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마음편한 수시합격생vs노심초사 정시생
하루 24시간 중 13시간 이상 학교 수업 및 자습 ‘고3은 너무 외로워’

“수능 하나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 같아 서글프지만, 최선을 다해야죠!”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아침이면 각종 뉴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날 아침풍경을 줄곧 다룬다.

시험장 앞에서 서성이며 자녀의 ‘수능대박’을 기도드리는 학부모, 시험장을 제대로 찾지 못해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급히 도착하는 학생의 모습 등 매년 비슷비슷 한 풍경들이 뉴스를 통해, 또 사진들로 만나게 된다.

올해도 며칠 앞으로 다가온 11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오전 8시 40분부터 시작, 오후 5시40분이 돼야 끝나는 길고 긴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은 저마다 홀로 외로운 싸움중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끝자락에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는 통영의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그들을 찾아 나섰다.

만남의 주인공들은 통영여자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 3층 3학년 교실로 들어서자. 1, 2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엄습한다.

푹 가라앉은 분위기, 이보다 불편할 수 있을까, 공부에 지쳐 잠시 잠을 청하는 수험생들을 지나 도착한 3학년 2반.

다행이다. 여긴 그나마 분위기가 가볍다. 아니, 웃음을 짓는 학생들이 몇 있다.

“여러분~단체사진 하나만 먼저 찍을게요!” 하니 “이 상황에 무슨 사진을?” 하는 반응을 보이며 소극적인 학생들.

“자자 단체사진 하나만 후딱 찍고 여러분들 공부할 수 있는 시간 바로 드릴 게요~방해 안 되는 선에서 얼른 찍읍시다!” 하고 막상 카메라를 들이미니 연신 웃음을 보이는 예쁘고 착한 소녀들이다.

힘겹게(?) 단체사진 촬영을 마치고 김성혜, 김채송, 구희원 3명의 수험생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통영여고 3학년 2반 구희원, 김성혜, 김채송 학생(왼쪽부터)이 활짝 웃고 있다

“수능 이제 며칠 안 남았네요! 어때요?”

“그래도 저희는 수시로 지원한 학생들이라 수능 최저등급만 맞추면 되는 거라서 다행인데요. 힘든 친구들은 정시로 대학을 가야하는 친구들이예요. 너무 힘들어요”하며 울상이다.

특히 질문을 던지자마자 ‘힘들다’는 말을 먼저 내뱉는 친구들에게 요즘 하루 일과를 물어봤다.

“새벽 6시30분에 기상해서 8시10분까지 등교를 하죠. 그리고 10월 한 달간은 full 자습으로 밤 9시30분까지 학교에 있어요. 아침에 집에서 나와서 늦은 밤이 돼야 집으로 가요. 이런 생활을 계속 반복해야 되고요. 차라리 빨리 수능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다음은 학생들이 왜 이토록 공부를 하는지, 미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김성혜 학생은 법조인, 김채송은 항해사, 구희원은 아트디렉터, 인터뷰 중 지나가던 백주은 학생은 승무원을 꿈꾼다 했다.

이유를 묻자 “조금 멋있게 말하자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법조인이 되고 싶어요. 약자들을 보호하는”, “저는 아버지가 요트업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바다와 늘 가까이 있었고, 바다가 좋았어요. 그래서 항해사를 꿈꾸게 됐어요”, “저는 다섯 살 때부터 미술을 배웠어요. 그러다보니 아트디렉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갔고, 자연스럽게 꿈을 정한 것 같아요”라며 제각각의 대답들을 들려줬다.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세 학생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돼요?”라며 “수시로 대학을 가는 것 중 학생부종합전형이 있어요. 너무 학생들에게 불합리한 제도 같아요. 공부만 하기도 버거운데, 활동 실적도 중요시 하는 거예요. 저희들도 이번 수시를 준비하면서 버거웠던 부분”이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수능하나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학생들이지만 수능을 마치고 대학진학에 대한 설렘도 숨기지 않았다.

“저는 우선 대학 가면 연애도 하고 싶고, 다이어트,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또 학생이라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카드를 쓰지 못하는 것도 불편해서 얼른 카드를 재발급 받고 싶어요, 또 가장 가까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싶어요”라며 특히 김채송 학생은 “항해의 메카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심층 있는 항해 공부를 하고 싶어요. 정말 멋진 항해사가 돼서 후배들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앞으로 닷새 남은 11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날의 주인공인 수험생,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교사, 학부모들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드리울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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