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는 인간이 모르는 예지능력이 있다고 한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땅 속에서 일제히 기어 나오는 토끼와 쥐처럼, 동물들의 이상행동에 관한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땅위의 동물 말고도 물속에 사는 어류도 지진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도쿄수산시험장은 1976년부터 1992년까지 16년 동안 메기의 지진예측 연구를 실시해 지진 발생 열흘 전에 메기가 날뛰는 이상행동을 관찰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1923년에는 수천 미터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가 일본 요코스카 인근 해안에 떠오른 것을 벨기에 어류학자가 발견하고 나서 바로 이틀 뒤에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 1995년 1월, 일본 효고현 아와지섬 어민들은 평상시에는 잡기 어려운 바닷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수면 가까이 올라와 평소보다 10배가 넘는 어획고를 올렸는데, 이후 같은 달 17일에 무려 6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

최근의 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있기 전, 근처의 울산 태화강에서 숭어 수만 마리가 피난가듯 바다로 향하는 광경이 목격된 바 있다. 숭어는 때때로 군집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3km로 이틀간 끝없이 이어진 숭어 떼의 행렬은 기현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어떻게 물고기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었을까? 먼저, 지진 전에 일어나는 동물들의 이상행동에 대해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은 불규칙한 관측치를 나타내므로 지진 예측기술로 삼기에는 부적당하며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와 관련해 "많은 동물들은 지진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큰 파장인 S파가 오기 전에, 먼저 발생되는 P파를 감지 할 수 있는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모든 동물들은 외부의 자극을 신속하게 받아들이고 확인할 수 있는 수용기관을 가지고 있다. 수용기관은 빛이나 열, 냉기, 진동, 중력 등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는데, 이 자극들은 수많은 생화학 과정을 거치면서 전기신호로 바뀌고, 신경회로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이다. 어류도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압력파(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감각수용체가 잘 발달해 있다.

그 중 측선기관이라는 매우 예민한 시스템은 어류 특유의 감각계로 머리 위쪽과 눈 주위, 아래턱 주변과 몸통 중앙 아래에 위치해 있다. 측선기관은 피부 바로 아래에 있으며 비스듬한 연속적인 관과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측선관은 어류 좌우측의 중앙을 따라 흐르고 있는데 이 안에는 점액이 채워져 있고, 그 주변에 있는 촉감구(neuromast)가 감각 신경에 연결되어 있다.

측선은 촉각, 물의 흐름, 압력, 수온 및 진동 등의 여러 가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특히 잡음은 무시하며 흔치 않게 1/10~200헤르츠의 저주파를 감지 할 수 있다. 또한, 어류는 내이(內耳)가 있어 8,000헤르츠 이상 고주파도 감지할 수 있다. 잉어 등 일부 어종은 베버소골(Weberian ossicles)이라 불리는 연결된 뼈를 가지고 있어 내이로 소리를 전달하며, 소리를 감지하고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레와 함께, 내이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정말 어류의 이러한 감각기관 덕에 지진을 좀 더 빨리 알 수 있었던 것일까?

가장 최근, 지난 3월 4일 포항에서 심해어인 산갈치가 발견되었다. 산갈치는 전 세계에서 지진의 전조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자들의 주된 견해는 '지진을 감지한 산갈치가 연안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행동이 매우 둔한 산갈치가 먹이 때문에 해수면 가까이 왔다가 파도에 휩쓸려 연안까지 왔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에서는, 산갈치는 먹이가 연안으로 몰려드는 시기에 표층으로 올라오는 "계절적 용승"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2010년 경북 영덕에서 발견된 산갈치의 위장에 난바다 곤쟁이가 가득 차있었던 것으로 보아 산갈치의 출현은 먹이와 계절적 요인이 관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포항에서 산갈치가 발견된 다음날,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해역인 강원도 동해바다에서 규모 3.2 지진과 잇따른 2.0 이상의 여진이 4차례나 일어났다.

한편, 일본 도카이대학 지진연구센터에서는 "메기에 의한 지진예지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전기에 민감해서 지전류의 변화를 감지하는 메기의 이상행동은 지진의 전조이다" 라는 명제를 내걸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밝혀진 것은 '메기가 다른 어종들보다 특히 더 전기에 민감하다'라는 사실뿐이었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지진과 어류행동과의 관계를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민은영<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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