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재직시 시장실에 걸어놓고 매일 구상 하던 그림

건곤일척(乾坤一擲)이라함은 하늘과 땅을 걸고 한 판의 승부를 한다는 말이다. 해방 후 73년을 지내오면서 오늘날 통영이 처한 처치가 배수진을 치고 건곤일척의 한판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바다의 땅―통영

아래의 그림은 '바다의 땅―통영'을 그린 그림이다.

|'바다의 땅'(The Land of Sea)은 지리학자 유우익 교수가 필자에게 준 선물이며 이는 콜시카 섬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대지와 함께 큰 품으로 인간과 자연을 감싸 안고 키우는 곳이다. 무한한 잠재력이 이곳에 있으며 인류의 도전과 응전의 장소이기도 하다.

우측 그림은 바다의 땅의 개념을 통영이란 구체적 장소에 올려놓은 것으로, 시장 재직 시 시장실에 걸어놓고 매일 구상을 하던 그림이다.

"꿈은 꿈을 꾸는 자에게 이루어진다/시민 전체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통영의 미래는 섬과 바다에 있다"라는 말들이 메모되어 있다.

계획은 역사와 문화예술의 존, 해양관광의 존, 해상도시의 존으로 나뉘어 있다.

역사와 문화예술의 존은 세병관에서부터 음악당에 이르기까지의 통영시의 중심도시에 대한 계획이다.

해양관광의 존은 유람선 터미널에서 한산도-용초도-비진도-오곡도-연대도-학림도-수산과학관으로 이어지는 해상 케이블카의 건설이다. 이것은 세계 최장이 될 것이다.

해상도시의 존은 추도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 그 면적은 2,267㎢으로서 605.2㎢인 서울시의 3.7배가 된다. 이곳에 해상의 도시를 구축하는 것이며 그 정신은 천(天)·지(地)·인(人)·해(海)로 표시되어 있다.

그 밖에 섬에 광역 상수도를 놓고, 사량도 상도·하도 다리 연결도 메모되어 있다. 이 두 가지는 성사되었다.

필자는 2004년 초 이 '바다의 땅―통영'의 내용을  A3 용지 한 장에 그려 노무현 대통령께 전달한 바가 있다. 노 대통령은 이 그림을 보고 2004년 10월 27일 통영에 내려와서 '통영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다'라고 약속을 했으며 이는 KBS로 전국에 생중계 되었었다. 문제인 대통령은 당시 비서실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 약속을 기억할 것이다.


 


항남동과 도남동의 연결

항남동과 도남동을 다리로 연결하면 새로운 개념의 신도시가 탄생된다. 이는 '통영 라 데 팡스'라 하여 필자가 시장 부임 초부터 구상했던 것이다.

세병관에서부터 이곳을 지나 음악당으로 가는 길은 역사와 문화예술의 존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리가 높으면 안 된다. 양안에서 서로 쳐다볼 때 시야가 가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인 칼라트라바가 구상한 다리가 있다. 다리 중간을 회전시켜 배를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

이 일의 뿌리와 배경을 본다.

필자는 유우익 교수, 김태호 경남지사와 더불어 '남해안 시대'를 주창하였다. 이에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남해안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2007년 12월 27일, 드디어 남해안 특별법(동서 남해안 및 내륙발전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날 건설 교통부는 '동서 남해안권 및 내륙 발전 기획단'을 발족하였다. 이때부터 정부는 대한민국의 발전 방향을 수도권 일극주의에서 수도권과 남해안권 이극주의로 나아갈 것을 확정한 것이다. 지방분권의 정신이 여기에 담겨있다.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 정부는 2017년 2월 27일, 제11차 무역진흥회의에서 통영의 폐조선소를 스웨덴의 '말뫼의 눈물'과 같은 관광지로 만들 것을 공표하였고, 거제·통영에서부터 고흥반도까지 483㎞의 '국가해안관광도로'를 만들 것을 함께 발표하였다.

나아가서 새 정부의 이낙연 총리는 잠자고 있는 남해안 특별법을 깨워 '해양관광 진흥지구'를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용역비 80억 원을 투입하여 15권이나 되는 구체적 사업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남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확실한 정부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마침 분당에서 진주로 내려온 LH 공사는 통영의 폐조선소 살리기에 5천억 원의 프로젝트를 경남도와 통영시에 제의하였고,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에 '경제기반형'으로 선정된 것이다. 사업비는 1조1천41억 원으로 이중 7천백억은 민자로 조달해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와 민자 유치가 이 프로젝트의 성공여부의 관건이다.

문화관광부를 설득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의 제2관으로 '국립현대미술 통영관'을 유치시키고 그 설계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든 프랭크 게리가 맡는다면 최고의 콘텐츠가 될 것이다.


해상 케이블카

해상국립공원법에는 2㎞ 이상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필자는 환경부에 10㎞정도는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자고 하였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5㎞는 가능하도록 되었다.(자연공원법 시행령 제14조의 2의 제1항, 2008.9.18 신설-시행령 별표 1의2 '공원자연보존지구에서 삭도의 규모제한은 5㎞ 이하, 50명용 이하')

5㎞ 정도의 길이라면 아쉬운 대로 유람선 터미널에서 한산도까지 건너갈 수가 있다. 세계 최장만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여섯 개의 섬마다 특색 있는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지면 관계상 콘텐츠의 내용은 생략한다.

김동진 시장이 이 일을 해 보겠다고 발언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8년 전부터 시작했더라면 지금쯤은 운항되고 있을 것이다.


통영 IC에서 도남동의 연결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가 성공되고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통영은 그야말로 세계적 관광지가 되겠지만 지금도 교통지옥이지만 이로 인해 통영의 교통은 완전 마비가 될 것이다.
두 가지를 구상하였었다.

하나는 고속도로에서 시내를 관통하지 않고 미륵도 관광지를 연결하는 방법과 또 하나는 주차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북통영 IC와의 연결문제는 노무현 정부시절 추병직 건교부 장관을 만나 해결했다. 이것이 국지도 67호선으로 통영의 교통체증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통영 IC에서 시내를 관통하지 않고 미륵도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다 만남의 광장을 만들고 바로 도남동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놓으면 된다. 예산은 5천억 원정도 들 것이다. 부산의 광안대교 못지않은 아름다운 관광 다리를 놓아야한다. 어느 정도 정부의 도움을 받고, 제3섹터로 풀어나가면 될 것이다.

이 노선 결정에는 시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주차장 문제의 해결(지하도시의 건설)

주차장 문제는 통영의 지형지세를 입체적으로 응용하면 된다. 안디산(북포루), 동피랑, 서피랑, 태평동 당산(토성 고개), 대몽지(주전골쪽), 남망산, 모두가 지하 주차장으로서 좋은 자원이다. 이런 생각을 확대해 나가면 지하도시의 건설이 될 것이다. 특히 안디산의 넓이는 북신만과 평림동까지 연결되어 있어 넓은 지하도시를 만들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현직에 있을 때 세계에서 제일 땅굴을 잘 판다는 노르웨이를 방문한 바가 있다. 기술자들을 만났더니 자기들이 북한의 땅굴기술을 전수해 주었다고 자랑한다. 남북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바다 밑에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어 놓은 인간들이다.

이렇게 지하도시를 구축한다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 것이며, 전쟁이 나도 피난처로 좋을 것이다. 주차장뿐만 아니라 상가와 문화 시설까지도 조성할 수 있으며 사통팔달로 교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하튼 이런 엉뚱한 생각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사업의 성공가능성 여부

일을 함에 있어 목표하고 있는 한 가지만 쳐다보면 풀리지 않는 것도 여러 가지 사업을 복합 중층적으로 엮으면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창원 이곳에서 인구 10~15만을 수용할 수 있는 약 300만여 평의 전원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처음에는 앞이 깜깜하였으나 여러 가지 사업과 아이디어를 복합적으로 엮으니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 해상 케이블카, 성동조선의 회생, 안정일반산업단지의 조성 등이 어우러지면 제3섹터에 의한 BOT 사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류의 일들을 제3섹터 BOT 사업으로 거침없이 성공시킨 귀재를 만나 그 성공 여부를 논의해 보았다.

이 귀재는 서울 외곽순환도로, 서울 지하철 9호선(제일 성공한 지하철), 서울·춘천 고속도로, 서울·용인 고속도로, 인천대교, 우리가 잘 아는 거가대교, 마창대교, 부산신항 2-3단계사업, 황령산, 수정산, 백양산 터널, 용인 경전철과 부산, 김해 경전철 등 수많은 대형 사업들을 성공시킨 사람이다.

그는 필자가 제의하는 통영의 기발한 사업에 대해 그 구상부터가 매력이 있으며 성공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큰 승부의 또 하나는 성동조선해양을 살리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회장, 성동조선해양의 회장을 지냈으며 조선업계의 '신의 손'이라는 유관홍 회장을 만났었다.

"살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살릴 수 있다. 2년 6개월만 정부에서 밀어줘야 한다."

"왜 2년 6개월이냐?" "지금 수주 받은 배를 만들려면 기본이 2년 6개월 걸린다" "당신이 다시 한 번 일을 해 볼 생각이 없는가?" "월급을 받지 않고 재능 기부를 하겠다. 그 대신 전권을 내게 맡겨줘야 한다" "좋은 방법이 없는가?" "있다. 최고 결정권자에게 소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송기인 신부님과 조성래 변호사다"

그리하여 필자는 두 분을 모시고 성동조선을 방문하였다.

만일 성동조선을 회생시킬 경우 유관홍 회장같은 사람을 함께 투입시켜야 할 것이다. 일의 성패 여부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윤이상의 봉환

윤이상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큰 사업은 그의 유해를 윤이상 음악당―바다 가까운 곳에 모시는 일이다.

'Das ist mein Ganzes(고향은 나의 전부)'라고 말씀하신 그의 고향 사랑에 대한 화답은 고향의 따뜻한 품에 편히 쉬도록 배려하는 일일 것이다.

따뜻한 정이 흐르는 통영

이국민 시인은 탁월한 시적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오늘날 통영의 세태를 '조화(造化)만 가득한 고향'이라 표현하였다. 참으로 폐부를 찌르는 적절한 질책이다.

'들국화 후'란 그의 시를 보자.

이제 다시 포옹할 수 없나/네 환희(歡喜)를
추석이면 반가운 미소/만발했던 포구(浦口)
조화(造花)만 가득한 고향? 어디 가서 만나리?


옛날의 통영은 따스한 정이 흐르고 낭만이 있었던 곳이다. 이제는 '들국화 후'처럼 따스한 정이 흘렀던 옛 모습을 찾을 수는 없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도시재생사업도 좋지만 껍데기만 재생시킬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재생시킬 수 없을까.

조화(造化)가 아니라 생화(生花)가 가득 찬 고향을 만드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소개한 건곤일척의 큰 승부보다 어쩌면 이것이 더 소중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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