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메이커즈 구나연

독립출판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고서점 호산방, 첫번째 방문 - 송광용의 만화일기'이다.

1934년생 송광용은 만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생이었던 1952년 5월 1일부터 만화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당시 학생잡지 '학원'이 창간되었는데 거기에 김성환  네칸만화를 통해 역사를 기록한 시사만화가로 대표작 '고바우 영감'을 1955년부터 50년간 신문사에 연재했다. 그의 만화 '꺼구리군 장다리군' '빅토리 조절구'가 연재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 만화에 빠져서 더욱 열심히 만화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하듯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나이가 들고 먹고 살기 위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화가의 꿈은 멀어져갔지만 만화일기 쓰기만큼은 40년간 계속되었다. 1992년 2월 9일을 끝으로 그의 만화일기는 자체 폐간되었다.

그의 책에는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험난했던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한 평범한 남자의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꿈꿀 수 있었던 학창시절, 혹독했던 군대시절, 실직과 가난, 생계를 위한 공장근무, 멀어져 가는 만화가의 꿈 등 그의 일기를 읽고 있노라면 시대만 다를 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모습도 그대로 투영되어 보여지는 기분이 든다.

그는 만화를 그리면서 책의 디자인과 제본까지 직접 했는데 종이를 구하기도 어려웠던 시절, 돈을 모아 종이를 사는 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값이 싼 갱지를 반으로 접어 A4크기로 직접 제본하였고 표지에는 일련번호와 각 권의 표제를 붙이고 표지그림을 일일이 그려 넣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시켰다.

그렇게 각기 다른 표제로 총 131권이었던 책은 1990년 영월지역 홍수 때 30권을 잃어버리고 남은 101권을 2001년 영월 책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일년 뒤 책박물관의 박대헌(책박물관, 고서점호산방 대표)과 디자이너 정병규 등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옛날은 우습구나 - 송광용 만화일기 40년'을 출간하게 된다.

일흔을 앞둔 나이에 꿈에 그리던 자신의 책이 인쇄물로 출판되었을 때 그의 심정이 얼마나 벅찼을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혹은 그저 덤덤히 웃고 말았을까.

그 뒤로 13년이 지난 2015년에 독립출판프레스 '오늘의 풍경'에 의해 다시 한번 '고서점 호산방, 첫번째 방문 - 송광용의 만화일기'가 발간되었다.

'옛날은 우습구나 - 송광용 만화일기 40년'에서는 그의 일기를 엮어 총 4권의 인쇄물로 출판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고서점 호산방, 첫번째 방문 - 송광용의 만화일기'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고서'를 통해 '오늘'의 시간을 비추어 보는 프로젝트로 송광용의 만화일기를 첫번째로 다루고 있다.

나 역시 이 책 덕분에 그의 작업을 접하게 되었고 그의 순수한 열의에 감동하고 함께 울고 웃었으니 '오늘의 풍경'이 기획한 첫 고서점 호산방 프로젝트는 성공적이 아닐까.

그들의 두번째 방문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 부산 장전동에 위치한 샵메이커스는 카페를 겸하는 독립출판 서점이다. 카페 공간은 전시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도서 판매 외에 샵메이커즈와 다양한 소규모 창작자들이 함께 만든 디자인 상품을 판매한다.
※ 이 글은 <기획회의> 438호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책방'에 실린 필자의 글 중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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