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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시 통영 55 - 함께 사는 삶, 함께 읽는 책광주 동네책방 숨 이진숙
   

광주광역시의 신도심 주거지 수완지구에 살면서 작은 동네책방을 운영한 지 2년째가 되어간다. 무엇이 가장 어렵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일이지 싶다.

동네책방 숨의 성격과 지향점을 보여주면서도 함께하는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책, 사람들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구입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하는 책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중엔 딱딱하고 치열한 연구서도 있고 예쁜 삽화가 그려진 시간 때우기에 좋은 책도 있는데.

공통점은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숨이 꿈꾸는 사회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이들이 자기 본성대로 살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 인생이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 말이다.

얼마 전 대표적인 민중예술 작가 홍성담님이 만든 첫 그림책 '운동화 비행기'도 그렇다.

아무리 그림책이 대세라지만 '아이들 그림책을 민중작가가?'라는 궁금증과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역시'라고 감탄했다. 그동안 홍성담 작가가 다양한 주제의 연작 작품으로 전달했던 감동과 전혀 다르지 않은 무게로, 그러면서도 쉽고 친근한 글과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주인공인 '능화초등학교 2학년 새날이'와 함께 웃고 우는 사이에 읽는 이의 마음도 어느새 5월 광주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해진다.

엄마를잃은아이가나에게주먹밥을건넸어. "너는 내가 보이니? 피해야 해." 아이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웃었어. 아이 손엔 고무줄 새총이 꽉 쥐여 있었지. 아! 아이는, 사람들은 알았던 거야. 위험을 알고도 서로 물러서지 않았던 거야.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보듬는 사이, 계엄군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어.

작가는 "'민주주의'는 아마도 자신에게 가장 귀중했던 것을 내놓아 사람들과 서로 나눔으로써 지켜지는 것일 테니까요. 이렇듯 오월 광주는 행복한 도시였고,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들이었습니다"라고 작품후기를 남겼다. '광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월 민주화 운동 이야기가 의미 있는 이유는 국가폭력과 불의에 항거한 몇몇의 영웅이야기가 아닌 시민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개하고 싶은 또 한 권의 책 '기적 아닌 날은 없다'

익히 학생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진 저자 강위원 님이 가족 그리고 몇 명의 지인 가족과 함께 농촌마을로 들어가 '여민동락(與民同樂) 공동체'를 꾸리고 10년을 살면서 뚝심 있게 시도해 온 마을과 공동체, 복지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민동락은 모시송편으로 유명한 영광군 묘량면 한쪽에서 쉽지 않은 정착기를 거쳐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살고 있는 일터공동체다.

마을과 공동체의 본래 성격을 염두에 두고 현재 상황에서 시작하여 길을 만들어 가다 보니, 농사도 짓고 할매손 모시송편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이문 남지 않는 마을의 '동락점빵'도 운영하고 있다. 때론 방역트럭을 운행하거나 이동장터나 마을학교를 열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거나 폐교 위기의 묘량초등학교 살리기운동을 하기도 했다.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새삼 진솔한 공동체의 속사정과 그 공동체를 꾸려 온 과정을 알게 되어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절절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공동체를 꾸려가는 이들의 고백서이자 투쟁기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함께해야만 가능한 것들도 있다. 그것이 기적이리라. 더 이상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몸을 움직이고 발을 내디딜 용기를 주는 책이다.

사회적경제의튼튼한마당은본래농촌이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지역이 공생하는 세상! 우리들의 오래된 희망이자 도전이다...(중략)... 마을에서 마을 사람과 함께 마을자치를 이뤄가며 우리들의 나라, 평민들의 공동체를 가꾸어야 한다. 동락점빵 협동조합의 길이 그렇다. 아주 작은 도전이지만, 농촌 주민들 스스로 이뤄가는 풀뿌리 자치의 텃밭이다. 마침내 이 텃밭은 협동하는 이웃과 함께 스스로 살피고 돕고 살리는 농촌마을 공동체의 드넓은 평야로 확장돼 나갈 보물이다.

*동네책방 숨은 광주의 작은 도서관으로 시작한 동네책방이자 북카페, 북스테이 기능을 갖춘 복합문과공간이다.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와 주인장이 골라놓은 맛난 책이 기다리는 곳. 책방 숨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꾼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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