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신판사요" "나는 재건복을 입지 않아 파면된 교사요"

서슬 시퍼런 유신시대 '통영 대꼬챙이'라 불리던 두 어른이 있었다. 한분은 유신시대 출범에 맞춰 대법관으로 임명된 자신을 '유신판사'라고 자조한 효암 이일규 전 대법원장이고, 또 한분은 유신시대 공무원 재건복을 유일하게 거부하고 우리말 지키기에 앞장선 초정 김상옥 선생이다.
이 두 분은 참 닮은 점이 많다. 일단 1920년 통영 출신이다. 초정이 그 해 8월에 태어났고, 효암이 그해 12월 출생, 앞서거니 뒤서거니 통영보통학교를 다녔다.

철권 정치에 정면으로 맞섰고, 전두환 시절 눈엣가시로 불렸으나 오히려 흠 없는 대쪽들로 평가받았다. 효암은 박정희 정권에 유일하게 항거한 사람이었으며, 초정은 전두환 시절 파면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재건복을 입지 않은 유일한 교사였다. 매사 엄격한 잣대와 소신 있는 행동을 직접 실천한 대한민국의 선배 어르신으로 남았다. 

소신판결로 정권과 맞섰던 대한민국 법조계 '통영 대꼬챙이' 효암은 박정희 시절 '사법살인'이라 불리는 '인혁당 사건'의 사형반대 소수 의견을 유일하게 내는 등 약자의 인권보호와 사법권 독립이라는 큰 업적을 남겼다.

한국시조학의 아버지 초정 김상옥 역시 대한민국 문학계 '통영 대꼬챙이'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 일경에 의해 3번이나 투옥됐고, 조국이 해방되자 통영문화협회를 조직, 찬란한 근대문화를 꽃피웠다. 남망산 이순신장군 시비건립에 앞장섰고, 흩어진 문화재 보호 등 우리문화와 글을 보존하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흙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초정의 시 백자부>

출세에 눈이 어두운 혼탁한 정치 세태 속에서 백자 같은 '통영 대꼬챙이' 두 분이 새삼 그립다. 효암 이일규, 초정 김상옥 그 이름만으로도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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