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 프로젝트

필자는 2003년 시장으로 당선되자 A3 용지에 '통영의 미래' 그림을 그려 노무현 대통령께 직접 전달하였다.

그 미래 청사진은  3조 4천억 원이 소요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그 사업비 중에 50%는 민자로 조달하고 나머지 50%는 정부에서 지원하여 추진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그림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은 100%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2004년 10월 27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통영을 방문하였을 때 인사말의 첫 구절이 지금도 유난히 귀에 쟁쟁하다.

"헬기를 타고 이곳에 왔습니다. 남해안이 참 아름답지요. 그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 통영입니다. 통영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 중 제가 직접 챙기겠습니다. 이 회의가 끝나면 광양으로 갑니다. 광양은 물류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상도와 전라도에 큰 선물 하나씩을 약속한 것이다. 이 약속은 KBS 생방송을 통하여 전국에 중계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비서관으로 근무를 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 약속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영을 중심으로 하여 남해안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하였다.

개발 구상의 이름도 대통령께서 직접 지어서 '카프리 프로젝트'라 하였다. 그 추진 위원장으로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임명하였으며 필자를 위원으로 지명해 주었다. '카프리 회의'는 몇 번 가진 바가 있었으나 불행히도 정권이 연속되지 못한 관계로 이 큰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과 남해안권 발전 기획단

그 후 필자는 '남해안 시대'를 줄기차게 주창하였다. 2008년 12월 27일 남해안 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2010년 2월 「남해안권 발전 종합 계획」이 완성되어 국토연구원에서 경남도, 전남도, 부산시에 보고되었다.

법이 통과되는 그날 건설교통부에서는 '동·서 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기획단'이 발족됐으며 여기서 오늘날 통영의 큰 희망이 되고 있는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가 탄생된 것이다.

사실 '남해안 시대'의 개념은 1963년 드골 대통령이 '랑독-루시옹(Languedoc-Roussillon) 지역 개발계획'으로, 프랑스의 명예와 운명을 걸고 시작한 국토개발계획의 일환으로써 추진한 것을 모델로 하였다.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은 류우익 교수가 '썬벨트 프로젝트'라 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넣어 놓았으나 4대강 사업에 밀려 실현되지 못하였다.

늦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를 다시 챙기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접목으로 통영의 글로벌 르네상스 계획이 발표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죽었던 법'과 '죽었던 계획'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통영의 혁신과 도약을 이룰 '제2차 통영 르네상스 시대'를 실현할 절체절명의 기회이다.

필자는 현직에 있을 때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전략을 항상 이야기하였다.

재정 자립도가 20% 조금 넘는 통영시로서는 이러한 국가적 계획을 성사시키고, 그 속에 통영의 꿈을 심어놓으면 이것이야말로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전략'이 아닌가!

'바다의 땅―통영'의 마침표

정일근 시인의 詩 '유배지에서 보내는 김정희(추사)의 편지'에는 '……일찍이 정치와 당을 멀리하고, 詩와 글씨에 열중하였더라면 뜬구름 같은 한 세상 은은한 묵향과 힘찬 시문으로 경영하며…'라는 구절이 있다.

며칠 전에 정일근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었다.

"통영으로 가시지 않을 겁니까?"

"정시인의 시를 읽고 통영으로 가지 않도록 했네"

"그래도 마침표는 찍어야지요"

사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왔었다.

통영 글로벌 르네상스,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의 약속, 섬과 섬을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 항남동과 도남동의 연결다리 건설, 통영 IC에서 도남동으로 바로 연결되는 다리의 건설, 북신만과 죽림만의 수로 건설 등등. 2010년 이후 8년 동안 '바다의 땅―통영'은 중단되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였다.

케이블카, 동피랑, 정량동의 이순신 공원, 박경리 추모 공원 조성, 한강 거북선의 통영 이전 등은 우리 힘으로 이루었지만 △통영국제음악당의 건설 △중앙 간선도로 확장 △국가지원 지방도67호선의 건설 △사량도 상·하도의 연결다리 건설 △한산도와 사량도의 광역상수도 공급 △정량동, 서호동 하천 복원의 예산 확보(서호동 420억 원은 반납) 등은 노무현 정부에서 도와준 일들이다.

통영시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다. 그리고 전혁림 화백의 대작 '통영항'을 청와대 영빈관에 걸게 하여 통영의 아름다움과 통영의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여 주었다.

이제 결심하였다.

마침표를 찍기 위해 통영으로 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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