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너스의 탄생 '산드로 보티첼리'
▲ 책 읽는 소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예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봄이 가고 여름이 올 시기가 되면 곧잘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곧잘 듣던 말인데, 들을 때마다 불편한 말입니다.

"너, 살만 빼면 더 예쁠텐데…"

요즘은 '예쁠텐데'라는 말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건강생각해서 살 빼야 하지 않을까?"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내 가족이라면 혹은 나와 굉장히 친한 사람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친하지도 아니하거나 그저 친분이 조금 있거나 일 때문에 종종 만나는 사람 그다지 나의 건강에 관여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심스럽곤 하지요.

언제부터 사람들이 타인의 건강에 그다지도 관심이 많아진걸까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프로 오지라퍼'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겐 사춘기가 한창인 딸이 둘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둘이 된 저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만한 내공이 생겼지만 딸아이들이 그런 공격(?)을 받을때면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해지곤 합니다.

큰아이는 외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것도 신경쓰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만 되어도 다 바른다는 틴트도 입술에 안바르고 다니는 딸입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뚱뚱하다고 살빼란 소릴 듣고 실의에 빠진 모습을 보고 정말 속이 상했습니다.

언제부터 타인의 건강에 그리도 애정과 관심이 넘치는 사회였던가요?

건강도 중요하고 아름다움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똑같이 날씬하고 예뻐지는 것은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이 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아이에겐 외모보다 더 중요하게 가꾸어야할 내면이 있습니다.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혹시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딸은 잘 하는 것이 많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깊고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다지 뚱뚱하거나 보기 싫은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모습에 엄마로서 정말 속이 상했습니다.

TV만 보아도  참 이상하지요? 한쪽에선 먹방이 한창인데 또 다른 채널에선 다이어트 비법 이야기를 합니다. CF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날씬하고 늘씬합니다.

우리가 그들처럼 되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입니다.

당나라 시대에 절세 미인으로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양귀비는 통통한 몸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통통한 몸매가 미의 기준이었다고 하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을 그린 그림을 보자면 날씬한 여신은 찾아볼수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아랫배도 약간 나왔고 적당히 볼륨감 있는 모습들입니다. 르누아르의 작품 속 소녀나 인물들을 보아도 동글동글한 얼굴에 생기있는 피부에 통통한 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시대가 변하고 미의 기준도 변하겠지만 지나치게 날씬한 모습만을 강요하는 미디어에 우리의 가치관도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골고루 음식을 먹고 편식하지 않는 습관보다 이건 살찌는 음식이야, 이건 살 안찌는 음식이야를 먼저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뚱뚱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뚱뚱한 사람은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심어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맞추는 예능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하는 멘트가 떠오르네요. <편견없는 여러분의 MC ***입니다>라고요.

뚱뚱한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마른 사람들에게도, 키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편견없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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