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박경리 선생이 <<김약국의 딸들>>에서 묘사한 통영 사람의 기질이다.

통영에 살던 옛사람들의 심성은 과연 어떠했을까? 온화하고 여유를 즐겼을까? 성마르고 조급하며 괴팍스러웠을까? 양보할 줄 알고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누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 좋겠다. 공부가 짧아 궁금한 게 많다.

사람은 제가 속한 집단의 성격을 넘어서기 어렵다. 통영 사람은 한국 사람을 넘어서기 어렵고, 한국 사람은 아시아 사람을 넘어서기 어렵고, 아시아 사람은 인류를 넘어서기 어렵다.

프랑스 여행가 조르주 뒤크로가 1904년에 쓴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에서는 조선 사람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얼굴 표정은 온화하며 눈은 꿈을 꾸는 듯하고 행동에는 무사태평과 관용이 엿보인다. 조선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집과 따뜻한 화로, 자신만의 삶이 있다. 소박한 일상 속 넘치는 행복,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런 모습에서 통영 사람들의 옛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꽃을 꺾지 않는다. 차라리 내일 다시 자연에 들어 그 모든 것을 보고 또 볼지언정, 나뭇가지 꺾어 어두운 방 안에 꽂아 두는 법이 없다. 그들이 마음 깊이 담아 집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연에서 추상해 낸 순수하고 청명한 색깔이다."

선교사는 탄성을 내지른다. 그는 이토록 아름다운 성정을 지닌 이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급기야 선교사는 놀라운 고백을 한다. "조선인은 이미 성령이 충만해 있기에 선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조선의 위대한 청년 지도자 김산을 흠모하여 <<아리랑>>을 저술했던 님 웨일즈도 "조선에 와있는 선교사들은 진정으로 조선인을 사랑하며 그들을 찬양한다"고 썼다.

그녀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인간관계에 스스럼이 없고 태평하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조선인이 극동에서 가장 잘생긴 민족이라고 단정한다. 그들은 키가 크고, 선이 굵으며, 강인하고, 힘이 세며, 항상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뛰어난 운동선수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통영 사람들도 이랬을까?

조선 사람을 향한 베버의 시선은 깊다.

"조선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연을 응시하며 몇 시간이고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다. 산마루에 진달래꽃 불타는 봄이면 지칠 줄 모르고 진달래꽃을 응시할 줄 안다.

잘 자란 어린 모가 연둣빛 고운 비단 천을 펼친 듯 물 위로 고개를 살랑인다. 색이 나날이 짙어졌다. 조선 사람은 먼 산 엷은 초록빛에 눈길을 멈추고 차마 딴 데로 돌리지 못한다. 그들이 길가에 핀 꽃을 주시하면 꽃과 하나가 된다. 조선인은 모든 것 앞에서 다만 고요할 뿐이다."

통영 바다가 가을빛으로 물들어간다. 바닷가에 앉은 사람들의 등이 깊고 넓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