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일자리 고민하던 통영 YWCA 강분애 대표
2010년 누비 시작 상품화·경쟁력 확신, 우수기업 등재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품 선정 등 세계를 향해 누빈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칫 끊길 수도 있는 400년 전통 '통영누비'의 맥(脈)을 이어가는 '착한 일터'가 있다.

통영시 서호시장 내 자리잡은 사회적기업 (주)민들레누비. 한산신문 사내 연수로 전 직원이 찾은 판매장 옆 150㎡ 남짓한 작은 작업장 역시 활기로 넘쳤다. 10여 대의 재봉틀에서는 연신 "드르륵 드르륵" 바느질 소리가 리듬을 탄다.

이주여성들의 일자리를 고민하던 통영YWCA가 지난 2010년 설립, 당시 사무총장으로 있던 강분애씨가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누비 일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당시 통영YWCA에서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실을 운영했는데, 수강생으로 참가한 이주여성 대부분이 가계에 보탬이 되는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해법을 고민하던 통영YWCA는 400년 전통의 통영누비에 주목했다. 통영은 조선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된 이후 생겨나기 시작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누비문화가 전해지고 있었으나 젊은이들이 전수를 꺼리고 있었다. 더욱이 계승자가 2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위기상황이었다. 위기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고 했던가. 전국에 유통되는 누비제품 대부분이 기계로 만들어지는 데 반해, 꼼꼼하게 수공예로 만드는 통영누비는 강점이 있었다. 상품화하면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그즈음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누비기술을 가르쳐보니 예상외로 호응이 좋았고 습득도 빨랐다.
확신을 갖게 된 통영YWCA는 주저하지 않았다. 서호시장 건물 2층에 작업장을 열었다.

회사이름은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질긴 생명력을 가진 '민들레'로 지었다.

'민들레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좋은 일을 곳곳에 퍼뜨려 지역사회를 일으키고, 이주여성 등 사회취약계층에 도움을 주자'는 각오도 새겼다. 작업장이 생기니 결혼이주여성들이 너무 행복해 했다.

추운 겨울 굴까기·참치 손질 등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는 일자리와는 달리 일찍 퇴근 후 자녀도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2의 고국이 된 한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컸다.

창립멤버는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출신 등 다문화여성 9명과 한국인 3명, 강 대표까지 총  13명이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누비제품은 여성용 가방과 파우치, 지갑, 실내화, 명함집, 필통, 덧신 등 다양하다. 명품 못지 않은 테마 디자인과 꼼꼼한 수작업으로 인기 절정이다. 자연히 매출도 늘었다. 2015년에는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선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젊은 브랜드 Trend Jak(트랜드 작)을 출시, 또 한번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통영이야기가 있는 통영고지도를 일러스트 작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 겉감, 안감, 택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경남도 관광공모전 금상,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 은상, 한지대전 은상 등 벌써 5개 상을 수상한 트랜드작이 통영민들레 누비를 명품화 시키고, 세계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통영이야기를 밴치마킹한 평창이야기 시리즈도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다. 러시아를 비롯 미국과 유럽에서도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민들레누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 대표는 "결혼 이주여성들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듬어서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갖게 하려면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누비기술자도 장인이 될 수 있다는 사회문화적 토양 마련과 함께 그 열정으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우뚝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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