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새마을지회 통영 문고회, 부녀회, 협의회 회원들 일행은 해외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라오스를 다녀오게 되었다. 새벽 4시50분 통영을 출발하여 4시간 반의 비행 끝에 오전  11시경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하였다. 나에게 동남아시아의 조용한 공산국가 라오스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먼 나라였다.

이번 협력사업에 흔쾌히 동참했던 이유는 전 세계에서도 최빈국에 속하는 라오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유 외에도 나에게 라오스는 오즈의 마법사의 무지개 너머처럼 듣고 보고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어떤 나라일까?' 라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4시간 반을 날아가 나를 반긴 것은 먼지 풀풀 날리고 울퉁불퉁한 도로였다. 불편함을 느낀 것도 잠시 창밖의 풍경은 이내 나의 유년시절,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주위가 온통 자연 상태 그대로였으며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사이로 여기저기 소들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은 푸른 하늘과 맞닿아 한 편의 그림 같았다.

2시간 반을 달려서 비엔티엔 무앙도라쿰 쭘 초등학교 교문 앞에 우리 일행이 탄 버스는 멈춰 섰다. 창밖을 내다보니 전교생이 두 줄로 서서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아이들 손을 하나씩 하나씩 맞잡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천막에 아이들과 학교 관계자,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학교에서의 일정이 시작됐다. 새마을 중앙회에서 파견된 협력관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학교 벽에 페인트칠을 시작했다. 주변 환경과 학교 시설은 너무나 열악했지만 아이들의 깊고 까만 눈망울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국의 새마을협의회가 멀리 동남아시아 라오스라는 나라까지 와 그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 벅찼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너도나도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다. 페인트칠이 끝나고 지역주민, 학생, 학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음에 공감하며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과 가슴 뜨거움을 느꼈다.

이튿날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의 모습은 전 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선물로 나눠준 핑크색 티를 입은 학생들이 핑크빛 물결을 이뤘고 학교는 온통 생기가 넘쳤다. 아이들과 학부모, 학교관계자들과 인사를 마치고 준비해간 학용품으로 우리 국기와 라오스 국기를 그리며 아이들과 서로 마주보며 같이 그렸고 함께 색종이로 비행기를 접어서 동시에 날리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풍선을 불다가 터지면 놀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 마주보며 함박웃음을 웃곤 했다. 함께한 문고의 총무는 아이들과 기차놀이를 하며 칙칙 폭폭 칙칙 폭폭 천막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이 평소 그녀가 사용하는 아이디 하얀 공주와 매치가 잘된다고 생각했다.

쭘 초등학교에서 모두가 하나 되었던 그 순간만큼은 대한민국과 라오스의 경제력이나 이념의 차이가 끼어들 틈이 없었으리라. 전 날 페인트칠을 한 벽에 우리 국기와 라오스기를 붙인 벽 앞에 서서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작별의 아쉬움을 나누었다.

우리나라가 1950~60년대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지금은 경제력 10위권의 다른 나라의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듯 라오스도 나눔 봉사 배려 새마을 정신을 통한 번영을 이룩하길 염원한다. 새마을운동이라 하면 기억이 가물가물 할 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새벽 5시만 되면 마을 회관에서 들리던 새마을 노래는 선명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온 동네에 쩌렁쩌렁 울려 퍼져 늦잠을 방해했던 그 노래는 초가지붕을 양철지붕으로 바꾸었고 흙 담은 벽돌로, 좁은 마을길은 넓고 곧은 길로 바꾸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가 대한민국 번영의 시발점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가끔 새마을운동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새마을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요즘 같은 시대에 새마을운동이 무얼 할 게 있나?'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곤 했는데 우연찮게 새마을 작은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아직도 우리 주변에 도움과 발전의 손길이 필요하고 이번 라오스 봉사를 통해 '새마을운동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전 세계로 새마을 정신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새마을 지도자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 과거에 원조를 받던 수많은 나라 중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 이라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시발점이었던 새마을을 통한 번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통영시 정량동 문고회장으로서 나의 역할도 다시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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