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통영문협 주최, 중등부·대학일반부 강세
통영예술제서 시상 오는 21일 오후 1시 시민회관

훈민정음 창시 571주년 한글날 기념 제40회 통영문인협회 전국한글시백일장에서 광도면 한미옥씨와 이서진·채지원 학생이 나란히 장원을 차지했다.

한글날인 지난 9일 오전 10시 세병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100여 명이 참가, 가을 시심을 듬뿍 담아냈다.

시제는 초등부 저학년 연필, 고학년 지붕, 중등부 풀, 고등부 길, 대학·일반부 문으로 주어졌다.
이번 대회는 중등부와 대학일반부가 강세를 보였고, 고등부와 초등고학년부가 상대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약해 장원을 내지 못했다.

시상식은 통영예술제 기간인 오는 21일 오후 1시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편 대회 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학/일반부 △장원 한미옥 △차상 한춘호 △차하 김정섭 △참방 양은희, 곽도협, 이지숙, 한호연, 강민숙

■고등부 △장원 해당자 없음 △차상 해당자 없음 △차하 여수중앙고 전혜미 △참방 진주 동명고 양준민, 통영동원고 추유민

■중등부 △장원 충렬여중 이서진 △차상 충렬여중 박민재 2) △참방 충렬여중 이미성, 통영여중 장민경, 충렬여중 정유진, 고성여자중 성지윤, 통영여중 유설아, 충렬여중 백윤이, 충렬여중 김예지, 충렬여중 천유정

■초등부 고학년부 △장원 해당자 없음 △차상 죽림 김민교, 죽림 이하영 △차하 죽림 고하람 △참방 용남 김단윤, 통영 이세린, 유영 공다영, 죽림 박유빈, 통영 김예린

■초등부 저학년부 △장원 경기기흥 채지원 △차상 제석 장민준 △차하 양지 박유하, 통영 이지원 △참방 고성 방산 성시은, 한려 서호정, 죽림 이나영, 인평 황수빈, 죽림 박유정.  

장원/대학일반부



한미옥(통영시 광도면)

가을새가 베어먹은
초승달 귀퉁이
만월이 될 때까지
문을 열어 놓았다.

스치는 모과향이
흐벅지게 핀 우리집 마당
달빛이 들어서는 반가운 소리

누룩 익어가는 장독대 한 켠
보름달 닮은 사발 가득
우리엄마 비손을 담아 놓고
가을밤 뒷모습을 따라
익어가는 하늘빛 바랜 문 앞에 섰다

되바라진 낮달이 서둘러 흔드는 소리
삐걱삐걱
마음을 죄이며 문을 채워도
밥이 잦히는 냄새가
저벅저벅 부엌을 걸어 나오며
교교한 달빛이 지신심으로 토해낸
만월의 사립문

우리엄마 정화수 물결따라
사르르 고개 숙이는
반쯤 열린 가을 밤.

장원/중등부


이서진(충렬여자중학교 3학년)

초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잔디를 심어 놓은 운동장 가운데에 잡초가 자라나
동네 할머니들을 불러 모두 뽑았다
그저 아름답지 않고 추하니까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독성도 없는
어딜 가든 흔하게 보는
키 작은 민들레. 세잎 클로버
못생겨서 뽑히고 버려졌다
하나하나 보면 너무나 예쁜데.
민들레도 클로버도
심어놓은 잔디가 아니라고 무시 당하고
모두 뽑히고 밟혔다
그저 이 아이보다 못생겼으니까
이 아이보다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리고 버려졌다, 아무렇지 않게
그저 못생기고
그저 다르게 생겼다고.


장원/초등 저

연필
채지원(경기 기흥초등학교 3학년)

내가 학교를 입학 할 때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연필 세 자루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늙어가듯이
연필도 점점 늙어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키가 줄어가듯이
연필도 점점 줄어든다

내가 연필로 글을 써 내려 갈 때마다 혹시나
연필과 더 빨리 이별할까 두렵다

그동안 나랑 같이 지낸 연필아
정말 고마워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