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규칙 따르지 않으면 선단 ‘왕따’ 무선 차단까지, 월권에 선주들 법적대응 방침

정박중인 멸치권현망 어선들 (본문 기사에서 지칭하는 특정 선단과는 무관합니다)

“해도 너무 한다. 어로장연합회의 월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넘었다”

어선 선단의 조업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은 ‘어로장’이다. 그리고 어로장을 고용하고 선단과 선원 전체의 경영을 좌우하는 이는 선단의 ‘선주’다.

그런데 멸치권현망 선단의 어로장 친목단체가 최근 선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로장연합회가 당초 목적인 친목단체를 넘어, 전체 선단의 경영을 좌우하려들며 전횡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모 선단의 어로장이 연합회에서 제명 처분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한 또 다른 선단 어로장도 제명되면서, 연합회에 대해 누적된 선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먼저 제명된 선단(어로장)이 멸치권현망수협 이중호 조합장 소유 선단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멸치권현망수협은 긴급이사회에서 ‘조업중 업무방해 행위에 관한 제재조치’를 결정하고 조합장 명의의 공문을 3개 선단에 발송했다.

조업 현장에서 일부 고참 어로장이 주도하는 조기 회항이 조업중 업무방해에 해당하므로 선주는 어로장 및 간부선원에게 각별히 주의시켜 달라는 내용이다.

그랬더니 어로장연합회에서 총회를 열고 조합장 선단(어로장)을 제명시켜버린 것이다. 또한 어로장연합회의 자체규정보다 선주의 지시를 따른 어로장 한명을 추가 제명해버렸다.

권현망 선주들에 따르면 어로장연합회는 자체 조업규칙을 정하고 각 선단에 준수를 강요하고 있다. 선주의 판단이 아니라 어로장연합회의 서열 높은 어로장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연합회의 주도적인 어로장이 조업현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면 다른 선단들도 일제히 귀항해야 한다. 운항에 소모되는 기름을 아끼려 어장 근처 섬의 항구에 정박하려 해도 연합회가 통영항으로 귀항한다고 결정하면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

만약 연합회 방침을 어기고 제명당하는 경우에는 공동주파수 무선 신호가 차단된다. 많은 어선들이 오가는 해상에서 공동주파수 차단은 조업은 물론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 제명된 어로장은 육상에서도 어로장들 사이에서 ‘왕따’ 취급을 받는다.

멸치수협 관계자는 “각 선단 여건에 맞게 조업해야 하는데 연합회에서 획일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일괄적으로 출항 귀항하다보니 연료 낭비는 물론, 항구가 더 복잡해지고 주변 다른 배들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지난 2일에도 홍도 인근에서 어탐이 된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러나 어로장연합회에서 정했다며 일방적으로 조업을 아예 안 나가버렸다. 지난달 조업일수가 채 1주일이 안된다.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어로장연합회의 이같은 모습은 이미 수년간 멸치조업 현장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으나, 선주들은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있는 단계를 넘었다는 입장이다.

통영권우회 등 선주들은 “누가 피고용인이고 고용주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어로장들의 권한이 큰데 견제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며 “법적대응을 하더라도 정리할 것은 확실히 정리하고 가겠다. 권한과 책임을 재정립해야 할 시기다”라며 강경대응 입장이다.

이에 어로장연합회는 “논란에 책임지고 집행부가 사퇴했다. 내규 위반 어로장에 불이익 조치가 일부 있었으나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더 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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