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공공도서관 네트워크, ‘현재형의 문화예술도시’ 기반이 되다

기획 : 공공도서관, ‘책 읽는 도시’를 그리다
1회 : ‘책읽는도시 전주’와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2회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공공도서관, 광진정보도서관
3회 : 도서관이 된 도시 부천, 부천시립도서관과 도서관 네트워크
4회 : 공공도서관의 본질을 돌아보다. 군포시립 중앙도서관과 파주 교하도서관
5회 : 테마에 특화된 도서관, 파주 가람도서관과 전주 농업과학도서관
6회 : ‘로컬 아카이브’ 지역 문화와 역사를 담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제주한라도서관
7회 : ‘책읽는도시 통영’은 어디쯤인가. 통영시립도서관의 오늘과 내일

부천시립도서관 본관 상동도서관 전경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단일 도서관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을뿐더러, 특정 도서관 한곳만을 보는 것으로는 시민을 위한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공공도서관은 ‘책 읽는 도시’의 기반이 되기에, 도시 전체를 두고 도서관을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지자체의 공공도서관이란 그 지역 ‘도서관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전국 최고의 공공도서관 네트워크, 도서관 인프라를 자랑하는 곳은 어디일까.

‘책나라’가 슬로건인 군포시, ‘출판도시’ 파주시도 있지만 역시 부천시가 첫 손에 꼽힌다.

 현재진행형 문화예술도시, 그리고 ‘도서관의 도시’

경기도 부천시는 얼핏 수도권 대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면적만 놓고 보면 통영보다 작은 곳이다. 대도시라는 이미지는 약 85만 인구에서 기인한다.

부천시는 면적 53.44㎢에 인구 849,217명(2017년 7월 주민등록인구)으로 전국 최고 인구과밀 지역이다. 1㎢당 약 15,900명으로 전국 시 단위 지자체 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

부천시의 인구밀도는 통영시가 239.76㎢에 인구 136,521명, 1제곱킬로미터당 약 584명임을 감안하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평지가 대부분인 수도권 도시 부천과 섬, 언덕이 많은 통영의 지형적 여건을 고려해도 인구 분포의 대조는 극히 두드러진다.

통영과 부천은 지형과 인구밀도가 대조되지만, ‘문화예술도시’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통영시와 시민들은 박경리, 윤이상, 김춘수, 김상옥, 유치환, 전혁림 등 거장들의 자취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삼도수군통제영 문화를 기반으로 ‘문화예술도시 통영’을 자부하고 있다.

부천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적 정체성 부족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시 행정의 강력한 의지와 시민들의 뒷받침으로 ‘현재진행형의 문화도시’로 성장해 왔다.

1988년 창단한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현재 국내 최고수준의 연주단체이자 부천의 자랑으로 발전했으며, 1997년부터 시작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최고의 영화축제가 됐다. 이듬해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을 계기로 부천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도시’ 브랜드까지 갖게 됐다.

그리고 부천은 국내 도서관계 종사자들이 공인하는 ‘도서관의 도시’이기도 하다.

부천시 공공도서관 지도를 펼쳐보이는 상동도서관 한혜정 관장과 사서

약 54평방킬로미터 내에 시립 공공도서관은 본부 상동도서관과 원미도서관, 심곡도서관, 북부도서관, 꿈빛도서관, 책마루도서관, 한울빛도서관, 꿈여울도서관, 송내도서관, 도당도서관, 오정도서관, 판타스틱큐브, 동화도서관, (예술전문도서관) 다감, 해밀도서관 등 15개소이며 2020년까지 3곳 추가 조성 예정이다.

 “시내 어느곳에서든 10분 이내에 도서관이 있다”

공립작은도서관은 20곳(내년 추가조성 2곳 예정)이며 이외에 사립 작은도서관과 도시 곳곳 책공간까지 더하면 빽빽한 인구밀도 이상으로 도서관이 촘촘하게 들어선 셈이다.

통영시 면적 1/4에 불과한 곳에 통영시 3배가 넘는 숫자의 공공도서관이 있다고 말하면 비교가 쉬울 것이다.

부천시를 방문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카카오맵을 열고 특정 지명을 검색하면, 공공도서관 최소 1개소 이상을 목적지 주변 지도 화면에서 볼 수 있다. 각 행정동별로 시립도서관 또는 공립작은도서관 2개소 이상이 배치돼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 편의성이 공공도서관의 큰 덕목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시립도서관 15곳 작은도서관 20곳이라는 ‘숫자’는 부천시를 도서관의 도시로 자부할만한 부분이다.

상동도서관 한헤정 관장
상동도서관과 '문학카페-책수다방' 카페

부천시립도서관 본관 상동도서관 한혜정 관장은 “부천시 공공도서관은 시내 어느곳에서든 시내버스 10분 이내 도서관, 집에서 나와 걸어서 10분 이내 도서관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상동도서관 인근 카페와 협조해 ‘문학카페-책수다방’ 이라는 이름으로 저자초청 북토크, 독서모임 장소로 활용하고, 시립도서관은 책을 포함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서관 근처 카페까지 공공도서관과 협력하는 작은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천시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자부하지만, 부천시 공공도서관 현황은 단순히 ‘많다’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대단한 숫자이나, 숫자 그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전국 최초 상호대차서비스, 일자리창출까지 이어지는 혁신

부천시 도서관행정의 선진적인 면모는 도서관 상호대차서비스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행했다는 것부터 이야기할 수 있다.

부천시립도서관 상호대차서비스는 지난 2000년 10월 시립도서관 3개소 간의 자료공유 협력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이래, 2017년 현재 시립도서관 및 작은도서관은 물론이고 대학도서관(가톨릭대, 부천대, 서울신학대)까지 부천시 관내 모든 도서관이 상호대차서비스로 100% 연결되어 도서관 차량이 매일 순회 운영하고 있다.

부천시민이 가까운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요청하면 해당 도서를 소장한 도서관에서 책이 배달되어, 부천시립도서관 소장 113만권은 물론 대학도서관 자료까지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상호대차서비스를 통해 대출 ·반납한 책은 총 76만여권에 이르며, 올해 이용량은 83만권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천시립도서관 상호대차서비스는 지역 노인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어 화제다.

부천시는 장년·노인층의 공공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도서 대출 서비스를 위해 전국 최초로 ‘어르신 책 배달원’을 올해 9월부터 운영한다.

상호대차서비스를 위한 '어르신 책 배달원' 발대식

지난달 공개모집으로 채용한 만55∼65세 6명과 부천 시니어클럽 소속 만 60세 이상 13명 등 장년과 노인 19명이 책 배달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부천시는 지난 1일 상호대차 서비스 책 배달원 발대식을 갖고 배달원들에게 단체복과 명찰을 수여했으며, 업무역량 강화를 위한 실무교육과 안전교육도 실시했다.

상호대차서비스는 부천 공공도서관이 각 지역 개성을 반영해 주제전문도서관을 추진하고 있어서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 된다. 각 도서관이 테마에 특화되면서 자료를 중복소장하지 않고도 대출서비스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시립도서관은 자료확충 시 특화주제별 분담 수서정책으로 전체 장서 20~30%의 특화자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예술도시 부천’ 도서관도 특별하다

상동도서관은 ‘문학과 교육이 어우러지는 도서관’을 비전으로 삼고 있으며, 심곡도서관(역사), 북부도서관(예술과 다문화), 꿈빛도서관(사회과학), 책마루도서관(아동), 한울빛도서관(자연과학), 꿈여울(아동영어) 등 종합도서관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제각기 개성과 테마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 작은도서관도 문학과 교양, 어린이 자료 위주로 확충하고 도서관별로 차별화된 장서를 구비하고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도시 부천답게 예술분야 특화 도서관도 있다.

먼저 부천예술정보도서관 ‘다감’은 국내 지자체 최초 예술전문도서관이다. 30평으로 큰 규모는 아니나 부천의 역사와 문화자료를 소장하고 시민을 위한 컨텐츠로 재생산하고 있다.

‘다감’은 지역 예술인과 문화단체, 문화공간 정보를 자체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한다.

부천문화재단 문화예술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지역 예술인 프로필을 클릭하면 작품, 공연, 전시 관련 정보들을 일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자료들을 도서관 ‘다감’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이 그저 책을 소장하고 대출하는 곳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화도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천의 자랑 부천필 오케스트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련 자료와 영상도 도서관 ‘다감’에서 수집 관리하고 시민에게 상시 공개하고 있다.

영화 도서관도 빠질 수 없다. ‘판타스틱 큐브’라는 이름으로 부천시의 개성과 비전을 담았다.

부천시청 청사 내에 조성된 '판타스틱 큐브' 영화도서관

부천시청사 내에 조성된 판타스틱큐브는 여타 지자체 청사 내 도서관 명목 책공간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저 많은 책을 갖다둔 곳이 아니라 도서대출 서비스와 시립도서관 회원증 발급 등 본격적인 도서관 업무를 보고 있으며, 상호대차 서비스도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관련 전문도서는 물론, 예술도서, 인문도서, 잡지 등 9,000여 권의 책을 소장했으며, 2층에는 DVD 및 블루레이 코너를 조성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역대 상영작을 열람할 수 있다. 영화제 역대 포스터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영화소품을 전시해 시민들은 물론 시청 직원 휴식공간으로도 한몫한다.

부천시와 CGV 업무협약

또한 부천시는 CGV와 업무협약을 맺고 부천의 제2호 영화테마도서관을 CGV부천점 내에 10월 중 오픈하기로 했다. 105㎡ 공간에 영화도서 비치는 물론, 시립도서관과 연계한 도서대출서비스, 독서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부천만화도서관, 부천점자도서관, 족보전문도서관 등등 이름만 나열해도 부천시가 “문화도시이자 도서관의 도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책 읽는 도시’ 구현, 도서관 정책 단체장 의지 중요

부천시청의 공공도서관 진흥 및 책읽는도시 추진 의지는 부천시청 조직체계에서도 나타난다. 부천시의 도서관 관련 부서는 1개단 3과 19팀 144명에 이른다.

먼저 부천시 교육사업단 평생교육과(18명)는 평생학습팀, 혁신교육팀, 교육지원팀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부천시립도서관 양대 축인 상동도서관(61명)과 원미도서관(65명)에는 도서관정책팀, 독서진흥팀, 자료봉사팀, 도서관정보팀, 시설운영팀과 함께 각 분관별 운영팀으로 구성했다.

이처럼 도서관 관련 부서 세분화를 통해 독서진흥정책과 도서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기획, 운영하고 있으며, 공공도서관 시설 확충 이외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책과 시책을 펼치고 있다.

그 예로 부천시는 올해 4월 도서관 서비스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시각적 브랜드(BI, Brand Identity)를 선정, 발표했다. 도서관 서비스 친밀도를 높이고 ‘변화를 만드는 도서관, 기회를 만드는 시민’이라는 부천시 2030 도서관 비전 달성의 의지 표현이다.

아울러 도서관 브랜드디자인을 활용한 티셔츠, 에코백, 머그컵 등 다양한 아트상품을 개발해 시민의 생활 속으로 더욱 다가서는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천시 도서관 서점 문화지도. 부천시는 공공도서관과 연계한 지역서점 활성화 정책도 펼치고 있다

도서관을 통한 지역서점 활성화 정책도 눈여겨볼만하다.

지난해 7월부터 ‘나눔 북뱅크’ 사업을 추진,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후 영수증을 서점에 기부하면, 서점은 도서구입가 1%를 포인트로 적립해 시립도서관에 책으로 후원한다. 또한 지난 2월 서점 10곳과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점에서 새 책으로 바로 대출해 읽고 서점에 반납하면, 대출했던 책은 시립도서관에 자동으로 등록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부천시는 지난해 10월 청사 내에 ‘시정담벼락’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정보도서관을 개소했다. 교육, 문화예술은 물론, 심지어 행정정보까지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부천시다.

부천시청 내 '시정담벼락' 도서관

시정담벼락은 123㎥(38평) 규모이며 부천시의 다종다양한 행정자료, 시정보고서 등 발간자료와 행정학 자료, 일반도서, 만화도서 등 총 3115권이 소장돼 있다.

행정자료 열람 뿐 아니라 도서관 회원가입, 도서검색, 상호대차 서비스, 문화프로그램 등 일반적인 도서관서비스도 제공된다. 즉, 부천시청사 안에는 도서관이 두 개 있는 셈이다.

부천시립 상동도서관 한혜정 관장은 “부천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서관 인프라를 지속 확충하고 2005년에는 ‘책읽는도시 부천 헌장’을 선포한 뒤 도서관 정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며 “특히 민선 5기 시작과 함께 부천시 10대 과제로 ‘책읽는 도시, 도서관이 많은도시 부천’이 선정됐으며, 시장님의 관심과 열정에 힘입어 2011년 책읽는도시로 선포하고 체계적으로 전략과제와 조직, 정책을 수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김만수 부천시장은 시청 내 판타스틱큐브도서관에서 시립도서관 사서들과 함께 공개 독서토론회를 가졌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부천시민이 9월 한달 동안 이 한권의 책은 읽어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가진 북토크 시간이다.

행정 수장인 시장이 시립도서관 사서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공개 독서토론을 갖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장면만으로도, 부천시가 어떻게 ‘도서관의 도시’가 되었는가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김만수 부천시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부천시립도서관 사서들과 함께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이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부천시립도서관 사서들과 북토크 시간을 가졌다

 

 

부천시청 인근 중앙공원 내에 설치된 '숲속작은도서관'

 

문학카페책수다방
부천시립 상동도서관 인근 '문학카페책수다방' 지도
부천시립도서관 어플리케이션. 안드로이드폰 구글플레이스토어는 물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도 지원된다
부천시립도서관 앱(app)을 통해 열람실 현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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