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서울과 파주까지 ‘윤이상의 날’ 방불케

지난 4일 국립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윤이상, 동백림의 동백나무’ 렉쳐콘서트(공연과 강연이 함께한 프로그램) 박물관 예술감독 조은아 교수

올해 윤이상 선생의 기일은 유족 뿐 아니라 선생의 음악과 예술혼을 기리는 모든 이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감회 깊은 날이 됐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부와 문화계에서 집중 조명하면서, 특히 지난 4일은 전국적으로 ‘윤이상의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지난 4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가운데, 광화문 인근 국립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에서 열린 렉쳐콘서트 ‘윤이상, 동백림의 동백나무’로 윤이상 기념행사는 절정을 이뤘다.

이명박 정부가 설립해 2012년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그동안 전시 내용이 개발독재 미화에 치우치고 현대사 왜곡이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11월 초 신임 주진오 관장 취임 이후 박물관 전시 내용과 박물관 위상을 재정립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박물관에서 윤이상 강연과 음악 연주는 새로운 시대를 실감하게 하며, 획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윤이상, 동백림의 동백나무’는 음악애호가를 위한 본격 공연이기보다는 서울시민에게 윤이상의 삶과 예술을 알리기 위한 콘서트인 만큼, 레퍼토리는 가급적 덜 난해한 곡 위주로 선별되었고 포크가수 ‘백자’씨가 윤이상의 삶을 담은 자작곡을 노래했다.

박물관 전시실에 마련된 좌석은 일찌감치 동이 났으며, 자리를 예약하지 못한 관객들은 두시간 공연 동안 서서 또는 바닥에 앉아서 음악과 강연에 집중했다. 어린 학생들부터 백발의 노신사까지 윤이상의 인생과 음악예술 이야기를 경청하고 메모했다.

박물관 예술감독이자 피아니스트로서 강연과 함께 피아노 연주까지 맡은 조은아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오늘 공연하는 이곳은 우리나라 1970년대의 역사를 구현한 전시실이다. 그러나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사람이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인물임에도 아직 박물관에 윤이상 선생의 자리는 마련되지 못했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 현대사는 물론 박물관에도 윤이상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외 음악학자들이 윤이상 선생의 음악과 사상을 살핀 학술대회도 열렸다.

4일 서울대학교에서는 한독음악학회화 민족음악학회 주관의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국내외 음악학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학회는 윤이상의 작품세계, 정서와 사상, 현대 문화와 언론 속 윤이상의 모습까지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150석 강의실이 넘치고 학회 측에서 준비한 자료집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기록했다.

함희주 한독음악학회장은 “윤이상은 아직 한국이 동양의 작은 나라로만 알려져 있던 시대에 유럽에서 동양적 사상이 기반이 된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여 한국과 동양 음악을 알린 세계적인 작곡가”라고 강조했다.

본격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지난 3~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제334회 정기연주회 ‘국악 실내악 축제’로 100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의 그림’과 ‘투게더’를 연주했다.

통영과는 대한민국 끝과 끝인 곳, 멀리 경기도 최북단 파주에서도 윤이상 기념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음악특화 공공도서관 파주시 가람도서관은 지난 4일 ‘책 읽는 파주’ 행사에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특별전시를 진행, 파주시민들에게 윤이상 음악을 알렸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 ‘윤이상, 동백림의 동백나무’ 콘서트. 포크 가수 백자씨가 윤이상 선생의 삶을 담은 노래를 선사하고 있다.

 

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파주시 도서관주간, 파주 가람도서관의 윤이상 특별전시기획
(사진출처 : 파주시 가람도서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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