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스탠포드호텔 앤 리조트 식음팀 이시진 주임을 만나다
서울 신라호텔 출신 이시진씨 “호텔리어로서 인생 2막, 만족스럽다”

통영의 돈키호테 이시진 주임이 활짝 웃고 있다.

“결혼 후 20년 동안 애들만 키우다가 제가 원하는 직장을 얻게 된 지금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느낌입니다. 첫 출근 때는 설레어서 잠도 설치고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할 만큼 행복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이고 계신 분들께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도전해 보십시오! 40대도 청춘입니다. 더 행복해지실 겁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말투와 늘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는 통영 스탠포드호텔 앤 리조트 식음팀의 이시진(44) 주임.

그녀는 2017년 7월 호텔 오픈 멤버로 시작해 와인바, 사케바, 펍바, 몰트바, 19층의 스카이라운지를 오픈했고, 현재는 새로 오픈한 베이커리에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진주에서 대학을 마친 이시진 주임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호텔리어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 6년간 근무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면접 점수가 높은 호텔관광학과를 친구 따라 가게 된 것이 호텔리어로서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도전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서울 신라호텔에 지원했고, 당당히 입사해서 대한민국 최고 서비스를 자랑하는 호텔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신라호텔에서 로비라운지와 메인바의 음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을 도맡았던 그녀, 직장생활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돌연 2000년 6월 고향 통영으로 돌아온다.

결혼생활을 통해 세 딸의 어머니가 된 그녀, 자녀들이 커 갈수록 엄마로서, 또 한 여자로서 당당해 지고 싶어졌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2번의 지원 끝에 지금의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녀, 호텔 오픈 멤버로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또 경력단절로 스스로 힘들어했던 마음고생을 털어내기 위해 일에 집중 또 집중했다.

현재는 호텔 내 베이커리에서 바리스타, 판매, 품질관리 등 인차지(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 적성과도 딱 맞아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라며 생긋 웃는다.

“하루는 근무 중에 온 직원들에게 전화가 와있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저희 집 11살짜리 막내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죽림에서 도남동까지 혼자 버스를 타고 찾아왔다는 거예요. 혼자서 단 한 번도 버스를 타본 적이 없는 어린 딸이 혼자 왔다는 말을 처음엔 잘못들은 줄 알았지 뭡니까, 근데 저를 닮아 일단 저지르고 통보하는 성격인 막내딸이 보고 싶은 마음에 진짜 회사를 찾아온 거예요”라며 “사실 저보다 다른 직원들이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저랑 연락이 닿기 전까지 온 회사 분들이 챙겨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심지어 팀장님은 특별히 스테이크까지 사주셨더라고요. 막내딸은 팀장님께 앞으로 회식을 안한다고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답니다(웃음)”라고 재밌는 일화도 들려준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해보라”고 늘 세 자녀에게 이야기하는 예쁜 엄마보다는 당당하고 멋진 엄마로 보이고 싶다는 이시진 주임.

두 번의 도전 끝에 호텔 입사에 성공한 그녀,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전했던 것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고, 도전이 얼마나 가치 있고 멋있는 일인지 아이들에게 스스로 실천하고 보여주며 살아가는 그녀, 최근 멋지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진심을 담아 서비스하면 인사 한 번에도 고객을 감동 시킬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호텔리어로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까.

“저는 추진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제 성격 탓인지 저는 어떤 일에도 ‘일단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긍정적인 마음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일의 시작을 못하면 어떤 것도 못하는 거잖아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시 해보면 되는 거고요. 돈키호테 같다는 말을 듣더라도 일단 어떤 일이 주어지면 도전해볼 줄 아는 추진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돈키호테 같은 그녀,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지역의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쿠키 만들기 교실’을 열어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전한다.

“직장을 다니는 한 사람으로서 승진을 위해 열심히 나아가는 것도 개인적인 목표지만, 직접 빵을 굽는 파티쉐에 도전해보는 것 또한 하나의 목표예요. 빵만 굽는 파티쉐가 아닌 서비스직에 종사한 경험을 토대로 고객들의 마음을 담은 빵을 구워 낼 수 있는 그런 세심한 파티쉐가 되고 싶어요. 또 마지막 꿈은 딸이 승무원을 꿈꾸고 있는데 딸이 서비스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전 세계를 여행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미소 짓는 그녀, 40대 청춘의 아름다운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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