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예술의향기 31일 김상옥, 11월 3일 윤이상, 29일 김춘수 추모제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에서 그 귀중한 정신적인, 정서적인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서 평생 작품을 써 왔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다"
<작곡가 윤이상 생전 육성 증언 중>

예술가는 가고 없지만 예술의 향기 가득한 통영의 가을이 또 다시 돌아왔다.

이 가을, 우리는 통영이 낳은 예술혼 한국 시조학의 아버지 초정 김상옥,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꽃의 시인 대여 김춘수를 추억한다.

세계적 작곡가이지만 상처입은 용 윤이상에게 고향 통영은 뼈에 사무치는 그런 곳이었다.

한국 시조학의 아버지 초정 김상옥은 물론 꽃의 시인 김춘수 역시 고향 통영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바다 소리 들리는 그곳으로 가고 싶은 곳이자 내 시작의 원천"이라고 표현했다.

오죽하면 김춘수는 "화창한 대낮 길을 가다가 고양이 울음소리에 문득 어디선가 갈매기 우는 환청을 듣기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3인 모두가 통영 출신이고 근대문화운동의 출발 지표를 삼고 있는 통영문화협회 회원들로 당대 지식인이자 문화 교육의 주도층이었다.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인들로 교과서에 수록된 공통점을 가지고도 있다.

민간문화 서포터스 통영예술의향기(회장 이지연)는 가을에 타계한 통영 출신 예술가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10∼11월 시민들과 함께 펼친다.

오는 31일은 초정 김상옥(1920-2004) 시인의 13주기이다. 이날 오전 11시 봉선화의 시인 초정 김상옥 시비가 있는 남망산 초정 시비 동산에서 추모제를 연다.

詩, 書, 畵(시서화)의 대가 초정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추모제는 여는 시를 시작으로 초정 시비 잔디밭에 앉아 선생에 대한 일화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초정 김상옥은 일제강점기 통영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시·서·화에 모두 뛰어나 문단에서 '시서화 삼절'로 불렸다.

교과서에 실린 시조 봉선화, 백자부, 옥저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림, 서예, 전각, 도자기, 공예까지 두루 재능을 가져 수많은 육필원고와 유품을 남겼다.

그는 세 번씩이나 옥고를 치르며 일제에 맞섰던 민족주의자이자, 20여 년간 만년 강사로 교단에서 어린 꿈나무들에게 인생과 문학을 가르친 자상한 스승이었다.

미당은 초정을 가리켜 '귀신이 곡할 정도로 시조를 잘 쓰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또 청마 유치환, 음악가 윤이상, 대여 김춘수 등과 함께 광복 후 통영문화협회를 결성, 통영 근대 문화 1세대로서 통영문화예술의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오는 28∼내달 5일 개최되는 가운데 타계일인 11월 3일 오전 11시에는 도천동 윤이상기념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해저터널 지나면 보늬 하얗게 벗긴 갯벌이 있고 다리가 긴 낯선 물새가 한 마리 어쩌다 꼿꼿이 서 있곤 했다. 윤이상(尹伊桑)의 오두막집이 그 어디 있었다. 목 쉰 듯한 첼로소리가 가끔 밖으로 새나곤 했다"

김춘수의 시 '해저터널 지나면'에 나오는 바로 윤이상의 생가가 있었던 바로 옆 윤이상기념공원이다.

이날 22주기 윤이상 추모제에는 예술의향기와 통영음협 회원들이 함께 윤이상기념공원 메모리홀에서 윤이상 선생의 글을 회원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읽는 윤독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11월 29일은 꽃처럼 살다가 꽃이 된 꽃의 시인 대여 김춘수(1922-2004)의 13주기 추모일이다.
이날은 2007년 통영예술의향기 전신인 시민 4백여 명으로 구성된 꽃과의미를그리는사람들이 김춘수 꽃 시비를 세운 의미 깊은 날이기도 하다.

올해는 김춘수유품기념관에서 11월 29일 오전 11시 추모제와 시낭송회, 전통차 시음회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통영예술의향기가 주최하고 한산신문이 후원하는 이 기념사업에는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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