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의 생전 첫 시 발표는 박철석 전 동아대학교교수(작고)의 글에서 만날 수 있다.

― 박철석, 「청마 30주기 특집」, 월간 『열린시』 통권 제 25호, 열린시, 1997년 4월호, 47쪽.

“ 『참새』동인지는 통영을 기점으로 하는 「통영참새모임회」에서 간행한 것인데 1925년 9월에 창간 1927년 4집에 끝나고 있다. 청마는 이 잡지의 비회원으로 청마의 형 유치진의 희곡(개역한 것) 「묘분청미정(墓憤淸微淨)」과 함께 제 4집에 시를 발표하고 있다. 이때 청마의 나이 스무살, 동래고보 5학년 졸업반에 해당된다. 청마는 『참새』지 이전에 형과 같이 1925년 『토성(土聲)』지 3호에 유치진 이름을 봤다는 사람은 있으나 결국 잡지를 찾지 못했다. 그러기에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서 「단가(短歌)」(『참새』동인지,1927.)가 최초의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유치진의 “1925년 『토성(土聲)』지 3호”는 어긋나 보인다. 동랑의 일본 시절은 1920년이다. 그때로 하여 동인지 발간 운운하고 있기 때문에 년도상으로도 이해가 가질 않는 형편이다.

― 박철석, 「청마 30주기 특집」, 같은 책, 55쪽.

“청마의 최초의 시(현재까지 밝혀진 「단가(短歌)」는 모두 9편의 짤막한 시다. 「단가(短歌)」 말미에 적혀 있는 〈부설(附設)〉에 ‘이멧편의 토막시를 우선(爲先) 단가라고’한 것을 보면 토막시 한 묶음한 이름이 달리 「단가(短歌)」라는 것이다. 이 짤막한 토막시 9편은 모두 4행으로 되어 있고, 기본율은 7·5, 7·5이다. 「단가(短歌)」에서 보인 4행시는 뒤에 5행시 6행시로 바꿔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단가(短歌)―유치환

 

맑은 밤 우르르니/뭇 별 사이로/내 넉시는 구천(九天)을/다음질처라

먼 바다에 ᄯᅥ 잇는/흰 돗단 배는/볼 ᄯᅢ마다 엇전지/졸음이 와라

채운(彩雲) 사이 모이는/청천(靑天)과 가치/내 마음은 맑고도/놉직하여라

추천(秋天) ᄭᅳᆺ에 떠도는/흰 구름덩은/언제 봐도 미소(微笑)가/절로 나여라

허공(虛空)을 바라보고/웃는 허잡아/늣가을 적막(寂寞)을/ᄭᅢ트리련가

먼 곳에서 들니는/밤차(車) 소리에/상사(相思)의 외론 밤을/실ㅅ고 가여라

깁숙히 바라보는/님의 눈이며/무엇을 알으케란/말이 오는ᄭᅡ

토막난 님뵌 ᄭᅮᆷ을/니으러 하든/그런 밤은 웨 그리/잠 안들런고

학교(學校)서 돌아오면/허통한 방(方)이/너무나 쓸쓸해서/울움을 날아

「부설(附設)」 이멧편의 토막시를 爲先 단가라고 일러두나이다 그러나 이리저리 보아서 아주 未或한 점이 만사오니 日后에 ᄯᅩ다시 고(考)하야 발표할 때가 잇슬 줄 생각함니다.”

이렇게 청마 지면 발표 최초의 시 「단가(短歌)」는 7·5, 7·5의 4행시로 되어 있다.

 

이 『참새』지(誌)는 근대시절 사설시조가 대두되는 새 영역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새 시류인 평시조 부흥운동에 편성하여, 경남 통영에서 1926∼27년 사이에 총 4권을 발간하였다.

편집내용상으로 보아도, 개화기 시조의 주축인 가사나 창가에 대한 부분과 새로운 시조로 탈피하기 위해 눈 돌리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모부문은  『참새』지 편자의 말 중의 말미에 시조, 신시(新詩), 민요(民謠), 동요(童謠), 한시(漢詩), 감상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쳐 응모하였으나 한시, 민요, 동요 등 전 시대의 장르들은 흥미를 잃고 대부분 시조 쪽에 관심이 지대해 시조 중심의 동인지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는 근대시조사에 발맞춘 뚜렷한 흔적이 된다.

유치환은 특이하게도 이 『참새』지(誌)에 시(詩)를 발표하였다.

그 시대 문학청년으로서 훤칠한 선배들의 뒤를 잇는 후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심도 깊은 문학성을 표출했다고는 할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동래고보 5학년 졸업반에 쓴 것이라 의미는 크다.

이런 저런 경황을 보아 유치진이 구술하는 유치환의 『토성(土星)』지(誌) 자유시 발표는 어느 정도 엇박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7년 전에 발표한 유치환의 실적은 유치진의 구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야릇한 향수로 느껴지는 일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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