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졸업 30주년 행사를 어떻게 꾸밀지를 두고 여러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전국의 동기들이 대전서 모인 집행부회의에서 큰 틀을 잡은 음악회를 계획대로 하자. 예산 때문에 어려우니 그냥 우리들끼리 선생님들 모시고 함께 식사하고 어울리면서 즐기는 게 좋겠다 등등. 진정 동기회를 걱정하고 행사를 문제없이 잘 치러내야 한다는 걱정으로 많은 아이디어들을 내주었습니다.

동기들의 의견을 골고루 듣고 다함께 결의한 내용은 우리 동기들과 통영시민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개최하자. 지금까지 기획해온 음악회'통영시민과 함께 하는 Spring Concert'를 하자였습니다.

통영고 42회 졸업생이 개최하는 음악회에는 크게 세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졸업 30년이 되는 동안 우리 친구들의 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동기회가 늘 일부분의 인원으로만 운영되어 왔습니다. 오랫동안 동기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못했던 친구들은 점점더 참석하는 것 자체가 서먹하게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만나던 친한 친구 아니면 경조사조차 연락하기 힘든 이웃보다 못한 고교동기가 된 것이죠.

졸업한 지 30년. 오래이다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습니다만 계속 동기회를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수구초심이라고 이제 나이 오십줄에 들어앉아 앞으로 30년 이상을 인생의 벗들과 재밌게 지내야 하는데 그 중심은 뭐니 뭐니 해도 고향의 고등학교 동기들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앞으로 많이 생길 애경사에 뭐니 뭐니 해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라면 스스럼없이 부르고 또 참석해주고 동기회다 동창회다 연락도 하고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던,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지도 못했던 친구들이 30주년 행사에 짠하고 나타나는 멍석을 깔고 싶었습니다. 마치 우리 고등학교 인연이 입학식이라는 인생의 한번의 이벤트로 맺어진 것처럼.

내가 그동안 참석하지 못했지만, 졸업 30주년이고 은사님들을 모시는 자리인데 한번은 가봐야 안되겠나 하고 함께 하는 자리로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한번 동기들과 30주년 행사 자리에 참석하고 난 뒤 그 이후는 친구들 각자의 몫입니다.

그러나 42기 학생회장으로서 이렇게 풀어내고 당겨 모이게 하는 화합의 자리 한번은 마련해야겠다는 것이 마지막으로 동기회에 할 수 있는 헌신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그럼 왜 음악회라는 거창한 이벤트를 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동기회에 꾸준히 봉사해왔던 친구들도 반대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우리가 왜라며 탐탁치않게 여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냥 은사님들 모시고 밥 한끼 술 한잔 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남은 인생에서 우리 동기들의 힘으로 근사한 이벤트 한번 만들어낼 기회가, 자리가 또 있을까?

그것도 우리가 자란, 우리를 키워낸 고향 통영과 통영시민과 함께 하는 멋진 이벤트라면 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남은 날들에 우리 동기들이 해낸 멋진 음악회를 회상하며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기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우리 42기는 통고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과 진학률로 기대가 큰 기수인 것은 지역사회가 인정하고 자타가 주장하는 바입니다. 자부심이 있습니다.

게다가 행사라는 것이 시간과 장소가 잘 맞아 떨어져야 의미가 배가될 겁니다.

통영고 졸업 30주년이라는 좋은 타이밍에 통영의 가족들·시민들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열어 우리 42기의 좋은 뜻과 역량을 통영을 위해 한번 발휘해 봅시다.

해마다 해 온, 그리고 누구나 하고 있는 식사자리, 술자리 이번에는 2순위로 즐기고, "통영에서 이런 음악회를?" 이라고 할 만한 음악회라는 걸출한 이벤트를 42기 동기들의 힘으로 일궈 냅시다.

셋째, 이번 음악회를 통해 우리 42기가, 통영에 연고를 둔 많은 향인들이 통영을 생각하고 저마다의 분야에서 통영에 기여하고 그래서 통영의 발전을 위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영고 42기가 고향 통영에 음악회라는 이벤트로 시민들에게 흥겨운 자리를 마련하는 것처럼 통영에 기반을 한 많은 사업체들, 개인들이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이바지하는 본보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진정 우리가 통영에 기여하고 통영지역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스스로 실천해 봅시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친구들.

 

표주찬
'통영시민과 함께하는 Spring Concert' 행사준비위원장
통영고42회, ㈜지2터치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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