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영 (미디어스통영 기자)

이방인 (알베르 카뮈 씀, 호세 무뇨스 그림, 책세상 펴냄)

“왜 젊은 사람이 죽음을 생각해?”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현실의 사소한 일들과 인간관계, 물질에 대한 욕심들이 별 것 아니게 느껴져서 너그러워 지고 편안해진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신문사에서 편집과 취재를 병행하던 지역 신문 기자였다. 하루 종일 경제적 어려움과 부조리한 사회문제들로 씨름하다 잠자리에 누우면 ‘나는, 또 인간들은 무엇 때문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느라 왜 이렇게 열심히 갈취와 살생을 자행하는가’라고 허탈해하다 잠에 빠진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라고 시작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해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부터 자신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형선고 까지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많은 사건들을 건조한 어투로 묘사하며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통해 인간의 부조리한 감정, 죽음에 대한 부정과 긍정, 삶에 대한 냉소와 집착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나를 들여다 보게 한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누군가를 살해했을 때도 삶과 죽음에 대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뫼르소는 자신이 사형선고를 받게 됐을 때 비로소 전에도,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앞둔 뫼르소는 사형집행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자신을 증오해주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고백한다.

‘인간은 자신이 고통(죽음)을 당해봐야 비로소 남의 불행(죽음)을 돌아보는가’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닌데 좋은 집을 사기 위해, 멋진 차를 타기 위해, 명문학교를 가기 위해, 명예나 부를 얻기 위해 무분별한 자원 낭비, 자연파괴, 개발행위, 살생을 일삼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성공을 위해서 내달리지만 그러는 동안 사회 약자, 인간들의 이기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에서부터 사고 팔고 죽이기 위해 잉태되는 무수히 많은 생명, 환경파괴는 결국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다음 소개할 책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슬픈 현실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오오타 야스스케 씀, 책공장더불어 펴냄)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 쓰나미가 휩쓸었고 그 여파로 원자력발전소 건물이 폭발하고 원자로가 녹아내려 현재까지 주변 20킬로미터 이내 지역은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막연히 일본 여행을 꺼리거나 일본의 먹거리, 방사능에 오염된 제품들이 수입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정도로 그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현재 정부에서 핵발전소 건립을 보류하자 일각에서 정부를 비난하는 등 논란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본 순간 얼마나 인간이 오만하고 이기적인가 깨닫게 된다. 경제논리와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나도 모르게 죽이고 고통 속에 방치하고 있는지. 핵발전소 건립이 얼마나 무모하고 억지스러운 일인지 우리의 불행한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들이 쓰나미와 방사능 피폭을 피해 도망 나온 마을에서는 수없이 많은 반려견과 고양이, 소, 돼지, 말, 닭, 타조 등 인간의 필요에 의해 잉태되고 길러진 생명들이 집과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가족들을 기다리다 죽어갔다.

개들은 줄에 묶인 채 자기 집에서 굶어 죽었고, 소와 돼지, 닭들은 쓰나미를 피하지 못하고 수장됐거나 문이 닫힌 사육장에 갇혀 죽은 가축들과 엉켜 울부짖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사진으로 기록됐다.

그나마 살아남은 동물들도 결국 일본 정부에서 살처분 한다고 발표했다. 지옥에서 살아남았는데 결국엔 죽어야 하는 생명들.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등의 분쟁 지역을 촬영했던 작가는 이곳이 지옥이라고, 이 지옥을 만든 것은 근본적으로 원전을 만든 인간이라고 단언한다.

작가는 경계지역을 오가며 사료를 주거나 구조활동을 하면서 촬영을 통해 후쿠시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리려 했다.

15만 명의 원전 난민은 사고가 난 6년이 지난 지금도 죽음의 땅이 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많은 동물들 또한 그 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다 죽어간다.

이 책을 본 순간 5·18 항쟁을 기록한 책들을 봤을 때만큼 충격을 받았고,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고통스러웠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나의 삶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됐다.

카뮈의 ‘이방인’은 현재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새기게 했다면 오오타 야스스케의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10년 뒤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깨닫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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