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웃음이 넉넉한 친구'라고 해요. 세자트라숲에 사는 바다 게예요.

사람들은 저희를 스마일게라고 부르죠. 등딱지에 파인 금이 웃는 모습이래요. 스마일게, 참 듣기 좋은 이름이죠. 그런데 원래 이름은 도둑게예요. 도둑게.

진짜 훔치냐고요? 글쎄요. 저희가 뭘 좀 주워 먹는다고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종종 사람들 사는 집에 들어가서 밥을 집어 먹어요.

밥을 훔쳐먹으니 도둑게라 불리는 게 당연하다고요? 그런 법이 어딨어요? 그럼 우리 집인 바닷가에서 게들을 잡아가는 사람들도 모두 도둑이게요. 자연에는 주인도 없고, 도둑도 없어요. 밥은 함께 나눠 먹는 거잖아요.

우리는 바닷가 숲속에 굴을 파고 살아요. 갯벌이 아닌 숲속에 사는 게라니, 낯설죠? 겨울에는 땅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기도 해요.

우린 나무에도 올라가고, 팔월대보름 즈음엔 알을 까러 일제히 바닷가로 내려간답니다. 평소에도 바다와 산을 오가느라 사람들 눈에 자주 띄어요. 웃으며 길을 가는 우릴 보거든 제발 잡지 말고 그냥 보기만 해주세요. 당신들은 재미로 잡지만, 우린 귀한 생명이에요.

말 나온 김에 얘기할게요. 당신들은 너무 탐욕스러워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쌓아둬요.

얼마 전엔 꼬마를 데려온 아주머니가 우리 도둑게를 두 양동이나 잡아갔어요. 지금은 산란기라서 알을 밴 게들이 많아요.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잡아가면 우린 새끼를 못 놓고, 머잖아 이 바다에서도 더는 우리를 볼 수 없게 될 거예요.

당신들이 쓰고 버린 오수와 연안매립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갈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세자트라숲과 주변 바다가 그나마 살만한 곳인데, 이러면 정말 곤란하죠.

분명 그 아주머닌 아이에게 살아있는 갯벌에서 채집활동 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틀렸어요. 그건 교육도 체험도 아녜요. 탐욕과 살생일 뿐이죠.

재미 삼아 생명을 죽이는 건 정말 나쁜 짓이에요. 사람 빼고, 재미 삼아 다른 생명을 죽이는 이는 세상에 없어요. 그러니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란 욕은 앞으로 쓰지 마세요. 죽이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쓸데없이 죽이는 게 나빠요. 먹을 만큼 잡는 건 자연의 이치이니 어쩌겠어요. 저희 스마일게를 한 양동이 삶아 먹는다고 뭐 좋은 일이 있나요?

우리가 방긋 웃으며 풀숲이나 갯가를 지나가면 여러분도 방긋 웃으며 손 흔들어주세요. 고마워요.

저자 주. 자료와 사진을 협조해주신 세자트라센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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