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에 걸친 136편의 백두대간 산과 길 풍경…문학사적 대사건

석벽에 널린 뿌리 네 천불동 가을 단풍
곳곳에 전설가루 천상의 피사체다
봉긋이 공룡능선이 날을 세워 다투네.

곱다시 싸락 별빛 천당폭 오련폭포
피로도 수이 좇네 죽지 터는 비룡폭포
돌 틈쯤 문수 귀면암 독경소리 늘 잦다.

천개라 불상 조각 시중보살 합창 예불
네 가히 설악 중 최고 옥류의 노랫가락
속세를 뒤로 제킨 양 양폭의 틈새 기어 넘다.
<백두대간, 길을 묻다 시조집 중 천불동 계곡>

김보한 시인이 10여 년에 걸쳐 백두대간의 산과 길, 풍경을 만나면서 쓴 시조들을 갈무리, 한권의 서사시조(敍事時調)집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문학계에서 산행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상의 시' 즉 '산악시조'를 구현함은 물론 경로와 행보의 총체에 있어 전문한 문학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보한의 서사시조집 '백두대간, 길을 묻다'(출간 시계)는 추상적 개념의 산이 아니라 현존하는 거대한 산줄기를 직접 체험하고 느낀 '산의 날것'을 한권의 창작집으로 완성한 것이다.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청옥산·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월악산·속리산, 황학산·삼도봉, 덕유산, 지리산 총 10부로 구성된 이 시조집은 백두대간 남한지역 10구간이라는 생태구분에 근거, 총 136편의 시조로 노래되고 있다.  

대간을 잇는 개별 산악 유래와 형상을 매우 세세하게 표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온 몸으로 걷는 시인의 현존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 또한 쟁쟁하다.

문학평론가 하상일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그의 시는 단 한번도 생명없는 자리에서 보금자리를 만들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적 변용과 감각과 수사로 장식된 장황한 요설을 지향하는 우리 시단에서 오히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날것으로 현상의 시학을 고집하는 시인의 행보는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역시 "시인은 지난 10여 년 간 백두대간 생명의 발원에서 남루한 현실과 오염된 문명을 거부하고 새 희망을 찾으려 했다. 살아있는 지각과 경험이 휘발하고 파괴되는 오늘날, 김보한의 백두대간 서사시조집이 우리의 구체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현상의 시로 우뚝 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1955년 통영에서 출생, 동아대학교 기계공학과 및 동 교육대학원, 경상대학교 대학원 정밀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박사이다. 

여산, 여황유거인 등의 호를 가진 김 시인은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살풀이'로 당선 후 1987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시 '비둘기' 등을 발표하고 꾸준한 시작활동을 해왔다.

'새끼를 깐다' '진부령에서 하늘재까지' 등 12권의 시·시조집을 발간했으며 '어느 길목에서' 시조로 2001년 현대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2013년 성파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통영 출신 근대문인 연구에도 앞장 늘샘 탁상수와 하보 장응두에 대한 연구서도 추간했다. 현재 초정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 영진전문대학 컴퓨터 응용기계계열 출강, 한산신문 칼럼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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