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해경 경비구조과장 경정 박정형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어느덧 동백꽃이 한려수도를 수놓으며 봄의 시작을 알려온다. 천혜의 관광명소이자 다도해(多島海)를 품은 통영 한려수도에 해양관광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이 잦아들면서 해상교통량도 급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맘때면 반갑지 않는 불청객도 우리 바다를 찾아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농무(짙은 안개)이다. 농무는 봄철 해안에서 발생한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바다와 만나 바다위에 짙은 안개가 만들어지는데, 그 층이 두껍고 범위가 넓어 육지에서 발생한 안개보다 오래 지속되어 시야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협한다.

최근 3년간 통영해역에서 발생한 선박사고 705척 중 321척(45.5%)이 농무기(3~7월)에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오전시간대에 선박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무로 인한 선박 충돌(전복) 또는 좌초 사고는 구조세력 도착 이전에 침몰 등으로 이어질 경우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규모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농무기 사고를 마냥 두려워할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잘 지킨다면 예방도 그렇게 어렵진 않다. 「해사안전법」「국제해상충돌 예방규칙」등 해상교통 관련법규에 규정된 항해규칙을 반드시 숙지하고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 변화무쌍한 해상 기상상태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여 운항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선박의 눈과 같은 레이다를 이용하여 감시를 철저히 하고 무중신호를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동시에 안전한 속력을 준수하고 안개주의보 발령시 무리한 운항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출항전 각종 항해장비와 기관을 점검하여 정상적인 작동상태가 항상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소형 선박들은 항해 전 휴대전화 충전여부를 확인하고 여분의 배터리와 방수용 지퍼백을 소지하여 유사시 항상 연락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 위치정보 이용 사용자의 위치가 자동으로 송신되는 ‘해로드(海 Road) 앱’을 활용하면 위치정보, 이동경로, 위급상황발생시 한 번의 클릭으로 위치좌표가 포함된 구조요청(SOS), 기타 해양기상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유용하므로 설치를 권장한다.

한편, 통영해양경찰서에서는 오는 7월말까지 농무기 해양사고 대비․대응계획을 시행하여 사고다발해역에 경비함정을 전진 배치하고 해경구조대 및 파출소 등 24시간 긴급 상황 대비 구조 즉응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 또한, 해ㆍ공 입체적 순찰과 VTS(해상교통관제서비스)를 연계한 통항선박 집중 관리를 통해 안전한 바다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안전한 바다는 개인의 생각과 각오만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실천이 뒤따를 때 비로소 우리 눈앞에 ‘안전한 바다’가 펼쳐질 것이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린다.

통영해경 경비구조과장 경정 박정형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