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보고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그림과 이야기로 보답하는 식당

 
 
 

"강구안 골목 구석구석에는 전통 있는 맛집, 역사가 서린 건물들이 많다. 이곳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이 골목을 더욱 알리고 싶다"

강구안에 가면 통영 명물인 충무김밥과 꿀빵을 파는 가게들이 죽 늘어서있다. 그곳에서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푸른 간판과 아기자기한 글씨가 눈에 띄는 이중섭 식당이 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추태홍 씨는 2004년 통영에 내려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어머니 조학선 씨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해물된장찌개'와 '말린 메기찜'으로. 그 맛은 일품이다. 음식을 만드는 조학선 씨는 식당 운영 경력 40년, 이 자리에서만 11년 째 식당을 운영 중인 베테랑이다.

그들이 '이중섭' 이름을 달고 식당을 운영하게 된 지는 4년 정도 되었다. 이름을 바꾼 것은 '신의 한수'였다.

본래 '한평식당'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이 골목을 찾는 손님이 줄며 식당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통영 도시재생사업인 항남동 골목길 활성화 사업이 추진되고, 주태홍 씨는 윤미숙 전 푸른통영21사무국장에게 "좋은 식당 이름 없냐"고 농담 삼아 던졌다. 이에 윤미숙 전 사무국장이 '이중섭 식당'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식당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추태홍 씨는 "처음에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내거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름 바꾸길 꺼렸다. 윤미숙 전 사무국장님의 설득에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했는데, 잘한 것 같다." 간판이 바뀌고 이 집의 맛을 알아주는 사람은 더욱 늘었다. 실제로 많은 손님들이 이름을 보고 찾아온다.

그는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이중섭에 대해 설명 해 주기도 한다. 손님들 반응도 좋다. "식당 이름을 바꾸고 나서 손님들께 설명 해 드리기 위해 이중섭과 관련한 책도 읽고, 이것저것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이중섭이 2년가량 통영에 머무르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통영에는 다른 유명한 문인들이 많다보니 이러한 사실이 묻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를 더 알리고 싶다"

식당 안에는 작은 갤러리도 있다. 벽면에는 이중섭의 그림들이 액자에 걸려 있는데, 식당이 하나의 전시실인 셈이다. "이중섭이 그린 통영 풍경들과 '흰 소'를 좋아한다. 여기 있는 이 그림들이다" 손님들은 이곳에 들러 맛도 보고, 이중섭의 그림도 볼 수 있다.

또한 식당 한켠에는 상점이 그려진 엽서와 지도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추태홍 씨가 항남동 골목의 풍경을 직접 그린 것으로, 이를 판매해 통영시 종합사회 복지관과 연계, 수익금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상당히 명성 있는 골목이었다. 70년 이상 오래된 맛집도 이곳에 몰려있다. 하지만 골목이 낡고 상권이 이동하며 이곳을 찾는 발길이 시들해졌고, 이 때문에 장사를 접는 식당도 생겨났다."

점점 사라져가는 가게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를 추억하기 위해 건물을 그려 엽서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그린 골목 지도는 '강구안 골목 프리마켓'이 열릴 때 배포되고 있다.

주태홍 씨는 식당일로 바빠 주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통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일러스트 작가 '밥장'과 함께 '믿는 구석 통영' 프로젝트 강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의 바램은 식당에 손님이 '바글바글'하는 것과 이 골목이 많이 알려지는 것이다.

"이 곳은 백석의 시도 있고, 강구안의 상징인 물고기 동상도 있고,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도 있는 역사와 예술의 거리다" 그는 현재 시민단체 '통로'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강구안 친수시설 사업과 같이 통영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계속 식당을 운영하며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통영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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