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정보 공유로 시민권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거제에서 통영을 거쳐 구미까지 간다는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었답니다.

제가 최근에 한국개발연구원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보고서가 8월말이면 인쇄되어 나온다고 하네요. 이미 알려진 것처럼, 남부내륙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수익 대비 비용의 비율은 0.72로 나왔답니다(한국일보, 2017년 5월 11일). 쉽게 말하면 수박 한 통을 1만원에 사서 7200원에 파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총사업비가 약5조원이니, 계산해보면 약 1조4천억원(5조원×0.28)을 손해 보게 될 겁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김천-거제 KTX 조기 착공 추진'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님들은 그래도 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지금 남부내륙고속철도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통영시 행정 정보 도서관'을 건립하자는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정부가 큰 돈을 쓸 때는 반드시 그 타당한 이유를 증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산 낭비를 위해서 오래 전부터 법률로 그렇게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타당성 조사 보고서, 환경영향평가보고서 등이 큰 사업마다 작성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보고서들이, 몇년만 지나면 다 사라져 버립니다. 독자님들도 한번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통영에서 건설된 지 10년도 안된 굵직굵직한 건축물 등은 타당성 조사를 해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을 계산했을 텐데, 거의 검색이 안됩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 보고서들이 시청 어디 창고에라도 남아 있기나 할까요? 그것을 시민들이 열람하는 건 가능이나 할까요? 시청에는 문서 보관 기간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일반적인 문서들은 3년 내지 5년이면 오히려 폐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합니다. '통영시 행정 정보 도서관'을 건립하면 어떨까요? 그 동안 통영시청에서 만든 중요한 보고서들, 아니면 중앙 정부에서 만들었더라도 통영과 관련된 중요한 보고서들을 이 도서관에 모아두는 겁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어떤 정책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쯤 지나, 과연 계획서대로 되었는지 시민들이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 6월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입니다.

저는 이런 개헌에 반대합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지방정부의 권한만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시민권력이 강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개미(시민)와 코끼리(시장)만큼 차이가 납니다.

이런 상태에서 지방 권력을 더 강하게 하면 시장의 권력은 공룡만큼 커질 겁니다.

그러면 시장의 부정부패가 훨씬 더 심각해질 겁니다. 우리 통영이나 고성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시장과 군수가 부정부패로 몇 번이고 구속되고 바뀌는 일들이 더 많이 벌어질 겁니다.

이런 일을 조금이나마 방지하려면 시장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를 시민들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 정보 도서관이 바로 그런 방법 중 하나입니다.

창녕에 가면 석빙고가 하나 있습니다. 그 앞에 비석이 하나 있는데, "조선 영조 18년(1742년) 당시 이곳의 현감이었던 신후서(申侯曙)에 의해 건립되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그 비석엔 당시 공사를 책임진 실무자와 건설 후 감리를 맡은 감독자 등의 이름까지 적혀 있습니다. 우린 지금 어떤가요? 어떤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책임지는 정치인을 보신 적 있나요? 수백년이 지난 이후에도 책임자를 알 수 있도록 아예 비석으로 만들어버렸던 조선시대보다도 더 못한 시대를 우린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장용창 (주)오션연구소 소장, 행정학 박사, 인회계사, 공감대화 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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