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근대건조물 ‘서호동 장공장’ 학술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지난해 10월 용역 착수…국외 기록물 수집·현장·구술 조사 진행

서호동 장공장 원형사진

“장공장 유물이 그대로 보존돼 정체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후세들에게 식민지의 아픔을 유산으로 남겨서,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다. 또한 정체성을 보존하려면 지금 그 자리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

“장공장 굴뚝으로 유적지를 만든다고 용역보고를 하는데, 일제시대 잔재를 두고 주민들 안전이 우선인지, 유물보존이 우선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지난 9일 명정동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통영시 근대건조물 서호동 장공장 학술연구용역 보고회’ 발표 후 시민들의 장공장 보존에 의한 의견이 엇갈렸다.

통영시는 지난해 10월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에 통영시 근대건조물 ‘서호동 장공장’ 학술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학술용역은 2017년 10월 16일~2018년 2월 28일까지 수행, 연구책임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 공동연구 전갑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유진 프랑스 건축사, 김상현 통영인뉴스 대표, 연구보조 홍원기 성공회대 연구원이 맡았다.

이들은 △서호동 장공장 주변 자연 및 지리적 환경 연구 △장공장 변천과 연혁 △서호동 장공장 현장조사 △장공장 주변 인물 구술조사 △보존관리 및 활용방안 제시 등을 사업목적으로, 10월부터 국외 기록물 수집 조사를 비롯 공장 내·외부 조사, 전통건축 및 보수전문가 동행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다무라 간무의 간장공장 굴뚝 및 공장 건물 조사와 도면 작업, 12월 다무라 간무 공장 관련자 인터뷰 등 구술조사를 실시했다.

용역 발표를 맡은 전갑생 연구원은 서호동 장공장의 기대효과로 ‘국내외 일본식 간장공장 관련 향후 연구 활성화’,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새로운 인식 극대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문화유산 인식 제고 및 자부심 강화’, ‘관광객 유치 등 관광활성화 효과증대’등을 밝혔다.

전갑생 연구원은 “현재 통영시 가죽고랑1길 74-51의 잔존 굴뚝과 공장 건물 주변은 모두 주택 밀집지역으로 좁은 진입로와 일반 주택 담장과 붙어있다. 굴뚝은 벽돌로 쌓아서 건조한 조적구조로 추정, 아랫면 너비 1.56m, 높이 약 13.9m의 규모로 넝쿨이 부착 돼있다”며 “이웃집 담과 붙어 있는 상태로 이웃집 담 일부분에 옛날 블록이 남아있고, 불을 때던 구조물은 흔적이 사라졌고, 벽돌 일부분과 줄눈부분의 탈락현상들이 진행 중으로 안전 진단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공장은 목조구조에 일본식 기와로,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약 11m×6.5m×6m 크기로, 도로 신축으로 유실된 부분이 대략 8m로 추정된다. 또 유실된 부분에 목재기둥이 외부로 노출돼 있어 변형 손실이 예상된다”며 “내부에 적재된 물건들로 세부적인 실측이 불가, 출입구 부분 내부 실측치와 외부 실측 수치를 참고해 추정했다. 또한 지붕의 트러스 구조, 내부 석회벽 마감, 외부 시멘트 몰탈 마감, 경량 기와공법, 공장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정한 부재들은 일본적인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전갑생 연구원은 “2018년 2월 현재 전국에 단 한 개소도 등록문화재 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 없다. 특히 서호동 장공장과 동일한 시기 건축 된 굴뚝이나 공장 건물이 전무, 국내에서 건물의 희소성 등에서 역사성을 지닌다. 이에 굴뚝과 공장은 현 위치에 있어야 문화재 가치를 가질 수 있으며, 이전 또는 해체는 논의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용역팀은 국내 전문가 자문 및 의견 청취를 통해 보고서 완료 뒤 전문가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보존관리 및 활용 방안을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용역보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장공장의 보존과 이전 무슨 가치를 지니는지 △장공장 장소보존과 함께 장에 관련된 생산품 활용 방안 제시 △일제시대 잔재, 주민들 안전이 우선인지, 유물보존이 우선인지 △장공장 정체성 잃지 않고 보존해야 △원형 그대로의 보존이 고유 가치를 지니고 있어 굴뚝과 장소를 통해서 얻는 경제적 가치 △명정동 주민 명정동 장맛 복원 활동-고용창출 등의 의견을 보탰다.

건축사 허정도 자문위원은 “장공장은 근대산업유산으로서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와는 다르다. 장공장은 건물 안에 들어가 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내부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담나 집이 조그맣기 때문에 공동적으로 쓰기보다는 그 지역 주민들 위주로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담소도 나누고 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또 주민분들께서 굴뚝이 조금 튀어나와 있어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며 마산에도 대규모의 장공장이 여러 개 있었고, 몽고간장이 1905년 지어졌는데 유적이 하나도 없다. 결국 마산은 그 유적을 지키지 못했다. 통영이라도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통영시의회는 김미옥 시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 2016년 10월 제174회 임시회에서 ‘통영시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 철거 위기에 놓인 근대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조례는 19세기 개항기부터 1960년대 산업화 이전에 건립된 역사·산업·예술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보존, 역사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조례안에 따르면 통영시장은 근대 건조물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 및 활용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해야 한다. 또 가치 있는 건축물을 근대 건조물로 지정, 주변 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간장병
현재 유구로 남아있는 장공장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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