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서 외부 환경과 항상 교류하고 있으며, 본능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려는 목적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 목적을 위해서 생물 체내의 모든 기능은 조절과 제어를 통해서 항상성을 유지하며, 그 생물이 처하고 있는 환경에 대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생물적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생물들은 집단생활을 유지하며 다른 집단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해양! 지구표면의 4분의 3은 바다로 둘러 싸여있다. 그래서 작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는 "지구는 분명히 해양 (Ocean)으로 불려야한다" 하지 않았던가? 이렇듯 해양은  거대한 용존산소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어서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조성을 통제하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해양생물들에게는 안정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 등으로 생물권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양에서 생활하는 생물들의 역할은 어떠한가?

해산조류(marine algae)는 메틸화 반응을 일으켜 황화디매틸을 대량생산하여 해수 내 유황의 전달 매체로서 역할을 한다. 해조류 중에서도 특히 다시마는 성장기에 막대한 양의 요오드화메틸(methyl iodide)을 합성한다. 즉 요오드화메틸도 생물체의 필수 원소인 요오드를 바다에서부터 대기를 통하여 육지로 되돌려 보내는데 요구되는 전달 매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오드가 결핍되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갑상선 물질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할 수 없으므로 병에 걸리거나 죽게 된다.

또한 우리는 열대지방의 산호초(coral reef)의 역할을 들 수 있다. 오래 전 지진해일로 동·서 아시아 휴양지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지만 그 중 인도양 천혜의 휴양지 몰디브에서는 산호초가 해일의 진로를 막아 많은 피해를 줄인 적이 있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생물군들이 모여 서로 협동작용으로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이 엄청난 토목공사는(?) 얼마나 인간에게 은혜로웠는가를 추측할 수 있다.

해양에 사는 생물은 내적환경과 외적 환경 간에 서로 역학적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생물을 둘러싸고 있는 외적 환경변화는 생물에 영향을 미치며, 생물은 고유의 항상성 기작(homeostatic mechanism)에 의해 생물의 내적 환경이 조절되도록 작용하며,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조절한다. 그러나 조절할 수 있는 생리적 기작이 부족하면 생물의 내적 환경은 새로운 외부환경에 맞추어서 변화되고 변화의 폭이 클 경우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부환경이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요인으로 수온, 염분, 수심, 용존산소 등을 들 수 있으며, 특히 수온과 염분은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한정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예를 들면, 해수의 수온은 육상의 대기온도에 비해 급격한 변화가 없다. 따라서 해양생물은 육상 서식동물에 비해 급격한 온도변화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수의 온도변화 폭이 커지면 해양생물은 이에 매우 민감하여 대참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염분의 농도 차에 의해 수분이 확산되어가는 삼투현상에 직면하기도 하며, 여름철 집중호우, 빈산소, 적조 및 태풍 등의 자연현상과 이로 인한 2차적 영향 요인으로 인해 심각한 생리적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시적인 생리적 장애 현상은 생물 체내 이온 불균형, 대사장애 및 에너지 불균형 등으로 나타나며, 대체로 생리적 범위 내에서 조절·제어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메커니즘에 의해 다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불규칙한 환경요인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성장저해나 생식력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나며,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생리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내성의 범위가 파괴되어 항상성을 잃게 되고 결국은 사망을 초래하게 된다.

한편 근래에 와서는 산업이 발달됨에 따라 공장 폐수 및 온배수 등의 바다유입으로 인해 해양생물들의 다양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내분비계의 장애에 의한 imposex현상으로서 이는 복족류의 암컷에 수컷의 생식기관이 형성되어 암컷이 불임으로 인해 개체군의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요인들에 의해 생물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늘날 생태계는 어느 방향으로든 변화되고 있고, 해양자원은 말없이 서서히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 회복시키기 위하여 많은 연구를 행하고 있는데 그 중 생물과 환경간의 관계를 집중 연구하는 환경생리 분야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즉 이에 관한 연구는 살아있는 생물의 기능을 파악해 그 기능이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에 의해 어떠한 반응을 나타내며, 어떻게 상호관련 되어서 통합 조절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오염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해양자원이 감소됨에 따라 우리는 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바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즉 바다의 물리, 화학 생물학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에 관한 지식을 쌓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은 우리시대의 인류가 가장 먼저 수행해야할 사업일 것이다.

우리들이 바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들은 바다로부터 유용한 자원을 더욱 많이 획득하여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으리라.

신  윤  경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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