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손광태

일본의 시구아테라 독소 발생 현황

최근 한반도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여름철 폭염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 기준으로 일평균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이 1998-2007년까지의 연평균 0.5일이던 것이 2008-2017년까지 2.7일로 5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2100년 한반도 평균 기온은 최대 4도 이상 상승하고 평균 폭염일수도 5.8일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정선 해양관측자료에 의하면 1971-2010년까지 연근해 표층 수온이 1.14도 상승하였으며, 이는 전 세계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연안해역의 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바다 생태계도 많은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의 수산생물이 난류와 함께 유입되어 연안해역에서 정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생물 중에는 유익한 종도 있겠으나 해양생물독소를 보유한 유독종이 출현할 위험성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아열대성인 파란고리문어와 시구아테라 독소를 들 수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가끔씩 발견되던 파란고리문어는 지난 6월 경남 거제 연안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이 문어의 침샘에는 복어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이 함유되어 있어 물리거나 섭취 시 중독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난류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동해안과 제주도, 그리고 부산, 울산 등 남동해 연안에서 주로 발견된다.

시구아테라 독소는 시구아톡신을 생성하는 원인 플랑크톤을 물고기가 섭취하고, 이를 사람이 섭취 시에 중독을 일으키게 되는 데 이번 호에는 점차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기후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가고 있음에 따라 새로운 위해인자로 발생할 수 있는 시구아테라 식중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시구아테라 식중독은 카리브해, 태평양과 인도양의 (아)열대해역에 서식하는 해조류와 산호초 표면에 시구아톡신을 생성하는 원인플랑크톤(Gambierdiscus toxicus 등)이 부착하여 생육하고, 이를 섭취한 작은 물고기를 사람이 직접 먹거나, 대형 어류를 통해 농축된 독소를 사람이 섭취하게 되면 발생한다.

또한 사람이 70ng 정도의 소량을 경구 섭취하였을 때도 발병 가능성이 있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주요 어종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개체와 부위에 따라 독력도 다르게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어종으로는 줄전갱이, 꼬치고기, 곰치, 강담돔 등이다.

발병시간은 1∼8시간 정도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때로는 이틀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회복은 일반적으로 느린 편인데, 중증인 경우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수개월~일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설사,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주로 발생하지만,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이 저하되어 쇼크상태에 빠질 수 있는 순환기계 증상도 나타나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신경증상인 온도감각이상, 관절통, 근육통, 팔저림 등은 가장 길게 지속되는 증상이다. 독성분은 시구아톡신 및 유사화합물로 20여종이 있으며, 대부분은 지용성이므로 가열 조리해도 독성은 상실되지 않고 국물에 남게 된다.

최근 발생사례로 작년 4월에 일본 동경의 중화요리점에서 시장에서 구입한 시구아테라 유독어의 한 종류인 바라하타(능성어과 어류)를 원료로 요리한 음식을 손님이 섭취한 후 6명이 가벼운 중독 증세를 호소하였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시구아테라 식중독이 가끔씩 발생하고 있는데, 통계자료에도 보고가 될 정도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보고에 의하면 1997~2006년까지 최남단 오끼나와 지역에서 발생한 시구아테라 중독 사건은 33건, 환자수는 103명이었으며, 2006~2015년까지 177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리고 큐슈 및 혼슈 지역에서 농어목 돌돔과의 강담돔을 원인으로 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구아톡신 유독어가 점차 일본 내 북쪽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동경 인근해역까지 시구아톡신 원인 플랑크톤이 확산되어 서식하는 것도 보고되고 있다.

일본의 각 지방정부는 중독사례가 있는 유독종을 대상으로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 홍보하여 중독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수입식품 모니터링 및 관리계획을 통해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한 어류(Epinephelus stictus)에서 시구아톡신이 검출된 사실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이미 국내 생산 어류에 대한 관리 뿐 만 아니라 수입되는 열대 및 아열대 어종에 대한 시구아톡신 모니터링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뿐 만 아니라 홍콩, 마카오, 광동 지역에서도 그루퍼, 곰치, 우럭바리 등의 어류를 섭취하고 시구아톡신 식중독을 일으킨 사례가 오래 전부터 보고되고 있는데, 1980년대 홍콩에서는 시구아테라 중독이 연간 10건 정도였지만, 2000년∼2013년 6월까지 284건, 867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현재까지 시구아테라 독소를 보유한 어류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와 남해안 연안에서 시구아톡신을 생성하는 플랑크톤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열대해역에 서식하던 플랑크톤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대해역까지 북상함에 따라 동북아시아 해안지역으로 점차 서식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시구아테라 원인 플랑크톤과 독성을 일으키는 유독성 어류에 대한 해양생태계 감시와 식품안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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