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립 부산시민도서관과 제주도립 한라도서관

기획 : 공공도서관, ‘책 읽는 도시’를 그리다
1회 : ‘책읽는도시 전주’와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2회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공공도서관, 광진정보도서관
3회 : 도서관이 된 도시 부천, 부천시립도서관과 도서관 네트워크
4회 : ‘로컬 아카이브’ 지역 문화와 역사를 담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제주한라도서관
5회 : 테마에 특화된 도서관, 파주 가람도서관과 전주 농업과학도서관
6회 : 공공도서관의 본질을 돌아보다. 군포시립 중앙도서관과 파주 교하도서관
7회 : ‘책읽는도시 통영’은 어디쯤인가. 통영시립도서관의 오늘과 내일
(연재보도 순서를 일부 변경했습니다)

부산광역시립 부산시민도서관

“공공도서관이 아니라면, 지역 역사와 문화를 담은 책과 자료들을 어디서 누가 모아내고 보존하겠는가. 그래서 지역대표도서관이 더욱 중요하다”

-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장원규 관장

공공도서관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곳이다. 모든 공공도서관이 지역 역사보존소 ‘아카이브’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해도,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 한곳이라도 향토 문화와 역사 관련 도서 수집과 보존의 역할을 수행해야 ‘문화예술도시’를 자처할 수 있다.

‘로컬 아카이브’ 역할의 공공도서관 중 특히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과 제주도립 한라도서관은 “도서관 그 자체로 역사인 곳, 그리고 지역사회의 역사를 오롯이 품에 안은 곳”이다.

1. 부산시립 시민도서관 “지나온 100년, 앞으로 100년”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효시격으로 독서문화에 대해 부산 시민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1901년 일본 상인들의 모임인 ‘홍도회’ 부산지부가 독서구락부 도서실을 개관하고 1919년 이를 확장해 공립공공도서관 부산부립도서관으로 발족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해방 직후 동광동으로 이전해 1949년 ‘부산시립도서관’으로 개칭하고 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의 모태가 됐으며, 1959년부터 부전동에 새 도서관을 착공해 1963년 이전(현 부전도서관)했다. 그리고 1982년 시민공원을 마주하는 현 위치 성지곡(부산진구 초읍동 산 51-1)으로 신축이전 개관하면서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이 됐다.

1901년 용두산공원 위치에서 출발해 1945년 동광동, 1963년 부전동, 1982년 성지곡 초읍동으로 세차례 이전하고 규모를 늘려온 것은 부산 공공도서관이 일제치하 시기를 극복하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 부산의 독서문화를 발전시켜온 역사이기도 하다.

부산시민도서관 장원규 관장은 “도서관 110년 역사는 부산지역 책의 역사이자, 그 책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들, 그리고 책과 도서관을 가꾸고 지켜온 사람들의 역사다”라며 “부산 책문화와 도서관의 역사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기에 앞으로 100년 미래 부산의 책문화를 새롭게 그려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모든 책들” 그 너머

부산시민도서관은 부산광역시 대표도서관인 만큼 이번 기획취재로 방문한 곳 중 특히 큰 규모다. 대지면적 11,443㎡ 건축면적 12,558㎡ 지하 3층 지상 5층 건물에 총 45명(사서직 28명)이 근무한다.

장서는 약 80만권으로 단일 도서관이면서도 웬만한 지자체 도서관들의 총 장서수를 넘어선다. ‘도서관의 도시’ 부천시 도서관 총 장서수가 113만권, 통영시 도서관이 4개관 총 23만6천권임을 보면 부산시민도서관의 장서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의 110년 역사와 80만권 장서는 부산 책의 역사, 부산 출판문화의 역사다.

부산에서 출판되는 책, 신문을 포함한 정기간행물, 부산 거주 및 출신 작가들의 책, 부산 역사와 문화 관련 책을 최대한 수집 소장하고 있어 부산지역 책문화의 ‘본부’격이다.

올해는 도서 중간유통사 ‘송인서적’ 부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 부산지역출판사 발행 도서를 긴급 구매했으며, 2017년 부산지역 25개 출판사의 책 667권 구입과 기증 361권으로 총 1,028권을 비치했다.

매 분기별 부산지역출판현황 조사 및 자료수집하고 목록을 작성, 부산 내 다른 공공도서관에 전파하고 공유하는 것도 지역대표도서관으로서 역할 중 하나다.

지역대표도서관이자 ‘고문헌 특성화도서관’으로서 부산시민도서관의 아카이브, 부산 문화 기록보존소 역할은 해방 전후시기부터 시작이다.

1945년 해방되면서 부산부립도서관 소장 2만4천여권 책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이후에도 해방 전 자료들과 근대 한일 외교문서 등을 더해 고문헌 자료 총 25,282종(고서 6,811책 광복전일본도서 18,365책 비도서 106점)을 고문헌실에 소장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귀중한 고문헌 자료들을 그저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향토사와 분야별 근대사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문헌 해제작업을 1969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1995년 부산시민도서관 고서목록 발간작업
장원규 도서관장과 고문헌 해제집

도서해제집은 고문헌 자료의 목차, 서론과 해설, 작성 시기, 주요 내용 등 핵심을 소개해, 연구자들은 도서해제 자료집을 살피면 어떤 자료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도서관 소장 고문헌 자료 중 1910년 한일강제합병 이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도서, 유물발굴 조사보고서 등 각 도서자료의 내용을 간략 소개한 도서해제집은 지난해까지 14집을 발간했다. 올해는 제15집을 발간해 국립중앙도서관, 대학도서관, 국가기록관, 국회도서관 등에 배포 예정이다.

고문헌 자료는 연구자 뿐 아니라 고문헌자료전시회, 홈페이지에 해제집 원문 제공, 디지털자료, 자료안내 정기 행사, 유관기관 대여 전시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도 열려 있다.

한편 고문헌 자료는 외국 연구자들도 부산시민도서관을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장원규 도서관장은 영국 출신으로 일본 근대사 전공의 미국 하버드 대학원생 한나 셰퍼드(Hanna Sheperd)씨가 부산시민도서관을 방문한 일화를 전했다.

심화연구를 위해 일본 규슈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지만 필요한 연구 자료가 불충분해 수소문 결과, 자료가 부산시립도서관에 다수 소장돼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난해 부산시민도서관을 찾았다는 것이다.

장원규 관장은 셰퍼드씨가 다녀간 뒤 보내온 안부엽서를 소개하며 “학구열도 대단하지만 우리 도서관 소장 자료가 일본, 미국, 영국까지 연결됐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도 느꼈다”며 “부산시민도서관이 연결한 세계와 사람의 만남”에 대한 감동을 말했다.

하버드대학원생 한나 셰퍼드씨가 부산시민도서관에 보내온 엽서

 지자체 해외도시 교류에 도서관도 포함돼야

이처럼 부산시민도서관은 고문헌과 역사자료로 이미 ‘국제적인 도서관’이지만, 지역대표도서관으로서 외국 공공도서관과의 교류사업도 적극적이다.

시민도서관은 일본 후쿠오카 현립사회교육종합센터와 평생교육 질적 향상을 위해 2012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적 교류, 정보 자료 교환 등 상호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교류 활성화를 위해 후쿠오카 측이 부산시민도서관을 방문, 시민도서관은 지역대표도서관 역할 소개와 평생학습기관으로서 도서관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시민도서관 장원규 관장은 “최근 들어서는 중국 상해와 도서관 교류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공공도서관도 외국과 적극적인 교류로 기획 운영 면에서 선진사례 벤치마킹, 도시간 우호협력 증진과 문화 상호이해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해도서관에서 날아온 책들

3층 다문화자료실(17,046권 도서)에는 교류사업을 통해 중국 상해도서관에서 기증받은 500권으로 별도 서가를 꾸미고 있으며, 부산시민은 물론 관내 외국인 이용도 활발하다.

뿐만 아니라 1층 ‘아메리칸 코너’는 미국대사관 후원으로 마련되어 미국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와 문화, 교육자료와 문화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장원규 관장은 통영시가 중국 및 일본 도시와 교류하고 있다는 말에 “중국 도서관에 가보면 놀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지원과 운영도 체계적이다. 그리고 일본은 독서문화 선진국이며 우리나라 도서관이 일본을 참고한 바가 많은 만큼 일본 공공도서관을 살피는 것은 도움이 된다. 도서관도 지자체 교류사업에 포함되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원규 관장은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문화적, 공간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지자체와 공공도서관은 지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이용자 수요에 관심을 갖고 ‘로컬 아카이브’로서 역할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제주도립 한라도서관 “제주도를 알고 싶다면 도서관으로”

제주도립 한라도서관 전경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독특한 방언, 신화와 전설, 해녀 문화, 현기영 소설가와 변시지 강요배 화백까지. 제주도는 국내 어떤 지역보다도 강렬한 개성의 문화와 역사를 가진 지역이다.

그렇다면 제주도 문화와 역사를 알기 위해 어디로 가면 좋을까? 제주도민 누구나 ‘한라도서관’이라 답할 것이다.

한라산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의 한라도서관은 지난 2008년 전국 최초 지정된 ‘지역대표도서관’으로 제주도내 15개 공공도서관과 21개 작은도서관을 대표하고 있다.

제주도립 한라도서관과 부산시민도서관 등 지역대표도서관은 국립 중앙도서관의 국가적 아카이브 역할을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방 도서관이 나누어 수행하기 위해 지정됐다.

한라도서관 일반자료실

한라도서관은 제주 중부권 한라산 자락에 자리잡고 22,82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501㎡규모로 지난 2008년 개관했다. 장서 약 26만2천권이며 지난해 이용자 34만5천명, 대출권수 42만8천권으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제주 공공도서관이면서도 가장 이용률이 높다.

한라도서관은 건립 10년이 채 안 되는 ‘젊은 도서관’이지만, 100년 역사 부산시립 시민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품에 안은 곳이다.

일반자료실 절반 공간인 제주문헌실에는 제주 관련 도서자료를 총망라해 수집한 결과 현재 역사, 문화, 예술 각 분야 2만8천여권 자료를 열람 제공하고 있다.

탐라순력도
제주도지

특히 조선시대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한달간 제주를 순례한 행사와 당시 제주 풍속을 담은 화첩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 사본과 1956년 발간된 ‘제주도지’ 제1호 등은 한라도서관의 자랑거리 중 일부다.

제주문헌실에는 제주지역자료를 기증한 도민들을 예우하면서 문헌실 기둥에 기증자 이름을 명시하고 있으며, 1,000권 이상을 기증한 개인(4명)과 단체(1곳)을 위해 별도의 서가를 마련했다.

이처럼 한라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제주 향토문화를 지키고 가꾸고자 하는 도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제주지역자료 기증자 명시

 

 젊은 한라도서관의 ‘히스토리’ 지역민의 자부심으로

2008년 개관부터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한명희 사서는 “한라도서관은 상승하는 제주도민들의 문화적, 지적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조성됐다”며 “개관을 준비하며 장서 목록을 만들면서부터 제주도민의 의견을 모았다. 제주 시내와 시 외곽 곳곳 거리에 사서들이 나서서 ‘어떤 책부터 도서관에 마련할까요’를 도민들에게 묻고 장서를 구비했다”고 회고했다.

한라도서관 '도민 희망도서' 조사활동(2009)

한명희 사서는 “저같은 사서들도 도서관 창립 멤버라는 작은 자부심을 느낀다. 이용자도 비슷하리라 본다. 도서관 설립 단계서부터 지금까지 적극 참여한 도민들의 애정이 한라도서관을 지키는 든든한 힘이다”며 “우리 도서관이 다른 곳처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도서관이 젊기 때문에 직원들과 이용자 도민들이 도서관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도서관은 일반자료실, 제주문헌실, 외국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멀티미디어실, 보존자료실, 납본자료실로 구성돼 있다. 대개 공공도서관이 갖춘 ‘독서실’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명희 사서는 “도서관 본연의 지역문화공간 기능을 위해 처음부터 열람실 없이 조성됐는데 반발이 생각보다 적었다”며 “제주도민들의 독서문화공간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컸고, 제주도서자료 수집 보존 등 지역대표도서관으로서 역할을 이해해 주신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라도서관은 대개 공공도서관이 월요일 또는 금요일에 휴관일을 지정한 것과는 달리, 수요일에 휴관한다.

여행자들이 금~토요일 또는 일~월요일에 걸쳐 제주를 찾는 경우가 많고, 기념관 박물관 등 공공문화시설 방문자가 수요일에 가장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라도서관 휴관일에서도 이용자 위주 운영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다음회 연재로 이어집니다)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부산시민도서관의 슬로건
도서관 역사를 일별할 수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의 납본도서 서고
포은 정몽주의 시집 '포은시고'
마이크로필름 열람도 가능하다
"부산시민이 올해 이 한권의 책만큼은 함께 읽자" 2017 원북선포식
다문화자료실

 

제주도립 한라도서관
제주도립 한라도서관, 제주문헌실
한라도서관은 제주 지역신문들도 꼼꼼히 수집 보관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