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예술의향기 지난달 29일 김춘수 13주기 추모제 봉행
딸 김영희 여사 참석, 김춘수 콘텐츠 개발 절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의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의 시인 김춘수가 너무나 사랑한 고향바다 통영.

2017년 11월 29일 시인과 동호동 61번지 생가 속 앵두나무와 배꽃은 없었지만, 그가 남긴 시의 향기는 가득했다.

김춘수 시인은 생전 "요즘도 나는 화창한 대낮 길을 가다가 문득 어디선가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듣곤 한다. 물론 환청이다. 나는 자주자주 바다를 꿈에서만 보고 했다. 바다는 나의 생리의 한 부분처럼 되었다. 바다. 특히 통영(내 고향) 앞바다 - 한려수도로 트인 그 바다는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고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그 뉘앙스는 내 시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든 그 바닥에 깔린 표정이 되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로 통영 바다를 사랑했다.

민간문화 서포터스 통영예술의향기(회장 이지연)는 지난달 29일 대여(大餘) 김춘수 선생 13주기를 맞아 통영시 봉평동 김춘수유품전시관에서 추모제를 봉행했다.

이날은 선생을 추모하고, 만 10년 전 지난 2007년 선생 타계 3주기를 맞아 통영예술의향기 전신인 꽃과 의미와 한산신문이 손잡고 통영시민 4백여 명과 함께 세운 통영문화운동의 새 이정표를 기억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 역사적 시비가 선생님의 유품을 모두 고향 앞으로 모셔왔고, 이제 13년 전 홀연히 하늘 꽃밭으로 가 버린 김춘수 선생을 만나기 위한 추모제가 엄숙히 거행됐다.

김춘수 선생의 유족인 장녀 김영희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전 11시 '가을 저녁의 시'를 김순효 이사가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용수 이사의 사회로 김춘수 선생이 생전 '꽃' 시를 낭송하는 영상과 함께 헌다와 묵념, 정창엽 이사의 선생 약력보고, 이지연 회장의 추모사 등으로 이어졌다.

또 선생과의 개별 인연, 꽃 시비 운동의 참여 동기, 문화운동의 발전방향 등을 이야기하고 모두 평소에 좋아하는 김춘수의 시 한편씩을 낭송했다. 진솔한 국화 한 송이씩을 헌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헌다는 평소 김춘수 선생이 즐겨 마시던 커피를 당대 통영문화협회에서 같이 활동하던 전혁림 화백의 작품이 새겨진 머그잔에 올리고, 또 함께 활동한 미술가 이중섭에 대한 김춘수 선생의 생각을 담은 시 '이중섭'도 낭송됐다.

선생의 딸 김영희 여사 역시 "가족으로서 아버지를 잊지 않아 너무 감사하다"며 시 '꽃'을 낭송했으며, 아버지께 뜨거운 눈물로 헌화했다.

이지연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은 선생님 가신지 13주기가 되는 날. 우리가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인연으로 꽃시비와 유품관을 오가며 소박하게나마 선생님을 추모한 지 만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예향 통영은 대여 김춘수 선생과 같은 분들의 문화유산으로 인해 얻게 된 이름이며 문화 인프라"라고 말했다.

또 "꽃 시비 운동은 전국문화운동의 표본이 됐고, 이 임시 유품전시관이 설립된 계기이기도 하다. 오늘 한 잔의 커피와 한 송이 국화꽃, 그리고 시 한편 올리는 추모제이지만 선생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정성이 가득담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제 유품전시관이 아닌 생가복원과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설립돼야 한다. 김춘수 선생을 비롯 여러 선배님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예향 통영 품격에 걸맞는 콘텐츠로 구성, 문화관광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