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廣場)의 사전적 의미는 '너른 마당' '너른 빈터'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얘기도 나누고 운동도 한다.

먼 옛날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시대적 이슈뿐 아니라 학문도 논하였다.

지금은 학문을 논하는 대신에 군중의 힘을 보여주는 집결지가 되고, 데모대의 천막촌이 되기도 한다. 이런 광장에서 집권자의 무능과 타락을 탓하고 정부를 비방하여도 처벌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민주국가와 공산국가의 구별은 이런 광장에서 드러난다.

통영의 광장 역할은 위와 같은 개념보다는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다.

하지만 항남 오거리 잔디 광장은 시민들이 이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도시의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 너무 좋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비움의 상태.

그곳을 보는 사람들마다 느낌이 다르리라. 나와 같은 시민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시내 중심가에 저렇게 넓은 공간을 왜 비워두느냐 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조선말에 현해탄을 건너온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 막사발에 반했다.

청자니 백자니 하는 최고품도 많고 많은데. 서민들이 썼고 개밥그릇으로 사용된 아주 평범한 그것에 그는 왜 혼을 빼앗겼을까? 바로 비움이다.

조선 막사발에는 아무 문양이 없다. 나전칠기도 요란한 문양과 장석으로 몰락의 한 원인이 되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통영은 아름다운 풍경에 걸맞게 도시 디자인이 되어야 함에도 탁상공론으로 무조건 채우려하고 외지인들을 불러들인다. 도심을 여유롭고 느긋하게 돌아보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게 하고 있다. 

오거리 잔디광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광장을 싸고 있는 삼면의 차로를 아예 폐쇄하고 농협 쪽에 있는 자그마한 소공원과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못 하겠다면 그대로 두는 게 낫다. 시내 곳곳에 있는 소공원과 문화마당도 관리를 못해 엉망인 때가 많다.

담당공무원을 두고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둘러보면 될 것을. 이것도 개선되지 않은 상태서 현재 녹지과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본계획만으로 한다면 우리 시민은 매일 매연만 마시고 시끄러운 차 소리에 시달릴 것이며 망가진 광장을 볼 게 틀림없다.

제발 시민의 입장에서 시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