고된 일이었지요. 그 와중에 기획에 대한 열정과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는 소개할 본 책과 같은 독서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지적자본론'은 기획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 있어서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책입니다. (굳이 정답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세상 일에 정답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일본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장인 '히와타시 게이스케'와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대표이자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기획에 대한 대담으로 시작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시장과 회원 수 수천만명의 서비스를 기획한 중견 기업의 사장이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대담을 하게 된 건 게이스케 시장이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운영을 무네아키 대표에게 맡겼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시민을 위한, 대표의 시민이자 고객을 위한 기획과 고민은 결국 인구 5만명인 다케오 시에서 개관 13개월만에 방문객 100만명 돌파라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대담 이후에는 무네아키 대표의 기획에 대한 마인드가 각 챕터별로 펼쳐집니다.

읽어 가면서 감탄을 했던 건 무네아키의 자랑스러워 할 만한 회사의 업적이나 자기 자랑 보다는 끊임 없이 공부를 하고 고객을 위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는 자세였습니다.

말이 쉽지,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가장 기대하기 어려운 게 그런 부분이지요.

저 역시, 주위로부터 성공한 기획자 라는 평판을 듣기 보다는 도태되지 않고 감각을 끊임없이 유지하고 싶은 기획자가 되고 싶기에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럼 책의 제목인 '지적자본론'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본문에 나와 있는 무네아키 대표의 변을 실어 봅니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자본이었다. (중략) 그런데 소비 사회가 변하면 기업의 기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 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재무자본에서 지적자본으로.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지적자본론'으로 정했다"

문화기획자라고 소개하는 저로서는 비록 분야는 다를지라도 기획에 대한 생각은 그와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울의, 그리고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제 고향 통영에 대한 원대한 프로젝트를 갖고 있고 그걸 위해 천천히, 하지만 탄탄하게 여러 문화 기획을 해가면서 내공을 다져나갈 참입니다.

제가 언젠가는 돌아올 통영 역시, 행복 바이러스로 넘치길 바라며 끝으로 히와타시 시장이 생각하는 기획이자 시정에 대해 남겨 봅니다."한편 제가 마스다 씨를 보고 느낀 점을 말한다면, 말씀 중에 '고객 가치' 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시민 가치'로 바꾸어 보았지요. 제가 세우는 기획의 원천은 모두 거기에 있습니다. - 히와타시 다케오시장

※ "기획하기 위해 직장에 다녔다"는 김호진씨는 생업으로 IT 기업에 근무하면서도 문화 특히 공연기획에 정열을 쏟았습니다. '홍대앞'으로 대표되는 인디음악계에서도 김호진씨가 기획한 수차례의 공연들은 독특한 컨셉과 재미로 음악팬들은 물론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호평받았습니다. 재경향인인 그가 향후 고향 통영에 돌아와서 벌일 일은 어떤 것일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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